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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의 영역/애니메이션-영화

저스티스 리그(2017) - 평작이라 문제인 작품

 

1.

요즘 원치 않게 여유 시간이 늘어났습니다.

그 이유인즉슨 연구실에서 제가 사용하는 컴퓨터가 영면하였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단순한 파워 고장인 줄 알았는데 알고 수리를 맡겼는데 메인보드까지 같이 나갔고

5년 반이나 사용한 컴퓨터라서 교수님께서 수리 대신 폐기를 결정하셔서

새로운 컴퓨터가 도착할 때까지 원치않은 반 휴가 상태에 들어갔습니다.

 

그래서 적당히 남는 시간을 보낼 방법으로 이 영화를 선택하였습니다.

목요일부터는 수능마친 수험생들이 거리로 쏟아져나올 것 같아서 수요일 날 바로 보았고요.

 

2.

영화는 마더 박스를 모아서 지구를 지옥과 같은 행성으로 테라포밍하려는 스테판울프를 막기 위해서

배트맨, 원더우먼 등 여러 영웅들이 힘을 합쳐서 싸운다는 이야기입니다.

 

스테판울프의 압도적인 힘에 아마존과 아틀란티스 모두 속절없이 무너졌고

인류가 가지고 있는 마지막 박스를 지키고 멸망을 막기 위한 선택은 수퍼맨을 부활시키는 것입니다.

모두의 노력으로 부활한 수퍼맨은 진정한 힘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며 지구를 지켜냅니다.

 

3.

여기저기서 칭찬보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은 작품이긴 한데 제 기준에서 적어도 망작은 아닙니다.

제 기준에서 망작은 스크린보다 러닝 타임이 몇 분 남았는지 확인하는게 더 중요하거나

영화를 보면서 모욕받았다고 느끼게 만드는 작품을 일컫는 말입니다.

적어도 영화를 보면서 시간은 잘 갑니다. 오히려 2시간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영화에서 분명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나, 좀 심하게 거슬리게 장면도 존재합니다.

다만 그 대부분은 영화를 보는 중인 아닌, 영화관에 불이 켜지고 나가는 과정에서 떠오르거나

영화보는 중에 떠오르더라도 그냥 무시하고 넘어갈 수 있는 수준입니다.

 

제가 영화관에서 중얼거린 불만은 두 가지였는데

하나는 비살상모드를 켜놓은 것 같은 스테판울프의 도끼였고

(도끼를 쾅, 쾅 내리치는데 맞은 사람은 잘리거나 피 범벅이 되는게 아니라 튕겨져나갑니다.)

또, 하나는 제 정신을 잃고 날뛰는 슈퍼맨을 한 방에 진정시키는 로이스 레인이었습니다.

 

반대로 마음에 드는 장면을 찾으라면 플래시입니다.

단순한 스피드스터라서 밸런스를 맞추기 힘든 캐릭터인데

아직 상대에게 폭력을 행사할만큼 마음이 모질지 못한 플래시가

굳이 무력을 행사하지 않으면서도 팀에 보탬이 되는 방식으로 어느 정도 균형을 맞추었더군요.

아쿠아맨도 그 시대착오적인 마초맨이 오히려 신선하게 느껴지더군요.

저 둘은 나중에 솔로 무비가 기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4.

다만 많은 사람들이 분노할 만한 영화라는 사실은 인정할 수 있습니다.

작품 내적으로 긴 시간 동안 쌓아온 이야기의 첫번째의 하이라이트 역할을 해야할 부분이었기에

작품 외적으로는 DC의 인기 캐릭터를 총 출동시켜서 어마어마한 제작비와 광고비를 쏟아부은 작품이기에 여기서 그쳐서는 안 되는 작품이었죠.

 

당장 하루 밖에 지나지 않았음에도 벌써 작품에 인상이 흐릿해졌습니다.

그만큼 보고 나서 남는게 없는 단순한 소모성 오락 영화 이상이 되지 못했다는 것이죠.

저야 특히 애정을 주고 있는 IP도 아니고 제작비 많이 들었다고 표가 더 비싼 것도 아니니 무심하지만

맨 오브 스틸부터 몇 년을 기다려 온 결과물이 이거라면 팬들 눈에는 피눈물이 날 것 입니다.

 

5.

한 가지 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은 배우의 외모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일상생활에서 사람의 외모를 왈가왈부하는건 무례한 일이지만 그들의 외모는 작품의 일부이므로

그 외모가 작품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면 비판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슈퍼맨.

WWE에서 랜디 오튼을 절대로 선역으로 밀어줄 수 없었던 이유가 '착해보이지 않아서'였죠.

이 슈퍼맨에게서 희망을 느끼라는 말이 가슴에 와닿지 않는 이유도 같은 이유인 것 같습니다.

푸근하고 믿음직하기보다는 왠지 모르게 차갑고 싸늘함이 느껴지는 외모입니다.

특히 히트 비전을 쏘기 위해서 눈이 벌게지는 순간은 메인 빌런 이상의 공포감이 느껴집니다.

이 사람이 우리의 선함을 일깨운다는 말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습니다..

 

두번째 로이스 레인.

솔직히 늙고 추레하다는 인상 밖에 받지 못하였습니다.

아름답고 유능한 여기자 캐릭터를 표현해야할 것 같은데 아줌마를 넘어 할머니가 연상됩니다.

덕분에 슈퍼맨과 로맨스 씬이 정말로 폼이 안 납니다.

 

세번째 배트맨.

'살찐 박쥐'로 요약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특히나 이런 팀업 무비일수록 외모는 한 눈에 개성을 나타냅니다.

작고 날쌔보이는 녀석은 스피드스터, 근육질의 거한은 파워 캐릭터로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죠.

근데 날쌔게 하늘을 날아다니고, 힘이 아닌 두뇌로 싸워야할 캐릭터가 뒤뚱뒤뚱 움직이는게 참 안타깝습니다.

 

반대로 정말 잠깐 나왔는데도 시선을 잡아놓은 캐릭터가 바로 메라. 그냥 이쁩니다. 정말로.

어차피 슈퍼 히어로 무비는 기본적으로 젊은 남자들에게 하는 장사인데

이렇게 보기만 해도 눈이 호강한다는 느낌에 캐릭터 하나라도 있어줘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