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는 이야기

지금 집에서의 마지막 밤

Arsmo 2025. 4. 22. 23:06

 이제 내일이면 새 집으로 이사를 가게 됩니다. 오늘 조금 일찍 퇴근을 하였고, 내일부터 사흘은 휴가를 사용하였습니다. 세탁기와 식탁 등 일부 짐은 벌써 나갔습니다. 이런 짐들이 나가니 처음 이 집에 들어와서 아무것도 없었던 때가 생각나더군요.

 

 이 집은 좋은 추억이 많습니다. 박사 학위를 따고서 취직해서 1년 정도 지났을 때, 갭으로라도 내가 살 집을 하나는 확보해야겠다고 마음을 먹고서 부모님과 같이 집을 보고 다니다 이 집이 마음에 들어서 결정했었죠. 조금 오래되긴 하였어도 낮에 해가 잘 드는 게 너무나도 좋았습니다. 고민을 오래 하는 성격이 아니어서 원래 살던 노 부부가 전세로 사는 조건으로 아파트를 구매하였습니다. 계약을 하고 부모님과 같이 국수나무에서 저녁을 먹었던 기억이 나네요. 그 후, 열심히 월급을 모아서 원룸 전세 대출을 전부 다 상환하고, 그 돈을 받아서 제가 이 아파트에 입주했습니다.

 

 저의 신혼의 시작이 바로 이 집이었습니다. 썰렁했던 집에 제가 들어가고 나서 며칠 후의 지금 와이프가 이사해 들어왔습니다. 한 침대에서 자는 것이 처음에는 둘 다 어색해서 잠을 깊이 자지 못했었죠. 그래도 저는 나았는데 와이프는 거의 2,3일 간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한 것 같습니다. 결혼식장으로 출발한 것도 이 집이었고, 끝난 후에 돌아와서 맥주와 치킨을 먹으면서 건배를 한 것도 이 집이었습니다. 그때 먹은 교촌 허니 콤보는 진짜 어떤 진수성찬보다도 맛있었습니다. 와이프와 이 집에서 알뜰살뜰 살아가면서 중도금을 내면서 새 집의 꿈을 키워나갔고, 작년 9월에는 와이프 뱃속에 우리 열매도 생겼습니다. 

 

 때때로 곰팡이와 결로로 우리를 힘들게 하였던 적도 있었지만 결혼 생활의 첫 스테이지를 아낌없이 축복해주던 집을 이제는 나갑니다. 새 집에서의 생활은 지금까지와는 다를 것입니다. 무엇보다 6월이면 식구가 하나 더 늘게 됩니다. 결혼 생활의 두 번째 스테이지를 앞두고 우리의 첫 집에게 다시 한번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