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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는 이야기/기행문

신혼 여행의 한 장면 - 쿠알로아 랜치 랩터 투어

 결혼식이 끝난 후, 저희 부부는 하와이로 신혼여행을 다녀왔습니다. 결혼식에서 다른 부분은 아끼더라도 신혼여행에서만큼은 하고 싶은 거 다 하자는 와이프의 의견에 따라서 정말 돈 생각 안 하고 지낸 열흘이었습니다. 태어나서 이렇게 돈을 써본 것도 처음이었고, 앞으로도 이렇게 쓸 일이 있을지 모르겠네요. 그래도 정말로 잊을 수 없는 추억을 여럿 만들어왔으니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추억이 있으니 아침 일찍 일어나 다시 힘내서 직장에 갈 수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이렇게 반짝반짝 빛나는 추억들을 오래오래 남기고 싶어서 이 블로그에 그 단편들을 올려보려고 합니다. 우선 신혼여행에서 가장 즐거운 추억이었던 쿠알로아 랜치 랩터 투어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쿠알로아 랜치는 쥬라기 공원 등 여러 영화의 촬영지로 유명한 곳입니다. 개인 소유의 목장으로 소유자는 조상 대대로 내려온 목장을 팔고 싶지 않기에 수많은 매각 요청에도 불구하고 극히 일부만을 관광을 위해서 개방해 놓았습니다. 디즈니 같은 곳에 매각하면 대대손손 먹고 살 수 있는 돈이 나올 텐데 가문과 땅에 대한 애정이 대단한 것 같습니다. 와이프가 신혼여행 계획에서 가장 가고 싶은 곳이라고 해서 제일 먼저 예약한 곳이기도 합니다. 다만 여행사에서 일처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서 몇 번이고 전화를 걸어 잘못된 내용을 수정해야 해서 저를 괴롭힌 여행지이기도 하지요.

 

  아침 일찍 일어나서 호텔 앞에서 이 버스를 탔습니다. 우리 뿐 아니라 신혼여행으로 온 젊은 부부나 가족 단위 여행객들이 많이 타더군요. 설 연휴 직전이라서 그런지 한국인 관광객도 상당수 섞여있었습니다.  

 

 와이키키 해변의 호텔들을 돌면서 사람들을 다 태우고 나니 버스는 시내를 벗어나 외곽으로 향했습니다. 이제까지 경험하지 못한 하와이의 외곽이라 신선했습니다. 위의 사진처럼 울창한 숲에 좁은 길 하나만 굽이굽이 뻗어있었는데 이런 길을 타고 1시간 넘게 가니 목적지에 도착하였습니다. 가는 길도 생각보다 경치가 괜찮았습니다. 와이프는 미리 인터넷에서 찾아보았는지 버스에서 좋은 자리를 냉큼 선점하더라고요.  

 

 쿠알로아 랜치에서는 다양한 관광 코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버스를 타고 영화 촬영지를 도는 것도 있고, 말을 타고 목장을 달리는 코스도 있습니다. 저희가 선택한 것은 랩터 투어였습니다. 랩터 투어는 위의 사진과 같은 4륜 구동 오토바이(?)를 몰고서 선도 차량을 따라서 정해진 코스를 도는 투어입니다. 조작이 간단하다고 해서 제가 한 번 도전해보려고 했는데(저도 일단은 면허증은 있습니다. 일단은....), 길이 생각보다 험하고 앞차와의 거리를 계속 유지해야 해서 운전에 익숙한 와이프가 핸들을 잡았습니다. 솔직히 맡기길 잘했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옆자리에 앉아있었는데 아마존 익스프레스와 사파리를 동시에 즐기는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였거든요. ...저도 운전을 배우긴 배워야 할 텐데요.

 

출발 전 안내 영상인데 한국인 관광객이 많다 보니 우리말 영상도 있더군요. 신기해서 찍어보았습니다. 이렇게 교육을 받은 후에 저 위에 차에 탑승해서 출발하였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출발한 여행은 정말로 환상적이었습니다. 이후 일정에서 빅 아일랜드를 갔는데 거기서 본 경치들에서 아무런 감흥을 느끼지 못할 정도였습니다.

 

 이 문을 통과하니 하와이가 아니라 중생대의 정글에 들어간 기분이 들었습니다.  거친 오프로드 옆이 펼쳐진 울창한 수풀에서 정말로 공룡이라도 하나 튀어나올 것 같은 분위기더라고요. 분명히 안전한 하와이의 목장을 달리고 있는데 거친 대자연에서 모험하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렇게 정신없이 달리다 보면 어느새 탁 트인 공간으로 나옵니다.

 

 

거짓말 보태지 않고 저희는 여기에서 카메라 성능의 한계를 느꼈습니다. 광활한 초원, 저 멀리 구름까지 우뚝 솟은 산, 푸르른 하늘, 아무리 노력해도 사진 안에 이 모든 것들을 다 집어넣을 수가 없더군요. 정말로 낙원이란 곳이 있다면 이런 곳인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투어에서는 코스에서 정해진 지점에서 사진을 찍을 수가 있는데 

 

 이런 컨셉 사진도 찍을 수 있습니다. 사진을 열심히 찍었는데 저희 얼굴이 나온 사진을 다 빼니 이 정도만 남더라고요.

 

 

 

이후에도 정글과 초원, 산길과 호수, 각양각새의 코스를 돌면서 아드레날린이 샘솟아서 어찌할 수 없을 것 같은 2시간을 보낸 후 저희는 다시 출발지에 도착했습니다. 흙먼지를 뒤집어 써서 옷이고 얼굴이고 다 시커멓게 되어있더군요. 저희는 서로를 보고 낄낄거린 다음에 웃는 얼굴로 그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고 서로 가볍게 닦아준 다음에 세수했습니다. 너무 기분이 좋아서 잘 사지 않는 기념품까지 사 버렸습니다. 그리고 호텔로 돌아와서는 물로 씻어내려고 해변가로 가서 노는 걸로 그 날을 마무리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