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큘 푸아로 시리즈 장편 감상 모음(5) 세상일은 어찌 보면 우습습니다. 만약 이 시기 작품들이 별로였다면 지난번 포스팅에 언급된 작품들은 전성기가 지난 작가가 새로운 활로를 찾으려다 자신의 장점을 버린 시기로 생각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번에 포스팅할 작품들을 크리스티의 두 번째 전성기로 생각합니다. 덕분에 지난번 작품들도 새로운 전성기를 준비하는 과도기적인 작품들로 생각합니다. 19. 백주의 악마 - 가장 완벽한 범행 계획(A) 제가 이 작품을 읽고 나서 제일 먼저 떠오른 것은 크리스토퍼 리브의 슈퍼맨이었습니다. 안경 쓰고 꾸부정한 클라크 켄트가 안경을 벗고 자세와 표정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어떤 특수효과 없이도 슈퍼맨으로 바뀌는 장면은 슈퍼 히어로 영화 역사에 남을 명장면이라 생각합니다. 이 작품의 핵심 트릭이기도 하지요. 이 작품은.. 실내 동물원 나들이 이번 추석 명절에 장인 어르신 내외는 2주 전에 올라와서 하루 묵고 가셨고, 저희 부모님은 교통 체증을 피해서 다다음주에 오시기로 하였습니다. 덕분에 명절 연휴에는 아무 일정이 없어서 열매와 같이 시간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연휴 첫날에는 동탄에 있는 실내 동물원을 찾았습니다. 비교적 사람이 덜 붐비기도 하고, 에버랜드에 있는 것 같은 본격적인 동물원은 아직은 좀 힘들 것 같아서 약간 예방접종의 느낌으로 간 것도 있습니다. 10시 반에 오픈하는데 조금 일찍 도착해서 주변을 유모차로 한 바퀴 돌았습니다. 기껏 자동차도 참아주었는데 별것도 없는 동네에서 유모차 산책을 하는 것에 열매는 분노했는지 산책하는 내내 입이 한 댓발 나와있었습니다. 그렇게 돌다 보니 시간이 되어서 동물원에 입장했습니다. 1층이 .. 에르큘 푸아로 시리즈 장편 감상 모음(4) 이 포스팅도 벌써 4편이네요. 저는 이 시기를 크리스티가 새로운 시도를 하는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하지 않던 시도는 신선했지만 완성도가 전체적으로 미묘해서 아무리 긍정적으로 봐주어도 호불호가 갈리는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15. 죽음과의 약속 - 독자를 허탈하게 하는 반칙적 전개(B) 사막의 페트라 유적을 여행하는 도중, 오랫동안 집안의 독재자로 모두를 학대해 온 안주인이 심장마비로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납니다. 모두가 이 죽음을 반기는 상황에서 제라르 박사는 소지하고 있던 약통에서 심장마비를 일으킬 수 있는 약이 사라진 것을 알아차렸고 대사관의 요청으로 푸아로가 수사에 나섭니다. 이 작품에서 초반부터 제시하는 키워드는 '의학 지식'입니다. 왜냐면 범인은 의사의 가방을 뒤져서 심장이 약한 피해자에게.. 에르큘 푸아로 시리즈 장편 감상 모음(3) 11. 메소포타미아의 죽음 - 한 이불 덮고 자도 님인 줄 모르네(B) 이 작품은 읽으면서 골프장 살인 사건을 다시 쓴 작품이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과거 악연으로 묶인 사람이 오랜 세월을 넘어서 모습과 신분을 바꾸어 다시 조우한다는 점이서요. 이 작품은 과거 스파이로 고발한 전 남편의 복수에 떨다 살해당하는 피해자를 그립니다. 마지막의 밝혀진 사실은 전 남편은 사실 현 남편과 동일 인물이고 외모와 신분을 바꾸고 피해자와 재혼하였다는 것입니다. 물론 피해자는 꿈에도 모릅니다. 솔직히 좀 무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둘은 형식상의 부부도 아닌 정말로 결혼 생활을 하는데 이걸 눈치채지 못하는 게 가능한가 싶습니다. 또 하나의 단점은 배경 묘사에 과한 투자를 했다는 것입니다. 이 작품은 이국적인 배경과 발.. 에르큘 푸아로 시리즈 장편 감상 모음(2) 5. 엔드하우스의 비극 6. 에지웨어 경의 죽음 - 추리소설 여제의 왕좌로 향하는 쌍두마차(A) 푸아로 시리즈의 첫 전성기를 여는 두 작품입니다. '엔드하우스'는 감당하기 힘든 거대한 저택을 물려받은 후 갑자기 생명의 위협을 받게 된 여성의 이야기이고, '에지웨어'는 이혼에 동의하지 않는 남편을 쏴 죽인 순간, 다른 곳에서 12명의 명사들과 식사를 하고 있었다는 증언이 있는 여성의 이야기입니다. 저는 여기서부터 3막의 비극까지를 1차 전성기로 생각합니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다는 것처럼 두 작품은 닮아있습니다. 반전에 한번 놀라고 처음부터 다시 읽어보면 미리 깔아 두었던 복선들에 전율한다는 점에서요. 전에 언급했던 독자에게 지나치게 많은 것을 감추는 단점도 이 작품에서는 보이지 않.. 생수 454일 - 정체기 1. 열매는 이제 14개월의 아기이고 곧 15개월의 아기가 됩니다. 다만 이제까지 쉴 새 없이 변하고 나아졌던 것에 비해서 요즘은 정체기라는 느낌이 들고 있습니다. 낮잠은 한번 자는 것이 정착은 되었지만 아직도 자기 전에는 한바탕 난리를 치면서 잠을 재우는 와이프의 진을 쏙 빼놓고 있습니다. 자기 전 수유도 계속되고 있고 지난달과 동일한 생활 스케줄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슬슬 단순히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저나 와이프가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하는 것이 아닌가 고민이 되고 있습니다. 2. 거실 리모델링 및 도서 구입 열매를 위해서 거실을 리모델링했습니다. 이번달 월급으로 타요 버스를 사서 거실에 설치해 주었고, 이를 중심으로 독서 Zone을 분리해 놓았습니다. 더 이상 가지고 놀지 않거나 발달에 도움이 되지 .. 에르큘 푸아로 시리즈 장편 감상 모음(1) 올해 목표로 하였던 '에르큘 푸아로가 등장하는 추리 소설 전부 읽기'도 막바지에 다다랐습니다. 단편은 다 읽었고 장편도 32권 중 6권만이 남았습니다. 그래서 슬슬 간단한 감상평을 남겨보려고 하고 있습니다. 평가 기준은 크게 두 축입니다. 하나는 '소설'로서의 평가입니다. 기승전결이 깔끔한지, 인물의 행동과 동기가 납득 가는지, 소설의 흐름이 매끄럽고 적절한 템포로 흘러가는지를 주로 보았습니다. 다른 하나는 '추리소설'로의 평가입니다. 영리하고 주의력 깊은 독자라면 충분히 답을 알아낼 수 있는 책이었나, 작가가 제공하는 정보는 공정하고 독자를 불합리하게 오도하지 않았는가 등을 주로 보았습니다. 등급을 설명하면 A는 추리소설 팬이라면 누구든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수작, B+는 장점도 있지만 단점을 무시하.. 생후 422일 - 13개월의 열매 1. 오늘은 열매가 우리 집에 온 이후 처음으로 집 밖에서 잠을 자는 날입니다. 와이프가 열매를 데리고 친정에서 가서 이틀 자고 온다고 하더군요. 짐을 바리바리 싸가기는 하였지만 그래도 어느새 열매가 집 밖에서 잘 수 있을 만큼 컸다는 것이 대견합니다. 2. 점점 사람으로 개를 오랫동안 키운 사람으로서 아기를 키우다 보면 가끔씩 사람보다는 강아지에 가까운 존재로 느껴질 때가 좀 있습니다. 엄마 아빠가 너무너무 좋고 밥 먹기, 산책하기, 같이 놀기가 너무너무 좋아하는 멍멍이요. 그런데 13개월로 접어들면서 점점 사람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무엇보다 칭찬을 알아듣고 스스로 칭찬을 받을 만한 행동을 찾아서 하고 자기가 뭔가를 성취한다는 감각을 즐기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이것이 사람으로.. 이전 1 2 3 4 ··· 15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