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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의 영역/만화

더 이상 사지 않으려고 하는 만화책

이번에 책장을 바꾸면서 가지고 있는 서적 류를 하나하나 따져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월간순정 노자키 군'과 '세인트 영멘' 이렇게 두 작품은 더 이상 사지 않기로 하였습니다.

 

 ‘세인트 영멘은 더는 제가 원하는 작품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처음에 읽기 시작할 때는 휴가를 받아서 우리네의 평범한 일상에 끼어든 예수와 부처라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성인들의 가볍게 웃을 수 있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들이 느끼고 행동하는 것은 우리와 다를 바 없지만 감출 수 없는 신성(神性) 덕분에 생기는 이런저런 트러블에 좌충우돌하고, 그래도 결국은 납득할만한 결과를 얻어내는 이야기가 대부분이었죠. 그런 작품이 점점 뭔가 이상한 괴인들이 나오는 작품으로 바뀐 것 같습니다. 부처는 어느새인가 고행 중독자가 되었고 예수는 어느샌가 인터넷에 너무 깊이 빠졌죠. 이 정도면 잠깐의 이탈이 아니라 작품의 방향성이 바뀌었다고 인정하고 놓아주어야 할 것 같습니다.

 

 ‘월간순정 노자키 군은 소재 자체의 한계가 점점 드러나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작가의 개그 센스도 괜찮고, 캐릭터도 매력적으로 잘 만들었다고 생각은 하고 있지만, 이 소재가 10권 이상의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는 재목인지에 대해서 점점 회의적인 생각이 듭니다. 노자키가 치요의 마음을 깨닫고 연인이 되는 순간 마무리될 수밖에 없는 작품이라서 이야기를 길게 끌고 나가기 위해서는 둘 사이가 빠르게 진전되어서는 안 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둘의 마음이 부자연스럽게 겉돌거나 출현 비중을 줄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미 작품 내에서 두 가지 현상이 전부 나타나고 있는데 노자키의 비중이 줄다보니 순정만화를 그리는 그룹이라는 작품의 정체성 자체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공백을 메우기 위해서는 서브 캐릭터의 비중을 늘리고 신 캐릭터를 계속 투입하게 되는데 예전에 이런 작품을 보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스쿨 럼블이라고. 결국 작품을 관통하는 메인 스토리 라인이 부재한 작품의 한계라고 생각합니다. 생각해보면 럭키 스타나 케이온도 재미있었던 것은 처음 몇 권만이었던 것 같네요. 역시 욕심내지 않고 4권에서 끊었던 아즈망가 대왕이 현명했던 것 같습니다.

 

PS.

결국 이러면 사는 만화책은 '절대가련 칠드런'하고 '신부 이야기' 두 종류만 남네요. 특히 '절대가련 칠드런'도 나중에 몰아사겠다고 좀 미루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전멸이 눈앞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