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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의 영역/혼자하는 게임

에리의 아틀리에(1998) - 고난 끝에 본 마리 엔딩

1.

이번 플레이는 전에 비해서 오래 걸렸습니다.

첫번째는 오래된 게임답게 콘테스트가 진행 되지 않는 버그가 발생하여 입에서 불을 뿜으면서 재시작했고

두번째는 3년차까지 카스타네에 가지 않으면 크라이스 관련 이벤트가 발생하지 않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가 놓혀서

마리 관련 이벤트를 다 모으려는 목표를 위해서 다시 한번 눈물을 머금고 처음부터 다시 했습니다.

 

덕분에 제가 지난 주에 약간 바빴던 것과 겹쳐서 엔딩을 보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렸습니다.

 

2. 마리와의 재회

 

 

바다로 나가면 배가 가라앉을 것 같은 폭풍우가 몰아칩니다. 그리고 바다에서 해룡 슈트라이트가 나타납니다.

활기찬 항구 마을인 카스타네를 고통받게 하는 원흉이자 켄트니스로 가기 위해 넘어야 하는 벽입니다.

(한글판에는 카스타니에로 되어 있는데 원문은 カスターニェ입니다.)

 

처음에는 정면으로 부딪쳐보았지만 광역으로 200 넘는 데미지가 들어와서 바로 전멸.

결국 이 게임의 최고의 사기 아이템인 시간의 석판을 사용하여 적을 굳혀놓고 피해없이 잡았습니다.

 

그리고 도착한 켄트니스의 아케데미에서 마리와 조우했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에리는

 

....못 알아봅니다.

여기서 에리가 시아의 결혼식에서 마리와 재회하지 못한 이유가 밝혀졌습니다.

마리와 만나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지만 정작 본인은 마리의 얼굴을 기억하지 못합니다.

 

다행히 마리가 자기가 구해줬던 아이였다는걸 알아봐서 또 한 번의 엇갈림은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보통 스타는 팬의 얼굴을 기억 못해도 팬은 스타의 얼굴을 기억하는데 여기서는 반대네요.

 

이후 마리를 고용할 수 있는데 마리의 성능은 에리의 상위호환 수준입니다.

마법은 비슷하게 쓰면서 마법이 통하지 않는 상대를 물리로 두들겨 팰 수 있습니다. 이 아가씨 힘법사였나요...?

그리고 기본 장착 아이템에 메가플럼이 있습니다. 폭탄마의 이름은 허명이 아니었군요.

 

진실을 깨닫기 전.

 

깨닫은 후

 

3. 마리와 시아

 

제 주관적인 감상이 많이 들어가긴 하였지만 마리는 시아를 친구 이상으로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시아의 결혼을 언급하는 대사에서 진한 감정이 묻어납니다.

 

절친한 두 사람, 한 명은 넓은 세계를 돌아다니면 모험을 했고 한 명은 도시에서 돌아오길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기다리던 소녀는 결혼을 했죠. 다른 소녀는 충격을 받았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두 사람은 그 때 같이 보았던 저 밤하늘을 보면서 어떤 대화를 나누었을까요.

 

사실 에리 쪽도 살짝 의문이 드는게 게임에서 남성 캐릭터와 이벤트를 발생하기 위해서는  '러브러브 도'라는 숨은 수치를 올려야 합니다.

그런데 희안하게도 이 수치는 마리 플래그와 완전히 상반됩니다.

마리를 만나기 위해서는 남성 캐릭터와 이벤트를 완전히 포기해야 합니다. 이것도 사실 생각해 보면 좀 묘하죠.

 

4.

이번 플레이에서 플레어와 이어진 하레슈.

사실 전에도 이야기했다시피 자꾸 인간관계를 약으로 해결하려는 것에 질려있는 상태여서

이런 약에 의존하지 않고 정정당당하게 승부하는 하레슈가 멋있어 보입니다.

뭐, 역시 엔데르크를 이길 수는 없었지만요.

 

엔딩에서 플레어와 함께 사랑의 도피를 하게 됩니다.

디오에게 인정을 받았으면 더 좋았겠지만, 유능한 기사니 일이 끊어지지는 않겠죠.

 

불쌍해 보일 수도 있는데 제 생각에는 그냥 자업자득입니다.

저는 이른바 츤데레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좋아하든 감정이든 무엇이든 말로 하지 않으면 상대방에게 전해지지 않습니다.

더구나 그렇게 밉살스러운 말만 하며너 저 마를로네가 자기 마음을 알아주길 바라는건 무리죠.

 

다만 불행 중 다행으로 라이벌이 없습니다. 조금만 어깨의 힘을 빼고 노력하면 좋은 일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힘내라. 너 아니면 저 처자 데려갈 사람도 없다.

 

5. 잘부르그의 연금술사 엔딩

 

연금술이란 무엇인가라는 명제에 대한 답, 마리는 희망, 에리는 꿈.

이 대답에 잉그리드 선생님은 만족합니다.

 

서로 연금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의기투합하는 두 사람.

 

그리고 때로는 겹쳐지고, 때로는 엇갈리면서 그들의 길은 계속 이어져나갑니다.

 

6. 엔딩 음악

 

 

에리의 아틀리에 엔딩곡인 '내일이 되면' 입니다.

어떠한 말을 덧붙여도 사족이 될만큼 '에리의 아틀리에'에서 말하고 싶은 내용을 잘 담아냈습니다.

정말로 게임을 맺는 음악으로서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7.

아마 한 번은 더 플레이할 것 같습니다.

이제까지 회수하지 못한 여러 가지 이벤트, 특히 연애 이벤트들을 회수하는 플레이가 될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