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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의 영역/혼자하는 게임

프린세스 메이커 - 꿈꾸는 요정(5)

6. 5월의 신부 엔딩

 

아버지의 직업은 여행 승려, 딸의 이름은 제루샤 애봇으로 지었습니다.

이름은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소설 '키다리 아저씨'의 여주인공 이름을 따왔습니다.

사실 저도 '주디'로만 기억하고 있어서 풀 네임은 검색을 해보고서야 알았습니다.

 

마지막 플레이고, 상당히 난이도 있는 엔딩을 노리는만큼 거의 베스트 플레이를 노렸습니다.

딸의 생일을 9월 달로 설정해서, 시작 직후 아버지 연 수입이 한 번 더 들어오도록 하여

여행 승려의 가장 큰 단점인 가난한 초반 운영에 숨통을 트이도록 하였고

초반부 세이브-로드 작업을 통해서 집안일을 100% 성공하여 추가 수입을 받도록 하였습니다.

그리고 첫번째 여름에 폭염이 나오도록 하여서 무술 도장에서 체력을 급속도로 올려서 첫번째 수확제에서 우승을 하는데 성공하였습니다.

그 다음부터는 넉넉한 자금을 바탕으로 여유있는 운영이 가능했습니다.

 

저를 가장 고생하도록 한 것은 도덕심이었습니다.

5월의 신부 엔딩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도덕심이 반드시 300~500이어야 하는데

시작부터 상당히 높은데다가 여러 가지 이벤트로 상승하는 도덕심을 관리하는 것이 고역이었습니다.

성품 900 달성 이벤트로 도덕심이 50가까이 치솟을 때는 절망감이 솟아오르더군요.

 

일단 성당은 꿈도 못 꾸고, 예절 교실조차 도덕심 상승 때문에 포기해야 하고

일반 상태에서는 도덕심이 떨어지는 광산을 계속 보내서 도덕심을 낮추었습니다.

그 정도로는 관리가 안 되서 나중에는 가난 상태로 만들어서 추가 도덕심 하락을 노리고

매력 상태로 만들어서 댄스 교실에서 도덕심 하강을 노렸습니다.

차라리 올스탯 맥스를 찍는게 쉬워도 훨씬 쉬웠을 것입니다.

 

집안일 30회도 만만치 않았는데

총 행동 횟수 192회 중에서 1/6 가까이를 능력치 상승에 도움이 안 되는 것에 낭비해야 했습니다.

그냥 낭비면 차라리 나을텐데 집안일은 도덕심을 올려주고 프라이드를 낮추는 효과가 있어서

위의 도덕심 제한과 맞물려서 목표 달성의 난이도를 대폭 올려주었습니다.

 

 

모든 일정을 마친 후에 능력치 총합.

솔직히 말해서 저 도덕심 조절과 집안일에 날린 일정만 아니었으면 모든 능려치를 999 찍고도 턴이 남았을 거라고 자부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엔딩 버튼을 누르고 대망의 엔딩을 기대하였는데

 

 

두더지 왕자와 결혼하였습니다.

 

 

저 상황에서 저의 모습을 한 장의 사진으로 요약하였습니다. 

 

'뭐냐!! 도대체 뭐가 문제냐!!' 를 외치며 엔딩 조건을 다시 한 번 확인해보았더니

5월의 신부 엔딩은 프린세스 엔딩 조건을 만족시킨 상태에서는 가장 높은 우선 순위를 가지지만

프린세스 엔딩 조건을 만족시키지 못한 상태에서는 가장 낮은 우선 순위를 가진다고 적혀있더군요.

간단히 말해서 왕자도 공략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적당한 시점으로 로드를 하여서

자유행동 1회, 궁중 시녀 아르바이트 15회로 추가로 16번의 행동을 사용하여 조건을 만족시켰습니다.

다시 한 번 조건을 확인하고 대망의 엔딩이 시작되었습니다.

 

두더지 왕자가 이번에도 찾아오지만 이번에는 딸이 두더지를 거절합니다.

 

왕국의 왕자도 찾아오지만 딸이 거절합니다.

왕자를이 결혼하고 싶어서 줄을 서는 마성의 딸내미입니다.

 

왕자들의 청혼을 거절한 딸은 아버지에게 자신의 비밀을 고백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진정한 꿈은 왕자와의 결혼이 아닌 아버지와의 결혼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엔딩이 시작합니다.

 

이 엔딩은 참 기구한데 국내에 처음 발매된 만트라 버전에는 이 엔딩이 삭제되어 있었습니다.

뭐, 아무리 양아버지라도 아버지와 딸의 결혼이 당시 심의를 통과하지 못한건 당연한 일이었죠.

재미있는 것은 사용되지 않은 데이터로 엔딩 CG와 엔딩 음성이 들어있었다는 것입니다.

이것을 게이머들이 추출하게 됩니다.

 

그리고 다시 발매된 후지쯔 버전에서 이 엔딩은 '효녀 엔딩'으로 둔갑해서 실리게 됩니다.

'평생동안 아버지를 모시고 살게요.' 로 요약이 가능합니다.

그리고 게이머들은 앞에서 추출한 음성을 덮어씌우는 방식으로 나름대로 엔딩을 완성합니다.

제가 한 것도 후지쯔 버전에 만트라 음성을 사용한 버전입니다.

 

엔딩을 음성 버전으로 감상하고 나니 '요 요망한 것♡' 이라는 말이 바로 나오더군요.

'친 딸이 될 수는 없었지만 딸은 낳아줄 수 있게 되었다.' 라니,

'결혼하면 이제 당신이라고 불러야 하니 마지막으로 아빠라고 부르게 해달라.' 니

왜 도덕심이 높으면 안 되는지 이해가 가는 엔딩이었습니다.

 

 

마지막에 갑자기 딸이 나와서 요정 여왕에게 사과하는 장면이 추가됩니다.

 

나무위키에서는 왕국의 프린세스 엔딩과 이 엔딩 중 어느 것이 진 엔딩이냐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저는 이 엔딩이 진 엔딩이라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조건이 더 까다로워서가 아니라 이 엔딩을 보려면 왕자의 청혼을 거절해야 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왕자와의 결혼을 위해서 요정에서 인간이 된 딸 아이지만 인간으로서 아버지와의 8년 동안 진정으로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고

프린세스가 될 수 있는 기회가 눈앞에 있음에도 거절하고 자기 자신을 위한 진정한 행복을 찾는 것이 저는 진정한 엔딩이라고 생각합니다.

왕자와의 결혼에서는 나오지 않는 소소한 추가 요소들이 많은 것은 이게 진 엔딩이라는 심증을 굳히게 만들기도 합니다.

 

7. 후기

 

이것으로 프린세스 메이커 3의 플레이는 마치겠습니다.

마음만 먹으면 어느 직업으로도 전 능력치 999를 달성할 수 있을 것 같고

제약 플레이도 퇴직 기사로 요정 여왕이나, 여행 승려로 5월의 신부면 충분히 했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굳이 엔딩을 수집하겠다고 하는 것은, 제 기준으로는 게임을 노동으로 바꾸는 일이고

이 게임은 딸의 행복한 모습을 보면서 저도 행복해지기 위해서 하는 게임이기에 굳이 배드 엔딩까지 모으고 싶지도 않습니다.

 

게임을 시작하면 요정 여왕이 딸의 꿈을 이루어주면서 당신도 행복한 꿈을 꾸라고 말합니다.

정말 그 말 그대로였습니다.

게임을 하면서 이렇게까지 행복한 기분을 느껴본 적이 오랜만인 것 같습니다.

이런 행복한 기분은 가슴에 품고, 다음은 어떤 게임에 도전해볼까 고민을 해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