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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는 이야기

에버랜드에서 데이트(2022.09.24)

 제가 마지막으로 에버랜드에 다녀온 것은 저 멀리 고등학교 시절로 돌아가야 합니다. 당시 과학고등학교에서 소풍으로 에버랜드를 갔는데 날이 별로 좋지 않아서 그다지 즐겁지 않았던 기억만 어렴풋이 남아있습니다. 반대로 여자 친구는 학생들을 인솔하고서 매년 가는 곳입니다. 하지만 일로서 가는 것이라서 마음대로 돌아다닌 기억은 거의 없다고 합니다. 그래서 언제 한 번 같이 가서 즐겁게 놀다 오자고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그래서 날짜를 맞추어보니 9월 말이 되었습니다. 조금 더 일찍 갔어도 좋을 것 같은데 결혼 준비를 하다 보니 더 당기기가 힘들더군요.

 아침 8시 조금 전에 여자 친구 아파트까지 가서 출발했습니다. 여자 친구는 에버랜드 갈 때는 항상 쓴다면서 너구리 꼬리가 달린 모자를 썼는데 정말 귀여웠습니다. 코디도 사파리를 컨셉으로 맞추고 엄청 기대하더군요. 옆에서 보는 저도 즐거울 정도였습니다. 날씨는 정말로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수준이었습니다. 푸르른 가을 하늘이 펼쳐져 있고, 아침저녁으로 기분 좋은 선선한 바람이 부는 날이었습니다. 낮에는 조금 더운 게 흠이긴 하였지만 여름 볕에 비할 바는 아니었고요. 다만 이렇게 생각한 것이 저희만이 아니었는지 9시 조금 넘어 도착했는데 주차장에 자리가 거의 없는 수준이었습니다. 티켓을 끊고 줄 끝에 서서 어마어마한 인파에 놀라고 있으니 평소보다 빠르게 평소보다 이른 9시 반에 개장하더군요.

 

아직 9월인데 벌써 에버랜드는 할로윈이더군요. 여기저기에서 할로윈 장식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크리스마스나 부활절이라면 크리스트교 신자도 많으니 이해가 가는 데 할로윈이 우리나라에 들어와서 정착이 된 것이 잘 이해가 안 갑니다. 저 어릴 적만 해도 정말로 외국 영화에서나 나오는 행사였는데요.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사면서 놀이기구를 예약했습니다. 예약은 Lost Valley를 하였고, 커피 두 잔을 수령한 다음에는 아마존 익스프레스에 가서 줄을 섰습니다. 전에 브라질 축구 대표팀이 가서 타는 영상을 보니 저도 타고 싶더군요. 아침부터 벌써 대기 시간이 100분이더군요. 

 

 아마존 익스프레스, 솔직히 저는 높은 곳에서 움직이는 놀이기구에 약한 편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물 위에서 움직이는 놀이기구가 훨씬 편합니다. 시간이 있다면 후룸 라이더도 타러 갔을 것 같은데 대기 시간이 너무 길어서 포기하였습니다. 물 위에서 흔들리면서 이곳저곳에서 부딪히는 아마존 익스프레스는 즐거웠습니다. 여자 친구는 동영상도 찍던데 저는 핸드폰을 물에 떨어뜨릴까 봐 그렇게는 못 하겠더라고요. 조금만 더 빠르고, 길었으면 좋겠다는 아쉬움도 있었지만 그래도 즐거웠습니다.

 

 아마존 익스프레스 다음에 Lost Valley까지 시간이 남아서 주변에 있는 동물들을 구경하러 다녔습니다. 대부분의 동물들이 따스한 가을볕에 녹아내리고 있더군요. 그늘 밑에서 고롱고롱 자고 있는 사막 여우가 특히 귀여웠습니다. 호랑이도 봤고, 펭귄도 보았습니다. 

 

 동물과 가까이 접근해도 괜찮은 곳도 있더군요. 카피바라가 행복하게 볕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돌아다니면서 동물을 구경하다 보니 어느새 시간이 되었습니다. 다 보고 오면 배가 고플 것 같아서 츄러스를 하나 사서 둘이서 나눠먹고 Lost Valley 사파리로 향했습니다.

 

 Lost Valley에는 정말로 다양한 동물들이 있었습니다. 이 중에서 하나를 꼽으라면 저는 기린을 고르겠습니다. 

 

그 큰 덩치로 차량까지 다가와서 사육사가 주는 먹이를 받아먹는데 귀여우면서도 박력이 있더라고요. Lost Valley가 끝난 후에는 점심을 먹으러 갔습니다. 원래는 여자친구가여자 친구가 먹고 싶은 걸 사주려고 했는데 여자 친구가 여기서는 가격에 비해서 그다지 먹을 게 없다고 해서 가볍게 먹자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학생들이 소풍 오면 많이 먹는 메뉴를 먹어보고 싶다고 해서 안에서 햄버거를 먹었습니다. 

 

 그 다음에는 팬더를 보러 갔습니다. 왠지 돌이켜보니 하루 종일 동물 구경만 한 것 같네요. 팬더도 귀여웠고 같은 건물에 있는 레서 팬더도 정말 귀여웠습니다.

 

 그 다음에는 할로윈 퍼레이드를 관람하였습니다. 정규 퍼레이드에 비해서 시간은 짧긴 했는데 그래도 꽤나 공들인 티가 나더군요. 근데 다시 한 번 얘기하지만 언제부터 할로윈이 저렇게 커졌는지 정말 신기합니다.

 

 그 다음에는 여자 친구와 여기저기서 사진을 찍고 다녔습니다. 이날은 날씨도 좋고 사진도 잘 나와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다 얼굴이 나온 사진이라서 블로그에 올리지 못하는 게 아쉬울 정도로요. 그렇게 3시 정도 되고 나니 저와 여자 친구 모두 체력이 바닥 나서 더 무리하지 않고서 기념품 가게에 들러서 선물을 사고 에버랜드를 떠났습니다. 선물은 자동차 열쇠 고리와 인형으로 했습니다. 나중에 어머니는 사진을 보시고는 둘 다 참 순수하다고 하시더군요. 정말로 행복한 하루였습니다. 그나저나 오후 4시에 나가는데 그때에 들어오는 가족 단위 관람객이 생각보다 많더라고요. 더 늦기 전에 빠져나가서 다행이라고 생각할 정도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