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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는 이야기/기행문

여름 휴가는 대관령에서(3) - 마지막 날

1.

다음 날 아침, 8시 즈음에 상쾌하게 일어났습니다.

한동안 온몸이 땀 투성이가 되어서 일어나자마자 샤워를 해야하는 날들이었는데 기분이 좋았습니다.

하루를 좋아하는 온수 샤워로 시작할 수 있는 것은 덤이고요.

 

숙소에서 제공하는 아침 식사를 즐긴 후에 10시 전에 체크 아웃을 하였습니다.

택시를 타고 나갈 예정이라, 지난 밤 귀가 길에 택시 기사 분의 연락처를 받아왔는데

펜션 주인 아저씨께서 고맙게도 태워주신다고 하셨습니다.

 

펜션 주인 분이 상당히 친절하셔서 묶는 동안 상당히 좋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다음에 이쪽에 올 때도 특별한 일이 없다면 같은 곳에서 묶으려고 합니다.

 

2.

이튿날 예정은 돈키호테 목장이었습니다.

입장료 대신으로 동물의 먹이를 사서 들어가서 돌아다니면서 동물의 먹이를 줄 수 있었습니다.

동물들도 사람에 익숙해졌는지 낯선 사람에게 보내는 경계의 눈초리가 아니라

먹을 것을 주는 사람에게 보내는 간절한 애교를 보내더군요.

 

토끼, 예전에 마당에서 토끼를 키울 때조차 못 만져본 토끼를 여기서 만져보네요.

기니피그, 다른 얘들과 달리 얘들은 만져보려고 손을 내밀면 기겁을 하더군요.

말린 사과를 먹는 앵무새.

일부러 큰 덩어리를 주어서 어떻게 먹나 봤더니 한 발로 먹이를 붙잡고 베어먹더군요.

사소한 사고가 났는데 얘한테 먹을걸 주고 있으니 옆 우리의 앵무새가 스스로 걸쇠를 벗기고(!) 나와서 자신에게도 먹을걸 달라고 요구하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덕분에 입구로 돌아가서 주인 아주머니에게 신고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일이 드물지 않은지 바가지로 능숙하게 잡아서 우리에 다시 집어넣으시더군요.

 

얘네들 이름이 뭐였더라....?

세상 모든 것이 귀찮은 북극 여우, 하긴 더워서 죽을 맛이겠죠.

빨리 먹을 것을 달라고 협박하는 다람쥐.

 

그 다음에는 당나귀를 타려고 갔습니다.

아쉽게도 당나귀는 현재 임신 중이라서 말만 탈 수 있다고 해서 말로 바꾸었습니다.

 

옆에서 도와주시는 분은 몽골 분이셨는데

제가 타는게 안정적이고 겁도 먹지 않는걸 보고 계속 속도를 올려서 꽤나 스릴 넘쳤습니다.

그 분이 찍어주신 사진.

상당히 즐거운 시간을 보내서 팁으로 천원 몇 장 정도 슬쩍 드렸더니 좋아하시더군요.

 

여기서도 먹이를 주는데 큰 뿔을 가진 숫놈이 암놈들을 쫓아내고 독식하더군요.

그 외에 바가지를 뚫어버릴 기세라 손으로 주었으면 큰일이 날 뻔 했던 타조도 있었고,

이 목장의 아이덴티티인 당나귀도 보았습니다.

당나귀는 겁이 더 많은지 한 놈이 가까이만 가면 경기를 일으켜서 제가 다 놀랐습니다.

 

3.

원래 일정은 이후에 버스를 타고 강릉으로 넘어가서 강릉 관광까지 하는 것이었지만

바로 출발 직전에 강릉이 폭우로 큰 피해가 났다는 기사를 보기도 했고

솔직히 연 이틀 상당히 걸었더니 좀 지친데다 다음 날 출근도 해야 해서 귀가하기로 하였습니다.

 

돌아가기 전에 집에 가져다 드릴 지역 특산품을 찾아보니 황태더군요.

처음에는 바다도 없는 대관령에 무슨 황태가 특산품인가 하고 의문을 가졌지만

강릉 쪽에서 잡은 것을 대관령에서 말리면 기후 덕에 독특한 풍미가 난다고 하더군요.

받으신 어머니께서 상당히 기뻐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