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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는 이야기/기행문

여름 휴가는 대관령에서(1) - 양떼 목장에서 한 때

1.

대학원생 생활을 하면서 특별히 여름 휴가로 여행을 가본 적은 없었지만,

올해는 견딜 수 없는 더위 때문에 완전히 지쳐서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어졌습니다.

그래서 어딘가 시원한 곳에서 쉬다 올 계획을 잡았고, 대관령으로 1박 2일로 피서를 떠났습니다.

 

2.

어제 아침 동서울 터미널에서 횡계로 출발했습니다.

도착 예정 시간보다 조금 더 늦게 1시가 다 되어서야 터미널에 도착하였습니다.

내리는 순간 확실히 서울과도 다르다는게 느껴졌습니다.

그래도 여름이라고 햇볕은 뜨겁지만 선선한 바람이 온몸을 훝고 지나가고 그늘은 시원하더군요.

 

먼저 점심식사를 해결하려고 시내로 들어갔는데 시내가 좀... 많이 작더군요.

나름 오삼불고기 거리라고 거창하게 써놓았는데 오삼불고기를 파는 식당 숫자도 너다섯 정도이고.

먼저 시내를 한바퀴 다 돌은 후에 황태 해장국으로 점심을 먹었습니다.

 

3.

2시에 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대관령 양떼목장으로 향했는데, 하차하니 완전히 별천지더군요.

기온도 서늘하고 옷이 젖을 정도로 물안개가 가득하였습니다.

 

사실 날씨에 관해서는 제가 운이 좀 없는 편이었습니다.

제가 여행 계획에 목장을 넣으면서 기대한 것은 푸르른 하늘과 끝없이 없는 녹색 들판,

그리고 여기저기서 양떼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는 목가적인 풍경이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뭔가 공포 영화에만 나올 법한 짙은 안개로 덮힌 산길이었습니다.

물안개로 한치앞도 보이지 않고 계속 소나기가 쏟아져서 관광하기에는 좋지 못한 날이었습니다. 

 

그래도 양은 원없이 보았습니다.

두번째 사진처럼 나무 울타리에 기대서 졸고 있는 녀석이 있는가 하면

세번째 사진처럼 울타리 바깥에 맛있는 풀이 있는지 굳이 고개를 쳐박고 뜯어먹는 녀석도 있었습니다.

양들에게 직접 건초를 먹여주는 공간도 있었습니다.

안내하시는 직원분들이 물지 않으니 안심하고 먹이를 줘도 괜찮다고 하여서

손바닥에 건초를 올려서 앞으로 쑥 내미니 우걱우걱(이보다 잘 어울리는 의성어가 없는 것 같습니다.) 먹어치우더군요.

머리가 크고 턱이 억세서 물리면 많이 아프겠다는 생각은 들었는데

솜씨좋게 풀만을 잘 먹어서 혀가 손바닥을 몇 번 훝은거 빼고는 아무런 문제없었습니다.

다들 사람들에게 먹이를 받아먹는게 익숙해보였고 머리나 얼굴을 가볍게 쓸어줘도 무심하더군요.

 

사진 갤러리에 있는 새끼 양들의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먹이를 준 후에도 바로 나가지 않고 굳이 정상에 있는 새끼양 방목지까지 올라갔습니다.

덕분에 물안개와 소나기, 그리고 땀으로 속옷까지 전부 젖어버렸습니다.

 

그런데 도착해서 보니 뭔가 속은거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새끼 양 방목지의 양들이 그렇게까지 어리지 않았고,

아무래도 사진 촬영을 위해 깔끔하게 씻기고 털도 정리한 양에 비해서 좀 지저분하더군요.

 

4.

몸이 너무 젖어서 자칫 잘못하다간 감기에 걸리겠다는 생각도 들었고

그렇지 않더라도 옷이 몸에 달라붙어서 기분도 나쁘고 움직이기도 불편해서

예정을 변경해서 체크인을 먼저 하기로 하고 픽업을 요청했습니다.

 

5.

목장에서 구입한 기념품.

보자마자 오늘 본 양들과 똑같이 생겼다고 생각되어서 샀습니다.

오늘 집에서 어머니께 여행 선물로 드렸는데 매우 마음에 들어하시던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