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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의 영역/혼자하는 게임

Persona 4 Golden(2) - 게임의 주제, 그리고 5월

1.

게임이 무게감을 가지기 위해서 그 안에 나름대로의 메시지를 담고 있어야합니다.

순간순간 번뜩이는 재치와 예상치 못하게 이야기를 비트는 기교도 중요하지만,

결국 그 안에 묵직하게 중심을 잡아주는 메시지가 없다면, 작품이 가볍거나 심하면 공허해지기 마련입니다.

 

Persona 3부터 시작되는, 여신 전생으로부터 독립한 Persona 시리즈를 관통하는 주제는 '인연' 입니다.

주인공은 단순히 던전을 돌면서 쉐도우를 쓰러뜨리면서 강해질 뿐 아니라 일상 생활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인연을 맺으며,

그들과의 유대가 강해질수록 해당 속성을 가지는 페르소나를 생성할 때 경험치 보너스를 받습니다.

페르소나들이 레벨 업에 필요한 경험치가 높기에 후반으로 갈수록 이러한 커뮤니티 보너스를 받는 것이 게임 플레이의 핵심이 됩니다.

그리고 이러한 인연의 힘을 하나로 모아서 세상을 구하는 것이 페르소나3의 스토리였죠.

 

Persona 4에서도 이러한 인연은 중요한 요소입니다.

4월의 커뮤니티가 주로 같은 반 친구들과 클럽 활동 동료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면,

5월이 되면서 같은 집에 사는 도지마 외삼촌과 나나코, 그리고 아르바이트에서 만나는 인물들로 범위를 넓혀갑니다.

외삼촌이 자주 집을 비우는 상황에서, 나나코를 홀로 두고 외출하는 일이 잦던 4월은 꽤나 가슴아팠기에 솔직히 반갑습니다.

물론 외삼촌이 집을 자주 비우는데는 나름대로의 사정이 있지만 사실 미국같은 곳이었으면 아동학대로 고소당했죠.

이들과 커뮤니티를 진행하면서 점점 가족으로 같이하는 시간이 늘어나는게 보기 좋습니다.

새로 추가된 텃밭 일구기도 가족다운 이벤트라서 보고 있으면 흐뭇하고요. 거기에 SP 회복 수단이 늘은 것은 덤이고요.

 

2.

이 작품은 거기에 더해 '자신의 이면 받아들이기' 라는 게임 제목에 어울리는 멋드러진 메시지를 더합니다.

Persona 시리즈를 상징하는 '나는 그대, 그대는 나'가 더 이상 단순히 대사에 그치지 않게 되는 것이죠.

TV 속으로 떨어진 이들은 그곳에서 자신의 이면을 마주하게 됩니다.

요스케는 동경하던 선배의 죽음에 대한 분노 속에서도 지루한 시골 생활을 타파할 새로운 모험에 대한 기대가 있었고,

치에는 선머슴 취급받는 자신에게 머리도 좋고 인기도 많은 유키코가 의지하는 것에 대해서 은밀한 우월감을 품었습니다. 

이러한 이면을 자신의 일부로 인정하는 것을 거부할 때, 이 이면은 '괴물'이 되어 자신을 덮쳐옵니다.

현실에서도 이 '컴플렉스' 라는 괴물에 인생 내내 갉아먹히면서 사는 사람들이 적지 않죠.

그러나 이러한 모습도 자신의 일부로 받아들일 때, 그 모습은 또 하나의 힘이 되어 자신을 지켜줍니다.

이러한 주제 의식을 게임 내에 잘 녹여내는 것이 제가 이 작품, 그리고 이 시리즈를 좋아하는 이유입니다.

 

더구나 이들이 받아들이고자 하는 이면은 특이한 것이 아닙니다.

평범한 일상에서 벗어난 멋진 모험을 펼치고 영웅이 되고 싶은 마음,

열등감을 느끼던 상대가 자신에게 의지하는 것에 대한 말 못할 우월감,

어른들이 정해준 길에 반발하여 새로운 세계로 나가고 싶은 답답함,

자신의 성별의 스테레오 타입과 동떨어진 자신의 성향,

이러한 것들은 전부 평범한 10대가 가질만한 고민이고 이것들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이 작품은 훌륭한 쥬베나일 판타지가 됩니다.

 

3.

Golden으로 넘어오면서 변한 것 중 하나가 전작에서 단순히 특정 능력치를 올려주던 독서의 효과가 다양해진 것입니다.

이제 공부법 책을 다 읽으면 공부할 때 증가하는 지력의 양이 증가하는데 중간고사를 준비하면서 바뀐 효과를 톡톡히 누렸습니다.

5월 초반은 이렇게 밤에 공부하면서 중간고사를 준비하고, 좋은 성적을 거두어 교내 커뮤니티에 버프를 얻었습니다.

 

그리고 5월 후반에는 퀘스트 재료를 위해서 유키코 성을 다시 한 번 돈 후에, 칸지가 있는 대욕탕을 돌파해야합니다.

드디어 여우가 합류해서 돈을 내고 SP를 회복할 수 있게 되지만, 가격이 기둥뿌리를 뽑는 수준이라 함부로 쓸 수 없습니다.

게다가 상위 스킬들을 배우면서 SP 소모량이 늘었기에 부담감은 결코 덜하지 않습니다.

SP 효율이 떨어지는 광암 약점을 가지는 적들이 늘어난 것도 SP를 효율적으로 써야하는 입장에서 골머리를 썩게 합니다.

 

유키코 성의 보스인 모순의 왕은 붉은 벽으로 화염 약점인 것처럼 연기를 하는데 사실 화염 흡수였다는 반전은 좋았는데

난동부리기의 데미지 책정을 너무 높게 해서 밸런스가 무너진 보스가 된 것이 좀 아쉽습니다.

정상적으로 진행을 하니 파티 레벨이 17레벨이고, 보스 레벨도 17레벨인데 난동부리기 한 번에 파티가 전멸하더군요.

 

칸지 던전의 보스는 왠지 전보다 더 쉬워졌다는 기분입니다.

적들이 서로 걸어대는 버프의 효과가 무시무시했다는 기억이 있는데 의외로 위기도 없이 깔금하게 끝냈습니다.

이제 6월이 되면 주인공 파티의 개그를 책임지는 칸지가 합류해서 더욱 왁자지걸한 일행이 되겠네요.

아, 그리고 던전을 진행하다 보니 갑자기 치에와 유키코가 합체기를 쓰더군요. 전작에는 없는 기능이었는데 마음에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