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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의 영역

게임에서의 그래픽과 스토리

설 연휴에 후배 만나서 저녁 먹는 중에 화제가 나와서 한 번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저는 게임에서 그래픽이 차지하는 비중은 투수에게서 변화구가 차지하는 비중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투수가 빠르고, 로케이션이 좋은 직구를 가지고 있다면 변화구는 단지 부차적인 요소일 뿐입니다.

전성기의 랜디 존슨도 직구와 슬라이더 투 피치에 가까웠지만 위대한 투구를 보여주었죠.

 

스토리가 게임에 차지하는 비중에 대해서도 비슷하게 생각합니다.

'게임에서의 스토리의 비중은 포르노에서 그것과 같다.' 는 좀 너무 나간 것 같지만

'슈퍼 마리오 월드'가 마리오가 피치 공주를 구하는 장대한 서사시 덕에 명작은 아니잖아요.

 

하지만 직구가 좋지 못한 투수는 변화구에 의존할 수 밖에 없습니다.

물론 직구가 좋지 못한 투수들 중에서 질좋고 다채로운 변화구로 성공을 거둔 케이스가 있습니다.

실제로 게임에서도 좋은 그래픽이나 스토리만으로도 고정 팬을 확보한 사례가 있고요.

그렇다고 그래픽과 스토리가 게임 성공의 불가결한 요소냐고 하면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위대한 투수들은 좋은 직구가 필수적인 것처럼 결국 저런 요소만으로 최고의 게임은 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게임에 있어서 직구란 무엇인가를 묻는다면 결국 게임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게임성이라는 것은 결국 의사결정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1) 지속적으로 유저에게 의사결정을 유도하여 이를 통해 적극적으로 게임에 참여하도록 하는가

2) 옳은 결정에는 걸맞는 보상이, 틀린 결정에는 걸맞는 징벌이 주어지는가

3) 옳은 결정을 위해서 필요한 정보를 게임 내에서 충분히 얻을 수 있는가

4) 옳은 결정을 위해서 고려해야할 요소가 지나치게 적거나, 많지 않은가

 

이러한 사항들을 높은 수준으로 갖춘다면 저는 높은 게임성을 가진다고 판단합니다.

 

그래서 저는 요즘 트렌드인 AAA게임에 대해서 마뜩치 않게 생각합니다.

게임에서의 그래픽은 정보를 효율적으로 전달하면 일차적인 목표를 달성한 것이고,

거기에 게임에서 형성하고자 하는 정서를 충분히 전달한다면 더할 나위 없다고 생각하는 입장에서

AAA게임은 그냥 부차적인 요소에 과투자하고 있는 비효율적인 게임입니다.

차라리 더 싼 가격으로 자주 나와주는게 회사와 게이머 모두에게 이득이 될 것 같습니다.

 

PS.

약간 벗어난 이야기를 하면 저는 다키스트 던전 이야기를 할 때 어려운 게임이라고 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판단에 고려할 요소가 많거나, 빠르게 판단해야 하거나, 판단을 실행하기 어려울 때,

저는 게임이 어렵다고 하는데 다키스트 던전은 이 어떤 것도 해당 사항이 없습니다.

 

이 게임이 어렵다고 착각하는 이유는 옳은 판단을 해도 나쁜 결과가 돌아올 때가 많기 때문인데

그건 제 기준으로는 어려운 게임이 아니라 짜증나는 게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