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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의 영역/독서

상처 이야기(키즈모노가타리) 감상글(2) - 화자 아라라기에 대해서

화자인 아라라기 코요미에 대해서 한 번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그는 여러 번에 걸쳐서 자신이 화자로서 적당하지 않다고 주장합니다.

저는 그렇게 말하는 것이 단순한 겸양이 아니라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화자란 무엇일까요?

제가 생각하는 좋은 화자란 독자에게 사실을 알기 쉽게 설명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과도하게 개입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이야기하는 화자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코요미는 화자로서는 문제점 투성이입니다.

 

작중 코요미에 대한 묘사를 한 번 따져봅시다.

1. '중학교 때까지는 우등생이었지만 고등학교 올라와서 수업을 따라가지 못하는 낙오자가 되었다.'

2. '집에 있는 것이 거북하여 휴일이나 공휴일이 거북하다.'

3. '고등학교 3년 간 친구라고 할 만한 사람이 아무도 없다.'

4. '개학식 날 학교가 일찍 끝나자 할 일 없이 학교 주변에서 시간 죽이기를 하고 있다.'

 

제가 좀 특수해서 1번 상황에 빠진 사람들을 꽤나 많이 아는데 이거 상당히 위험한 경우입니다.

괜히 제가 나온 대학교에서 1년에 한 명 씩 사람이 떨어져서 죽는게 아닙니다.

거기다 2번과 3번에서 볼 수 있듯이 인간 관계 역시 완전히 파탄 상태입니다.

작중에서 코요미는 하네카와의 가정 사정에 대해 경악하지만

키즈모노가타리 시점에서는 자식이 아무런 이야기 없이 훌쩍 사라져도 신경쓰지 않을 정도라면

코요미의 가정도 파탄이 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리고 4번에서 추정하건데 이런 현실을 잊을만한 취미같은 것도 없어 보입니다.

 

본인에서 작중에서 스스로는 희화화하는 경우가 많아서 눈치채기 힘든데 결코 웃을 일이 아닙니다.

이거 간단히 말해서 자살 가능성이 높은 요주의 인물이라고 밖에 볼 수 없습니다.

실제로 그는 작중에서 빈사 상태에 처한 흡혈귀에게 자신의 몸을 제공한다는

전무후무한 독특한 방식으로 자살을 시도합니다.

 

이렇듯 그는 단편적인 사실만을 이야기하였지만 본질적인 진실은 이야기하지 않았고

이는 그가 전하는 이야기 시리즈 전체가 생각없이 읽으면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지나치기 쉽습니다.

화자로서는 실격이라고 생각합니다.

 

덧붙혀서 코요미가 이야기하지 않은 것이 적어도 하나 더 있다고 생각합니다.

키즈모노가타리 뿐만 아니라 전 작품에 걸쳐서

코요미는 이상하리만큼 키즈샤에 대한 묘사에서 아름답다라는 묘사를 빼놓지 않고 있습니다.

그리고 처음 키즈샷에게 자신의 몸을 바치면서 한 독백도 이렇죠.

아름다운 것을 살리기 위해서라면 아름답지 않은 나는 죽어도 괜찮다.

제가 생각하기에는 결국 코요미는 키즈샷에게 한 눈에 반한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것을 언급하지 않는 이유가 쑥스러워서인지 아니면 스스로도 눈치채지 못한 건지는 모르겠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