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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의 영역/독서

15소년 표류기 / 쥘 베른 저 / 열림원

1.

제일 좋아하는 작가를 꼽으라고 하면 저는 망설임없이 답할 수 있습니다. 바로 쥘 베른입니다.

어렸을 적에 쥘 베른 소설을 많이 탐독했었죠.

 

이번에 책 쇼핑하다 쥘 베른 컬렉션을 봐서 소년시절 생각이 나서 하나하나 보다보니

어렸을 때 읽었던 책과 페이지 수가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았습니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완전판을 한 번 읽어보겠다는 마음으로 하나씩 사서 모으려고 합니다.

 

2.

이 책을 이야기할 때, 책 제목 이야기를 빼놓을 수가 없습니다.

프랑스어를 할 수 아시는 분은 바로 눈치채셨겠지만 원제는 '2년 간의 방학' 입니다.

역자 후기에도 달려있지만 일본어 번역판을 중역하여 저 제목이 된 것이지요.

 

다만 지금 와서 원제로 칭해도 국내 독자 중에서 알아볼 사람이 없을 것이라는 역자의 말도 그렇고

저걸 방학이라고 하면 15인의 소년들에게 돌아가며 구타당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하는지라

저도 바뀐 이름을 계속 사용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3.

이 소설과 '로빈슨 크루소' 덕분에 어린 시절 무인도에 대한 로망을 키우게 되었죠.

푸른 하늘과 끝없이 펼쳐진 바다, 그리고 새하얀 모래사장과 우거진 녹음 밖에 없는 섬에서

직접 꾸민 생활 공간에서 손수 재배한 작물들과 가축들로 생활하는 것은 어린 시절 꿈이었습니다.

 

지금도 무인도에 대한 로망은 형태를 바꾸어서 남아있기는 합니다.

주인없는 무인도를 구입해서 으리으리한 양관을 짓고, 전기와 식수조차 자급자족 체제를 갖추어서

가끔씩 방문하는 친우들을 태우고, 생필품을 보충해 주는 연락선 외의 모든 외부와의 연결을 끊고

가족들과 생활을 뒷바라지 하는 소수의 사용인들과 사는 것입니다.

괘씸한 후배 놈은 이 이야기를 듣자마자 살인 사건을 위한 최고의 무대라고 하더군요.

 

4.

책 내용은 사고로 폭풍에 휘말려서 먼 바다로 밀려가 무인도에 좌초하게 된 15인의 소년들이

2년 간 자신들의 삶의 터전을 일구고, 마지막에 악당들을 무찌르고 고향으로 돌아간다는 내용입니다.

 

전체 30개의 챕터 중에서 외부인이 도착한게 21번 챕터이니 책의 1/3 가량이 악당과의 투쟁이고,

그 외에도 식량 확보와 같은 문제에 집중하느라 탐험, 모험의 요소는 생각보다 적습니다.

남극 근처라 도저히 움직일 수 없는 겨울이 길고, 첫번째 리더인 고든은 신중한 성격에 고향으로의 귀환보다는 풍요로운 식민지 건설을 목표로 하고 있기도 하고요.

 

그 이상으로 묘사되고 있는 것이 소년들 간의 알력 다툼,

브리앙과 도니펀의 충돌, 이를 무마하려는 고든의 노력입니다.

그 중재가 파탄나면서 도니펀이 자신을 따르는 아이들을 데리고 갈라져 나가기까지 하였죠.

만약 세번 호 침몰이 좀더 늦었으면 질척질척한 전개가 이어졌을 가능성도 있었겠지만

언제나 내부를 단결시키는 것은 강력한 외부의 위협이죠.

 

브리앙과 도너펀의 세세한 갈등 부분을 좀 빼놓고

장황하게 체어맨 학원의 선후배 관계나 동식물의 식생을 설명하는 부분이 빠진 것을 빼면

의외로 어렸을 때 읽은 책도 원작에서 중요한 부분은 거의 다 들어있었네요.

 

5.

다른 감상을 찾아보다보니 흑인인 모코의 대우를 가지고 약간의 이야기가 있더군요.

일단 소설 내 묘사를 보면 투표권이 없다는 점을 제외하고 특별히 차별을 받는다는 묘사가 없습니다.

항해나 식사를 담당하는 것도 유일한 선원이어서 해당 기술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고

몇몇 아이들이 요리를 배워서 모코 부재시 식사 준비를 대신하는 것을 보면 천한 일을 전담시킨다는 개념도 아니고요.

 

제 생각에 쥘 베른은 흑인에게 참정권과 같은 문제에서 동등한 대우를 하는 것은 상상하지 못했던 제국주의 시대의 백인이기는 하지만 그들에게 인간적인 대우를 해야한다고 생각하였다고 생각합니다.

이걸 진보적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어보이고 온정주의적이라고 하는게 더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6.

쥘 베른 컬렉션에서 다음에 사려고 하는 것은 해저 2만리입니다.

저것도 어렸을 때 읽었던건 굉장히 짧은 책이었는데 2권이나 되어서 대부분이 모르는 내용일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