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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의 영역

작품은 무엇으로 기억되는가

이번에 새로 주문한 컴퓨터의 ODD 문제는

결국 LG 제 저가형 블루레이 플레이어를 하나 추가로 구매하는 것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나사가 완전히 망가져서 예전 컴퓨터에 설치하였던 ODD를 도무지 분리할 수가 없더군요.

설치를 완료한 후에 정상적으로 동작하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괴물이야기 BD를 한 번 돌려보았고, 저는 망설임없이 별 하늘 아래의 고백 장면을 골랐습니다.

 

저에게는 그걸로 충분했습니다.

그 전에도, 그리고 그 후에도 많은 이야기가 있었고, 또 이어졌지만 

결국 저에게 남은 것은 자신이 가장 행복했었던 밤 하늘의 기억 아래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털어놓으면서 사랑을 고백하는 수줍은 한 소녀가 있을 뿐이었습니다.

 

돌이켜보면 많은 작품들은 저에게 있어서 하나의 Scene으로 남는 것 같습니다.

스토리나 캐릭터들은 어찌 보면 그 하나의 Scene을 위한 소도구가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기억을 잃는다고 해도 다시 친구가 되어달라고 방긋 웃던 토오루,

웃으면 된다는 말에 눈부시게 아름다운 미소를 보여주던 아야나미 레이,

진다이 고교 2학년 4반, 출석번호 42번. 쓰레기 담당 겸 우산 담당이라고 자신있게 말하는 소스케,

이러한 scene들이 제 기억의 한 켠에 고이 간직되어 있기에

이러니 저러니 해도 이쪽 작품들을 계속 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대부분 10년은 넘은 작품들만 나오는게 좀 아쉽지만

그래도 작년 말에 나온 소녀종말여행이 저에게 멋진 것을 선물한 최신 작품이네요.

 

PS.

그것과 별개로 이야기 시리즈가 꽂혀있는 책장을 보면 악성 재고를 바라보는 상인의 기분이 됩니다.

빙의 이야기 이후로 손이 가지 않아서 비닐 포장도 안 벗겨진 상태입니다.

권수도 많고, 두께도 꽤 되어서 좀 부담이 되는 시리즈인데

그렇다고 버리기에는 아직 애정이 좀 남아있고 마음에 드는 권도 분명히 있어서요.

아무리 생각해도 가짜 이야기에서 깔끔하게 정리했어야 하는 시리즈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