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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의 영역/독서

키다리 아저씨 그 후 이야기 / 진 웹스터 저 / 더 클래식

1.

구입 후에 일단 완독하였지만 감상글을 올리는 것을 차일피일 미루다가

결국 지난 주말 학회에 참여하기 위해서 제주도로 가는 비행기에서 다시 한 번 읽었습니다.

 

원제는 'Dear Enemy'인데 번역본에서는 '키다리 아저씨 그 후 이야기'라는 제목을 사용하였습니다.

그런데 원제는 소설의 반전과 결말에 대한 치명적인 미리니름을 내포하고 있기에

차라리 무난한 저 제목이 순수하게 책을 즐기는 입장에서는 더 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2.

전작이 제류샤 애벗, 주디의 이야기였다면

이번 작품은 주디의 가장 친한 친구라고 언급되면서도 정작 비중은 없었던 샐리의 이야기입니다.

샐리는 약혼자에게 무시당한 것에 발끈하여 마음에도 없던 고아원 원장 자리를 받아들여

100명이 넘는 고아들에게 자신이 줄 수 있는 최대한의 애정을 베풀어주려고 노력합니다.

 

전작의 주디도 억척스럽긴 하지만 편지에 뼈가 있는 유머 속에서도 소녀다운 상큼함이 묻어난다면

아무래도 샐리는 상황이 상황인지라 고집과 억척스러움이 편지에 가득 드러나는데다가

직장 동료들과의 충돌, 고아들의 대한 걱정, 남녀 관계 문제 등으로 좀더 묵직해졌다는 느낌이 듭니다.

 

그러면서 이 이야기는 전작에서 이어지는 주디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왜냐면 샐리가 와서 존 그리어 고아원을 더 나은 곳으로 바꾸는 것은 주디의 계획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주디가 단순히 자신의 행운에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받은 사랑을 다시 베풀어서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 것이니까요.

 

실제로 샐리의 편지의 상당수는 주디에게 보내는 것이고

독자들은 이 편지들을 통해서 샐리의 솔직한 감정 뿐 아니라

명문가 마나님이 된 주디의 소식을 간접적으로 들으면서 호기심을 충족할 수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참 모범적인 속편이네요.

 

3.

그나저나 이 책을 요약하면 신분은 높지만 속물적이고 자신을 무시하는 약혼자 대신에

자신의 자아를 실현하는 일 중에 만난 퉁명스럽지만 사실은 따뜻한 남자와 결혼에 골인한다인데

당장 이 스토리 라인으로 글을 써도 촌스럽지 않을 정도로 현대적인 스토리 라인이네요.

 

4.

전작에서 이미 저비스가 주디에게 팔불출인건 지겹도록 봤지만

주디도 저비스 곁을 이틀이나 비울 수 없다고 답장했다가 샐리의 진노를 산 걸 보면 어지간한 것 같습니다.

 

아니, 혹시 저비스가 주디에게 이틀이나 떠나있지 말라고 매달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