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이번 크림 반도 사태에 대한 감상

※ 본 블로그의 주인은 결코 전문가도 아니고 남들보다 많이 알지도 않습니다.

※ 이 글은 감상입니다. 결코 분석이나 연구가 아닙니다.

 

1. 서구 언론의 위선

 

이번 사태에서 가장 크게 느낀 것은 서구 언론의 위선적인 태도입니다.

다들 러시아가 제국으로 회귀하는 것을 비난하지만 그들이 왜 그런 선택을 하였는지에는 함구합니다.

 

러시아가 제국을 포기한 20여 년 간 그들은 어떤 대우를 받았나요?

이제 한 물 간 2류 국가 취급을 받고 무시당했으며

그러면서도 서구 국가에서 잠재적 적성 국가 취급받는 것은 여전하였습니다.

나토를 동진시키지 않겠다는 약속은 빈 말이었고

서구권은 러시아를 약화시키고 견제하겠다는 의도를 감출 생각조차 없었습니다.

그들이 이런 상황을 견디지 못하고 다시 제국으로 회귀를 선택한다면이

상황을 만든 것이 푸틴의 사악함이라고 비난할 수 있을가요?

 

자꾸 조지아 들먹거리는 것도 코웃음이 나오는게

러시아를 무시하고 먼저 군사적으로 움직인게 누구며, 이를 부추긴게 누구였는데요

그쪽 기준으로는 러시아는 오른뺨을 얻어맞으면 왼뺨을 내밀어야할 것 같습니다.

 

러시아가 제국으로 회귀를 하는 것이 옳은 선택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합리적인 선택일 수도 있고, 시대착오적인 선택일 수도 있습니다.

다만 대다수의 러시아인들이 소련으로의 회귀를 원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고

이러한 사태를 만들고, 또한 이를 가능하게 만든 것은 서구권의 완벽한 외교 실패입니다.

 


2. 러시아의 절박함

 

이번 사태에서 시종일관 러시아가 주도권을 주고 있는 이유는

그들이 서방보다 강력해서도 아니고, 더 영리해서도 아니라 더 절박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일제 식으로 말하면 서방에게 우크라이나는 기껏해야 이익선이지만 러시아에게는 생존선입니다.

 

전 이번 사태에서 푸틴을 엄청난 천재 혹은 사악한 악마로 묘사하는 것에 반대하며

이번 사태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푸틴이 아니라 어떤 러시아 지도자라도

러시아 목젖에 반러 국가가 들어서고 세바스토폴에서 흑해 함대가 축출될 가능성을 방관할 리가 없습니다.

역으로 멕시코에 친중 반미 국가가 들어서려 한다면 미국도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막을 것입니다.

다만 그 '모든 수단'에 강력한 소프트파워를 이용할 수 있는 서구와는 달리

하드파워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 밖에 러시아는 이런 형태로 밖에 실력 행사를 할 수 없고요.

 

경제 제제나 외교 제제에 겁먹지 않는 이유도 그들이 더 터프해서가 아닙니다.

다른 쪽에 올려져 있는 것이 크림반도라면 서구권이 아무리 추를 올려도 저울의 평형은 바뀌지 않습니다.

자신들이 입을 경제적 피해 때문에 경제적 제제는 있을 수 없다는 EU하고는 상황이 다릅니다.

 

3. 크림 반도

 


사실 크림반도가 우크라이나로 넘어간 과정을 보면 '행정적인 착오'로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소련 시절 우호의 뜻으로 (어차피 자기 땅이니) 우크라이나에 지역에 땅을 조금 더 떼어주고

그게 소련 해체 이후에 그대로 넘어간 것에 불과하니까요.

 

우크라이나가 크림반도에 영토주권을 주장하지만

크림반도 소유권에 대해서는 러시아 측에서도 만만치 않은 명분이 있습니다.

1954년에 우크라이나로 넘어갔다고 하지만 어차피 소련 해체 전에는 한 나라였으니

크림반도가 러시아 땅이 아닌지는 20여 년 정도 밖에 안 되었습니다.

 

사실 저런 지역이라면 정말로 주민 투표를 통해 가고 싶은 곳으로 가는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투표 같이 특정 국가가 조직적으로 개입하고 조작이 거의 확실한 선거가 아니라

여러 나라가 참관하는 제대로 된 선거를 해서

우크라이나에 남고 싶으면 우크라이나에 남고 러시아로 돌아가고 싶으면 돌아가는게 맞아 보입니다.

 

4. 주데텐란트

 

이번 사태를 히틀러의 주데텐란트 합병과 비교하는 시각이 많습니다.

근데 애시당초 주데텐란트와 단치히 회랑이 연합국의 대표적인 실책으로 생각하는 지라...

 

왜냐면 베르샤유 조약에서 민족 자결주의를 제창하면서도

그 원칙대로라면 당연히 독일의 영토가 되어야할 주데텐란트와 단치히를 다른 나라에 나누어주었습니다.

차라리 영국이나 프랑스가 직접 집어삼켰으면 모를까

독일이 국력이 회복한다면 단독으로 어찌할 수도 없는 국가들에게 주었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은 필연적이었습니다.

히틀러 이전에 바이마르 공화국도 단치히 회랑은 돌려달라고 했으니까요.

 

제가 생각하는 히틀러의 실책은 주데텐란트를 합병한 것이 아니라 협약을 깨고 체코 슬로바키아를 집어삼킨 것이고

푸틴이 서우크라이나까지 집어삼키지 않은 이상 히틀러에 비유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생각합니다.

 

PS. 제가 이번 사태에서 러시아를 보는 감정은 굳이 비교하자면

    '소년 탐정 김전일'에 나오는 범인에 느끼는 것과 비슷합니다.

    그들이 한 행동은 결코 옳지는 않지만, 그들의 동기는 공감할 수 있고    

    오히려 그들을 그렇게까지 하게 만든 쪽에 오히려 적의를 느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