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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진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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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게임론 이 블로그에 게임 관련 글도 많이 올린 것 같아서 저의 게임론을 한 번 적어보려고 합니다. 그 전에 확실히 해두고 싶은 것이 저는 게임, 더 나아가 모든 예술에서 절대적인 기준이 있다는 것을 부정하고 있습니다. 사람마다 저마다 기준이 있고 그 기준은 모두 존중받아야 합니다. 고상한 어휘로 장문을 쓰는 평론가의 의견도, 해맑은 얼굴로 재밌다고 말하는 어린아이의 의견도 모두 무시당할 이유는 없습니다. 그렇게 더 많은 사람에게 즐거움을 주고 있다면 더 좋은 작품이지요. 여기에 적는 것 역시 제 개인적인 기준일 뿐입니다. 1. 게임과 스토리 저는 게임에서의 스토리의 역할은 야구 선수의 주루 센스와 같다고 생각합니다. 주루 센스가 좋아서 나쁜 것은 없고, 장타를 뻥뻥 치는 선수가 아니라 이렇게 세밀하고 오밀조밀한..
우리나라 도서 시장에 대해서 종이로 된 책을 좋아하고, 굳이 책을 사지 않아도 서점의 분위기가 좋아서 자주 찾아가는 편입니다. 저에게 우리나라 도서 시장의 문제가 뭐냐고 묻는다면 딱 잘라말할 수 있습니다. "남자들이 문학을 안 읽습니다." 판타지 소설이 붕괴하고 라이트 노벨을 만화전문점에서 취급하기 시작하면서부터 문학 코너에서 남자를 찾아보기 정말 힘들어졌습니다. 여기서 문학이라는 것은 서점에서 전공서적과 수험서 같은 실용서적을 제외한 서적류를 제외합니다. 딱히 통계를 찾지 않아도 체감이 되는게 건물 인테리어, 표지 디자인, 띠지와 추천사, 서점의 부대시설 등 모든 것이 서점의 주 고객이 20대에서 30대 여성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15년 전만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원래 추리 소설은 남성 독자가 많은게 보통인데 우..
비평의 기본 사람이 어떤 작품을 좋아하는 이유에도, 싫어하는 이유에도 끝이 없다. 제가 KAIST 애니메이션 동아리에서 활동하면서 얻은 가장 큰 소득 중에 하나가 이걸 깨달은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설득이나 설명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작품에서 무엇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지는 그 사람의 가치관과 인생 경험이 큰 역할을 합니다. 비판은 비판하는 대상보다 비판하는 사람을 더 잘 반영한다는 말이 괜히 있는게 아닙니다. 그렇기에 제가 좋아하는 작품을 비판하는 사람에게 눈을 흘길 필요도 없고, 대중이 명작으로 추앙하는 작품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을 부끄러워할 이유도, 자부심을 가질 이유도 없습니다. 제 경험에 따르면 어지간한 명작도 열 사람이 있다면 두 사람은 그다지 좋은 평가를 내리지 않더군요. 그리고 ..
코로나 관련해서 써보는 한 마디 1. 코로나 시국은 끝나지 않아서 슬슬 시국이라는 단어보다는 코로나 시대라는 말이 더 적합하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그래도 내년이면 백신이나 치료제가 나올 것이라는 희망도 점점 희미해져 가고 코로나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닌 앞으로 인류를 따라다니게 될 저주가 되는 것이 아닌가 걱정이 되고 있습니다. 사실 인류는 아직 에이즈도, 사스도 치료제를 개발하지 못했어요. 투자한 돈이 결코 적은게 아닐텐데 말이죠. 2. 인터넷에서는 좀더 강력한 조치를 원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불가능한건 불가능한겁니다. 모두를 위해 한 달 간 외출하지 마세요. 물론이죠, 이 시국에 외출은 위험하니까요. 모두를 위해 다시 한 달 간 외출하지 마세요. 어쩔 수 없죠. 시국이 시국이니까요. 모두를 위해 또 다시 한 달 간 외출하지 마세요. ..
코로나19 사태에 대해서 끄적거리기 1. 사회생활 초년을 장식할 독특한 경험 정도로 예상한 코로나19 사태가 끝없이 커져가고 있습니다. 이제는 911테러, ISIS 봉기와 같은 인류 역사의 한 페이지를 경험하고 있다는 말이 더 어울리는 상황입니다. 911 테러 이전의 세상과 이후의 세상이 같지 않은 것처럼 이번 코로나 사태 이전과 이후는 다른 세상일 것입니다. 2. 우리나라가 외국에 비해서 방역에 성공적이었던 이유는 두 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잘 갖추어진 의료 체계에 더해서 공보의라는 정부가 임의로 움직일 수 있는 의료인력의 존재, 그리고 신천지 사태가 터졌을 때 공보의 조기 소집과 이동으로 여유 의료자원을 대구에 모두 투입한 정부의 결단력. 전쟁으로 치면 적의 총공세에 예비대와 징집병을 총동원하여 대구/경북 전선을 붕괴하지 않고 버텨낸 셈..
내가 박사 학위를 받으려고 한 이유, 그리고 꿈 그 이유는 단순합니다. 박사 학위가 있으면 멋있으니까. ...순도 100% 저 이유 때문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상당한 지분을 차지한 이유입니다. 저의 인생 목표는 제가 생각한 멋지고 이상적인 인간상에 최대한 가까워지는 것입니다. 그리고 제가 생각하기에 이상적인 사람이라면 자기 분야의 전문성을 쌓아 박사 학위 정도는 있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에 박사 학위는 다른 목적을 달성하기 수단이기도 하지만 그 자체로도 하나의 목적이었습니다. 서울대학교 이학 박사라면 적어도 국내에서는 어딜가나 박사라는 직함을 꺼낼 때 부끄러움을 느낄 일은 없겠죠. 그 외에 조건을 몇 개만 들어보면 3개의 언어에 능통하고 5개의 언어로 대화가 가능한 어학 능력이 있어야 하고, 자신의 생각과 마음을 다른 사람들에게 온전히 전달하거나..
게임을 하는 목적과 가챠 게임(1) NC가 또 다시 참신한 가챠를 개발해서 내놓았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이런 소식을 들을 때마다 제 반응은 한결 같습니다. '꼴 좋다 ㅋㅋㅋ' 저는 현재 주류 게이머 계층을 극도로 싫어합니다. 적대, 혐오, 경멸 중에서 제 감정을 가장 잘 표현하는 단어를 정하느라 고민하였지만 '경멸'이 가장 적합하겠네요. 이건 예전 이글루스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가는데 당시 밸리에서 게임을 하는 이유로 몇 번이나 대형 충돌이 일어났습니다. 당시 AOS 게임의 유행과 함께 자기가 좋아하는 챔프를 골라서 좋아하는 아이템 빌드를 선택하는 '즐겜충'에 대해 말이 많았는데 '이기기 위해서 하는 게임에서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지 않는 트롤이다.'와 '고의로 지려 하지 않는 이상 비판받을 이유는 없다.'가 대립하였죠. 저는 그 때 '..
이제서야 대선이 끝났다 6월 13일은 제 7회 지방선거나 재보궐선거가 치뤄진 날이라기보다는 재작년에 열렸던 19대 대통령 선거가 진정한 의미로 종료된 날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지난 선거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큰 격차로 당선되기는 하였지만 보수 야당에서는 그것을 탄핵 정국의 일시적인 흥분이나 열병으로 치부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당시 선거의 주역이었던 멤버들이 당을 가리지 않고 일선에 남아있었고 머리가 식고 나면 예전 보수가 유리하였던 선거 지형이 회복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번 선거는 그러한 발상에 통렬한 심판을 내려주었습니다. 세상은 바뀌었고 그들이 꿈꾸던 샤이 보수층은 더 이상 뭉쳐주지 않았습니다. 드루킹 때문에, 상대 후보가 단일화를 해주지 않아서 대선을 졌다고 주장하던 후보는 서울 시장 선거에서조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