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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거울을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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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 하기에는 너무도 위험한 당신 그것은 바로 커피입니다. 빈말이나 과장이 아니라 차라리 같은 양의 진토닉이나 마티니를 마시는게 뒷감당이 편할 정도입니다. 아니, 생물학을 박사 직전까지 한 후배 말에 의하면 카페인에 저렇게 약하면 알코올에 강한게 당연하다고 하네요. 물론 마시기만 해도 발진이 일어나 입에 대지도 못하거나 그러는 것은 당연히 아닙니다. 컨디션이 괜찮은 날이면 카페에서 톨 사이즈 한 잔 정도는 마시고도 멀쩡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확실히 뒷탈없이 마실 수 있다고 확신하는 양은 인스턴트 커피 한 잔이라서 그 이상은 가급적 마시지 않으려고 노력할 뿐이죠. 한동안은 친구들과 커피숍에 가서 이야기를 할 때 저 혼자 다른 메뉴를 주문하는게 불편해서 어떻게든 커피를 마시려고 노력한 적이 있는데 식은 땀은 등을 타고 내려오고 심장은 미친..
스스로의 글쓰기를 돌아보며 전에 비슷한 주제로 글을 한 번 쓴 것 같은데 좀더 보강해서 새로 쓰고 싶어졌습니다. 전문 분야의 박사학위, 다양한 외국어의 자유로운 구사, 좋은 글을 쓰는 사람은 제가 도달하고 싶은 인간의 주요 구성요소니까요. 아마도 글 쓰기를 하기 시작한 것은 초등학교, 아니 국민학교에 입학한 다음부터였습니다. 원래 반에서 머리가 좋고 눈에 띄게 성적이 좋은 아이에게는 이것저것 시켜보곤 하잖아요. 그 중에 글짓기도 있었는데 처음에는 영 소득이 없었습니다. 억지로 시켜서 하는거라서 저도 의욕이 없었고요. 글쓰기에 흥미를 가지게 된 계기는 '안네의 일기'를 읽고 나서부터였습니다. 숙제 중에 하나로 지겹기만 하던 일기 쓰기가 이렇게 자유로운 형식으로 마음가는 대로 써도 된다니요. 국민학교 1학년 여름방학에 방학일기를 하루..
클래식 음악 1. 중학교 시절 창고 안에 있는 묵직한 가죽 가방의 내용물이 궁금해서 여쭈어보니 어머니께서 젊으신 시절에 즐겨듣으시던 클래식 카세트 테이프 전집이라고 하시더군요. 음악을 좋아하시는 어머니 덕에 집에 전축이 있어서 시험삼아서 들어보다가 취미가 되었습니다. 시끄러운건 싫은데, 반대로 너무 조용해도 집중이 잘 안 되는 저는 중,고등학교 시절 공부할 때는 클래식 음악을 틀어놓는 일이 많았습니다. 주말에 클래식 음악을 틀어놓고 창가에 앉아 책을 읽으면서 고저스한 기분을 맛보기도 하였죠. 아쉽게도 동생은 클래식 음악을 끔찍히도 싫어하였기에 동생이 집에 있을 때면 헤드셋을 사용하는 것으로 타협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2. 처음에는 이것저것 들어보았지만 계속 듣다보니 마음에 드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이 갈리더군요. ..
열등감과 노력 저는 스스로 생각하기에 우월감과 열등감의 화신과도 같은 존재이며, 객관적으로 보았을 때 사소하기 그지없는 것들에도 쉽게 자격지심을 느끼곤 합니다. 저보다 키가 큰 사람도 부럽고, 악기 연주를 잘 하는 사람도 부럽고, 제가 좋아하지 않는 음식을 맛있게 먹는 사람도 부럽고, 잠을 깊게 자는 사람도 부럽습니다. 그냥 저보다 하나라도 잘 하는 사람만 만나면 열등감을 느낀다고 보면 됩니다. 그리고 그 열등감을 느낄 때마다 머리 속에서 고민이 시작됩니다. 열등감을 느끼는 상황을 어떻게 해소하는가, 해소하기 위해서는 얼마만큼의 시간과 자원이 투입되어야 하는가, 그 투자의 결과로 단순히 열등감을 해소하는 것 이상의 이득을 얻을 수 있는가, 이것들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이것들을 해소할지 아니면 견딜지를 결정합니다. 중학..
물 이야기 그리고 탄산수 (이 블로그는 어떠한 협찬도 받은 적이 없으며 특정 상품을 홍보하지 않음을 미리 밝혀둡니다 ㅎㅎ) 저는 맹물을 싫어합니다. 어려서부터 저희 집은 무조건 보리차를 끓여마셨고, 지금도 여러 가지 차를 마시고 있습니다. 그에 익숙해져 있다보니 그냥 물을 마시면 뭔가 이상해서 최대한 물 이외에 다른 선택지를 찾습니다. 사실 제가 위장이 상당히 약한 편이라 여행 가서도 물을 잘못 마시면 배앓이하는 것도 있습니다. 이 문제는 제가 고등학교 이후 외지 생활을 하는데 겪은 가장 심각한 문제 중에 하나입니다. 일단 가장 이상적인 선택지는 허브티입니다. 항상 손 닿는 곳에 커피포트와 허브티를 상비하고 차를 끓여마시는 것입니다. 가장 좋아하는 티는 페퍼민트 티였고, 레몬 밤, 레몬 버베나 같은게 즐겨 마시는 허브티입니다. ..
위스키 한 잔 술을 싫어하지 않고, 저렴한 술을 많이 마시는 것보다 비싼 술의 풍미를 즐기는 걸 좋아하는 편이지만 위스키와 브랜디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입니다. 술에서 오래된 목조 건물에서나 나오는 나무 냄새가 심하게 난다는게 그 이유입니다. 제가 선호하는 술은 그래서 보드카 계열의 칵테일입니다. 저번 기회에 술에 대해 해박한 후배들과 바에 갈 일이 있었고 거기서 각자의 술의 취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그 이야기를 하니 그 향의 정체는 나무통에 술을 오래 숙성되는 과정에서 배게 되는 나무향이니 그 향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으면 숙성년도가 짧은 술을 시도해보라고 하더군요. 그리고 자기가 마시는거 맛을 한 번 보라고 건네주었습니다. 상당히 제 취향에 맞더군요. 한 모금 머금고 입 안에서 혀로 굴리는데 나무..
책 구매 저는 독자로서는 까탈스러운 편입니다. 아니, 독자라기보다는 책 소비자로서 까탈스럽다고 하는 것이 이 경우 정확하다고 생각합니다. 기본적으로 책을 여러 번 반복해서 읽는 타입으로 책을 두 번 읽었을 때 더 읽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면 책을 사지 않습니다. 그리고 시리즈라고 해서 반드시 전질을 모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기에 좋아하는 시리즈라도 책 자체가 재미가 없으면 그 권을 빼놓고 사는 것도 개의치 않으며 어느 정도 모은 시리즈라도 전개가 '글렀다.' 싶은 책은 미련없이 손을 떼는 타입입니다. 반대로 꾸준한 책 소비자이기도 합니다. 매일 얼마간이라도 독서를 꼬박꼬박 하는데다가 집에 읽지 않은 책이 없다는 사실에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는 타입입니다. 굳이 살 책이 없다라도 2주에 한 번 정도는 서점에 가서..
글 쓰기와 시간 요즘 블로그의 글들을 정리하면서 예전에 쓴 글을 하나하나 읽어보게 되었는데 내가 이런 글을 썼나 싶을 정도로 글이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맞춤법에 맞지 않거나 비문인 경우도 왕왕 보이고 똑같은 단어를 한 문장 내에서 반복해서 써서 보기 싫은 경우나 문장 간의 연결이 매끄럽지 않은 경우는 세기도 힘들 정도입니다. 그래서 처음에 단순히 글을 백업하겠다는 목표에서 벗어나서 아예 글들을 다시 쓰고 있습니다. 그래서 당초 계획했던 것 이상으로 시간을 소요하고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이렇게 된 큰 원인은 너무 시간에 쫓기며 글을 쓴 것에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 쓰고 있는 훈련소 후기 같은 경우에도 퇴소했던 당시에는 밀린 일을 처리하느라 바쁘고 4주 동안 만나지 못한 친구들 얼굴도 보러 다니고 밀렸던 야구와 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