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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이어지지 않는 이야기/훈련소에서의 4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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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소에서의 4주(6) - 상점(賞点)과 벌점 훈련소 안에서 전문연구요원은 여러 가지 면에서 현역 훈련병들과 다릅니다. 일단 받는 훈련부터 현역들은 6주 훈련을 받지만 우리는 4주 훈련을 받습니다. 기간이 다르니 받는 커리큘럼도 차이가 날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다른 것은 훈련에 대한 모티베이션이었습니다. 적어도 현역들은 훈련소에서 배운 것을 2년 간 써먹어야되고(된다고 그럽니다.) 훈련소에서 밉보일 경우 언제 어떻게 불이익이 올지 모르니(모른다고 그럽니다.) 어느 정도 훈련에 대한 모티베이션이 유지됩니다.(된다 그럽니다.) 하지만 전문연구요원에 경우 그런 것이 전혀 없습니다. 군장 꾸리는 법? 관물대 각 잡는 법? 4주만 끝나면 평생 알 필요가 없는 것입니다. 4주 끝나고 사회에서 보면 어린 분대장들이 우리에게 설설 기어야지 우리가..
훈련소에서의 4주(5) - 수면과 불침번 대한민국 남아 중에서 별 문제없이 사회 생활을 하다가 갑자기 훈련소에 들어갈 때 행복감을 느끼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실제로 비교적 짧은 기간의 훈련소 생활이었지만 대부분의 구성원들은 불만을 가지고 있었고 한시라도 빨리 훈련소를 나가고 싶어하였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분위기에서도 모두 인정하는 훈련소의 장점이 하나 있었습니다. 원없이 잠을 잘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훈련소에서는 매일 8시간 수면을 보장하는 것을 넘어서 강요하였는데 하루에 4,5시간 수면을 취하는 것이 익숙해져 있는 전문연구요원들에게 이는 축복이었습니다. 덕분에 아침에 기상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은 전혀 없었습니다. 물론 언제나 8시간 수면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불침번이라는 것이 있었거든요. 일어나는 것은 사실 별로 문제가 ..
훈련소에서의 4주(4) - 식사와 체중 어렷을 때부터 기숙사 생활을 오래했기에 이미 머리 속에 자리잡은 공식이 하나 있습니다. '단체 식당 밥은 맛이 없다.' 거기에 군대라는 조건까지 겹쳤기에 4주 간은 무엇을 먹더라도 버틸 마인드로 훈련소에 왔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생각보다 괜찮았습니다. 대학교 때 학교 식당 밥보다도 훨씬 괜찮았고 고등하교 때 먹은 학교 식당 밥하고는 비교하기 미안할 정도로 좋았습니다. 하지만 식사의 즐거움이라는 것이 단지 음식의 맛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었기에 훈련소에서의 식사라는 것은 그다지 즐거운 것이 되지 못하였습니다. 빠른 속도의 식사가 늘 요구되었고(참고로 제가 소대에서 가장 밥을 빨리 먹었습니다.) 식사 중에서도 지나가던 사람에 대해서 인사가 요구되는 등 별로 신경써야할 일이 많았습니다. 게다가 훈련소 초..
훈련소에서의 4주(3) - 작업과 자유시간 훈련소에서 생활하면서 느낀 것은 시간을 참 의미없게 보낼 수 있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일단 여기 모인 사람들은 전부 병역 특례 요원이고 입소 바로 전날까지 직장에서 일하거나 아니면 랩에서 일하다가 온 상황입니다. 저만 해도 바로 전날까지만 해도 눈코 뜰새 없이 버그잡다가 왔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할 일이 전부 사라지니 그렇게 시간이 안 갈 수가 없더군요. 그렇기에 차라리 작업을 시키는 것이 반가울 지경이었습니다. 멍하니 앉아서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무엇인가를 하면 시간이라도 빨리 가더군요. 완력이야 당연히 젊고(?) 팔팔한(?) 군인들에게 댈 것도 아니었지만 이쪽은 랩과 회사에서 다년간 업무에 종사하였고 단체 협동 작업의 경우는 오히려 분대장들 이상의 효율을 보여주었습니다. 가장 인상깊은 일화를 ..
훈련소에서의 4주(2) - 우리는 전문연 중대 저희 중대는 전문연구요원으로만 구성되어 있는 중대였습니다. 저는 비교할 대상이 없어서 원래 그런가 보다고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저보다 2주일 먼저 들어간 친구와 6개월 늦게 들어간 친구 이야기에 따르면 오히려 이러한 케이스가 드문 편이라고 하더군요. 그러다 보니 당시 26세였던 제가 저희 소대 내에서 가장 어렸고 중대 내에서도 저보다 어린 사람이 한 명 밖에 없었습니다. 저희 분대 내 나이 분포를 보면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게 28세였고 30세까지 있었습니다. 중대까지 가면 32세까지 있는 훈련소 기준으로 초고령 부대가 되어버렸습니다. 반대로 우리를 담당하는 분대장들은 나이가 아무리 많아봤자 24세에 아래로 가면 19세까지 있고 중대장이 30세다 보니 뭔가 기묘한 상황이 되어버렸습니다. 다만 다들 사회..
훈련소에서의 4주(1) - 훈련소로 가는 길 제가 논산 훈련소에 들어간 것은 회사에 들어간지 아직 1년이 채 되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원래 매도 일찍 맞는게 낫다고 생각을 가지고 싫은 일일수록 미루지 않기에 훈련소 입소 일정이 나오고 그게 그나마 괜찮은 봄인 것을 확인하자 연기없이 바로 들어왔습니다. 전날 회사 선배들에게 나름의 격려를 받으면서 퇴근하고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나서 논산으로 차는 고속 버스에 올랐습니다. 버스는 머리를 완전히 밀은 남자들이 대부분이었고 저도 이 중 하나라는 사실에 쓴웃음을 짓지 않을 수 없더군요. 조금 일찍 출발했기에 버스는 자리에 여유가 있었고 다행히 저는 차를 타기만 하면 잠이 드는 병이 있기에 차 안에 우울한 분위기에 일조하지 않고 논산 터미널에 도착할 때까지 편하게 잤습니다. 도착해서 제일 먼저 한 행동은 근..
훈련소에서의 4주 - 서론 이 이야기는 2011년 3월 31일부터 4월 28일 동안 4주에 걸쳐서 논산 훈련소에서 군사 훈련을 받은 것에 대한 경험을 바탕으로 쓴 글입니다. 당시 훈련소에서 남아도는 시간을 그나마 의미있게 보내기 위해서 여기저기에 메모에 가까운 여러 가지 글을 적어두었습니다. 그런데 정작 훈련소에서 돌아온 직후에는 4주 동안에 밀린 일처리에 정신이 없어서 좀 길게 쓸 생각이었던 글은 어중간한 길이의 포스팅 하나만 남기고 올릴 타이밍을 놓쳐버렸습니다. 이번 블로그 리모델링을 하면서 이러한 글들을 부활시키려고 하고 있고 이 카테고리가 아마 첫 걸음이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