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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는 이야기

크리스마스 휴가의 시작

 크리스마스 휴가가 따로 회사에 있을 리는 없지만 저에게 있어서 이런 연휴는 오랜만입니다. 오늘 D-Day로 쉬고, 크리스마스 연휴로 사흘 쉬고, 거기에 연차 하나 붙여서 5일을 내리 쉬는 거니까요. 올해 솔직히 고생한 것에 비해서 회사에서 별로 얻은 것도 없었고, 쓰지 못한 연차만 지금 9개나 쌓여있습니다. 연차를 쓰지 말라고 하는 사람은 없지만 제가 쉰다고 제 일을 대신 해줄 누군가가 있는 것도 아니니 한숨만 나오고 있습니다.

 

 올해는 많은 것을 내려놓은 한 해였던 것 같습니다. 이번에 저희 파트에서 임원이 나왔는데 그 사람이 어떻게 사는지, 얼마나 많은 것을 회사에 바쳐야하는 지를 보고서 승진을 위한 삶에 회의감이 들더군요. 아침 7시면 회사에 나와서 9시에 집에 가고 주말에도 하루는 회사에 나오는 삶을 보고서 내가 이렇게까지 회사를 위해 나를, 그리고 내 가족을 깎아가며 살 수 있을까, 아니, 그 전에 이미 너덜너덜한 내 몸뚱이가 버텨낼 수 있을까 생각이 드니 임원에 대한 꿈이 사라지고, 가늘고 오래회사 생활을 보낼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그래서 지금보다 더 출장도 자주 가고, 주말에도 더 나오고, 야근도 더 하라는 상사와도 충돌이 좀 있었습니다. 그렇지 못하면 더 위로 가기 힘들거라고.

 

 그게 힘들어서 내년에 부서 이동을 신청했고 그쪽에서도 긍정적으로 답변을 주었는데 새로 임원이 되신 그 분이 내년도 계획에 내가 필요하다면서 다시 저를 잡아갔습니다. 그래서 내년은 또 어떻게 버텨야하나 머리가 지끈지끈하네요. 이번에 오랜만에 푹 쉬면서 가족과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내고 뭔가 생각을 좀 해야할 것 같습니다. 왜 대기업 다니는 사람이 5년 차가 되면 고민을 하는 지 알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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