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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는 이야기

기상 음악에 얽힌 추억

제가 다니던 고등학교는 전원 기숙사 제도였고 아침마다 기상 음악을 들으면서 일어났습니다.

이 기상 음악이라는게 사실 매우 무미건조하기 때문에

그나마 학생들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라고 방송부에게 음악을 테이프나 CD로 신청할 수 있었습니다.


이 양이 상당히 많고, 들을 때의 즐거움(?)이라며 음악 제목도 안 적어 놓는 일도 종종 있어서

방송반은 그냥 FIFO Queue 방식으로 사람 이름만 포스트잇으로 붙여서 순서대로 놓은 다음에

차례가 오면 틀고 반납하는 매우 단순한 방식으로 운영하였습니다.


그런데 진짜 불운한 우연의 일치로

광복절 날 아침에 일본 애니메이션 노래가 나오는 사건이 터졌습니다.

당연히 노래를 신청한 사람과 방송반 모두 예견하지 못한 사태였고

노래가 나오기 시작하자마자 분노한 선배들 몇몇이 방송실로 뛰어들었고 바로 음악을 중지시켰습니다.

참고로 음악은 급히 '탱구와 울라숑'으로 교체되었고

방송반과 신청자는 듣는 얘기에 따르면 선배들에게 상당히 심하게 혼났다고 합니다.

(매우 순화한 표현)


그 후로 당분간 방송반은 기상 음악을 전원 체크해야 되었고

한동안 일본 애니 음악은 받아주지 않았다는 별로 훈훈하지 않은 결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