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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의 영역/애니메이션-영화

란마 1/2 Super OVA(1995)

1.

예전 KAIST 시절에 가입해 있던 애니메이션 동아리에서

동아리 활동의 일환으로 매주 돌아가면서 자기가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을 상영하게 되었습니다.

시간은 엄격히 제한하지는 않았지만 아마 암묵적으로 2시간 반 정도로 조절하였던 것 같습니다.

그 당시 제 차례가 되었을 때 제가 골랐던 것이 란마 1/2 OVA 중 3편과 Super OVA 3편이었습니다.

특히 Super OVA는 란마 1/2 시리즈 중에서 가장 좋아하였던 작품이어서 가끔씩 보는 작품입니다.

 

2.

1995년에 나온 Super OVA는 총 3편으로 구성되어있습니다.

 

1편: 아아! 저주의 파련동! 나의 사랑은 영원히

 

동네 여행 위안의 감사를 맡게된 우쿄와 샴푸.

거기서 그들이 본 팜플렛은 같이 들어간 사람은 반드시 헤어진다는 저주받은 데이트 코스, 파련동!

란마와 아카네의 사이를 확실히 끝장내기 위해서 계획을 짜고 여기에 생각지도 못한 료가의 난입으로 상황은 점점 더 꼬여가는데

 

Super OVA에서도 가장 재미있게 본 편입니다.

현실에서 있을 법한 커플 사이에 감정이 상할만한 상황을 유도하는 동굴의 구성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대표적인 예시로 둘 다 물에 흠뻑 젖을 수 밖에 없게 만든 다음에

남탕은 기분 나쁘고 열악하게 만들어 빨리 나가게 만들고 여탕은 느긋하게 목욕을 즐길 수 있는 좋은 시설을 제공해서

밖에서 떨면서 기다리다 짜증이 난 남자와 기분좋게 목욕을 한 여자를 싸우게 만든 부분이 가장 인상깊었습니다.

은근히 얼마 없는 우쿄가 중심이 되는 에피소드라는 것도 마음에 들었고요.

 

2편: 사악한 도깨비

과거 고승이 부적으로 사악한 도깨비를 봉인하였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흘러 부적이 낡아서 교체가 필요하게 되었고

부적의 교체 중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서 텐도 도장에서 경호를 맡게 되었다.

그러나 핫포사이의 어처구니없는 행동으로 도깨비는 완전히 봉인에서 풀려나게 되는데

 

후반부 참 소소하게 악행을 저지르는 카스미의 모습이 인상적인 화였습니다.

더구나 카스미의 목소리 톤이 '오! 나의 여신님'의 베르단디와 같기에

머리 속에 악행을 저지르는 베르단디의 모습으로 비춰지는 것도 있었고요.

 

3편: 두 사람의 아카네, '란마 나를 봐줘!'

텐도가 가족 여행으로 간 여관에 저주받았다는 인형이 하나 있었습니다.

인형을 더럽히거나, 인형에 대해서 악담을 한다면 반드시 인형이 복수를 한다는 괴담이 있는 인형이죠.

란마는 우유를 가지고 겐마와 싸우다가 인형을 엎어버리고 마는데

 

이 작품의 가장 큰 의의는 이거라고 생각합니다.

시리즈 전체를 통틀어서 유일하게 아카네의 색기 넘치는 모습이 나온다는 것.

안의 내용물이 바뀌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지만 그래도 연기하는건 같은 성우니까 그게 그거죠

 

당시에는 아카네에게 매번 귀엽지도 않고 색기도 없다고 툴툴되는 란마가 나쁜 놈처럼 보였는데

다시 보면서 느끼는 것은 저렇게 바탕도 좋고 여자답게 행동하면 살살 녹아내리는 약혼자가

매번 선머슴처럼 굴고 툭하면 주먹이나 휘두르니 란마가 투덜되는게 너무나도 이해가 갑니다.

이것도 나이가 먹으면서 여자 취향이 바뀌어서 그런걸까요.

 

3.

당시 애니메이션 상영회에서는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반응이 나왔습니다.

어떤 반응이었냐면 '잠깐, 이거 성우가 왜 이래!!'였죠.

성우에 관심이 많았던 여자 후배가 스탭롤을 멈추고 성우 이름을 읽더니 말도 안된다고 하더군요.

 

여자 란마: 하야시바라 메구미

텐도 카스미: 이노우에 키쿠코

텐도 나비키: 타카야마 미나미

텐도 아카네: 히다카 노리코

샴프: 사쿠마 레이

 

지금 생각하면 정말로 으리으리한 라인업입니다.

예전에 란마 TV판의 후속작이 나올 수 있을까란 얘기를 하다가

농담삼아서 예전 성우들을 다시 모아올 수가 없어서 안될거라는 말을 했을 정도니까요.

 

저 다섯이 DoCo란 이름으로 Super OVA에서 OP, ED을 담당했는데 적어도 제 귀에는 가수가 부른 원곡보다 잘 부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