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취미의 영역/애니메이션-영화

란마 1/2 OVA(1993) + Special OVA(1994)

1.

저번에 란마 1/2 Super OVA를 보고 나서 오랜만에 란마 1/2 OVA 시리즈를 다시 보고 있습니다.

원래 좋아하는 작품이고 오랜만에 다시 보니 재미있고 반갑네요.

TVA도 시간이 허락한다면 다시 한 번 처음부터 보고 싶기도 한데 총 161화나 되는 초장편 애니메이션이다 보니 선뜻 손이 가지 않습니다.

처음 볼 때도 시간이 날 때마다 틈틈히 보니 거의 1년 정도 걸렸던 기억이 있네요.

 

2.

TVA가 종료한 후 1년 정도의 텀을 두고 나온 OVA는 총 6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 이후에 바로 이어져 나온 Special OVA는 상하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원작 자체가 중반 이후부터 에피소드의 퀄리티가 좀 들쑥날쑥하고 

TVA는 거기에 추가적으로 오리지널 에피소드를 대거 추가하다보니 스토리나 연출, 작화까지 전체적인 완성도가 안정적이지 못 합니다.

그래도 OVA는 최소한의 퀄리티를 보장해주는게 참 좋은 것 같습니다.

 

1편: 샴푸 표변, 반전옥주의 재앙

 

코롱이 젊은 시절 쓰던 장신구 더미에서 우연히 여걸족의 비보인 반전옥주를 찾아낸 샴푸,

단순한 브로치라고 생각해서 달은 이 반전옥주는 애정은 미움으로, 미움은 애정으로 바꿔주는 신비한 힘을 가지고 있는데 

 

(아카네와 무스가 이번화의 감상을 대신 말하고 있습니다.)

 

항상 자신에게 애정을 주던 샴푸가 갑자기 차갑게 돌변하자 어찌할 줄 모르고 

샴푸의 애정을 다시 찾기 위해서 갖가지 방법을 쓰는 란마의 모습이 나오는 화입니다.

연애를 이기고 지는 문제로만 생각하면서 지지 않기 위해서

자기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도 인식하지 못한채 함정에 끌려들어가는 란마의 한심한 모습이 압권이죠.

마지막에 미라가 될 때까지 얻어맞은 것은 자업자득입니다.

 

2편: 텐도가 스크럼블 크리스마스

 

꿈에서 산타에게 성대한 크리스마스 파티를 열라는 계시를 받은 카스미.

텐도 가에 초대받은 여러 캐릭터들이 벌이는 소란이 시작된다.

 

이런 시리즈에 흔히 한 편 씩은 반드시 들어있는 주연, 조연이 총 출동하는 올스타전입니다.

아카네 방에 붙어있는 사진에서 작품 내의 시점이 두 번째 극장판 이후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아카네가 손수 짠 머플러입니다. 란마는 저걸 처음 보고 그물인 줄 알았죠.

아카네의 기막힌 손재주는 다음 화로 이어집니다.

 

3편: 아카네 vs 란마, 어머니의 맛은 내가 지킨다.

 

어느 날 벽장을 정리하다가 어머니가 남긴 요리 노트를 발견한 아카네.

이 노트로 요리를 조금씩 배워보겠다고 결심한 아카네는 

평소 가사를 담당하던 카스미가 감기로 쓰러지면서 다음날부터 가족의 식탁을 책임지게 된다.

이 와중에 란마의 어머니가 예고없이 텐도 가를 방문하면서 일은 점점 더 복잡해지는데

 

아카네의 흉악한 요리가 빛을 발하는 화입니다. 위의 이미지가 아카네의 요리와 저걸 먹은 사람들의 반응입니다.

이미 첫번째 극장판에서 적들을 전부 독살시킬 뻔한 전적이 있죠.

저걸 내놓기 전에 적혀있는대로 만들면 공부가 안 되니 자기 식으로 어레인지했다는 말을 하는데

저도 때때로 요리를 하지만 자신없을 때는 철저하게 레시피대로 하는게 상책입니다.

 

마지막은 상당히 마음에 듭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모르는 것 같은데 결국 아카네는 어느 정도 요리를 할 수 있게 됩니다.

적어도 나중에 란마와 결혼했을 때 란마가 식사를 준비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 같습니다.

 

4편: 학교에 부는 폭풍! 어덜트 체인지 히나코 선생

 

교장이 근처 불량학교들을 잇달아 제압한 전적이 있는 교사를 학교에 데려왔지만 그 정체는 꼬맹이 여선생.

뜻밖의 모습에 다들 당황하지만 투기를 흡수해서 상대를 무력화시키는 무서운 기술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집니다. 

란마를 불량학생으로 생각해 제압하려는 선생과 자신의 안전을 위해서 투기흡수체질을 해소하려는 란마의 싸움이 펼쳐집니다.

 

히나코 선생, 사실 별로 좋아하는 캐릭터는 아닙니다.

등장 에피소드 하나만 빼면 저 선생이 비중이 높을수록 만화가 재미가 없다는 단순한 이유입니다.

핫포오엔살로 투기를 흡수하고 핫포거스름돈 돌려주기로 발사라는 사기적인 원 패턴 전투인데다가

이 만화에서 남성 캐릭터는 여성 캐릭터와 진심으로 싸우지 않는다는 암묵적인 룰이 있어서 전투 파트에서 나오면 밸런스가 맞지 않은 덕에 

이 이후로는 거의 개그 파트에서만 나오는데 다른 캐릭터들과 잘 어울리는 캐릭터도 아니어서 좀 붕 뜨는 캐릭터입니다.

 

그래도 이번 화 자체는 상당히 잘 뽑았습니다.

동글동글한 원작 그림체에 비해서 미형으로 바뀐 애니메이션 그림체의 수혜도 많이 봤고요. 액션과 개그 모두 잘 나온 화입니다.

 

5편, 6편: 길을 잇는 자(전, 후)

 

마을에 나타난 연속 무전취식범, 그 정체는 과거 텐도 도장의 후계자를 약속받았다던 자매였습니다.

도장을 지키기 위해서 도전하지만 그 동안 수련을 게을리하던 아카네는 그 둘에게 전혀 상대가 되지 못합니다.

과연 아카네는 텐도 도장의 여후계자 자리를 지켜낼 수 있을 것인가.

 

제가 OVA와 극장판을 통틀어서 가장 안 좋게 평가하는 화입니다.

과연 이 이야기가 TVA 2화가 아닌 OVA 2화 씩이나 쓸 만한 가치가 있는 이야기냐는 것이죠.

격투 게임으로 치면 강손과 강발 밖에 없는 아카네는 결국 액션의 주인공으로는 안 어울리고 여러 모로 아쉬움이 남는 화였습니다.

 

Special OVA: 되살아난 기억 상,하

 

위에서 2편이나 써서 OVA로 만들만한 에피소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이야기하였는데

역으로 그러면 그럴만한 에피소드가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이 에피소드를 들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에피소드는 란마가 아카네가 정말로 자신 외의 사람을 좋아한다면 보내주려고 했던 에피소드이고

두 사람 간의 연애 이야기는 여기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면서 완결되었다고 보아도 됩니다.

이 다음부터 이야기는 란마와 어머니의 화해 문제, 여러 조연 캐릭터 처리, 그리고 최종전 스토리로 이어집니다.

 

굳이 한 가지 아쉬운 점을 고르라면

만화책에서는 이 장면 도입부에서 아카네가 노력 끝에 요리치에서 벗어났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왜 여기서 굳이 빼버렸는지 모르겠네요.

 

그리고 여기서 아카네의 가장 큰 문제점이 나오는데 아카네 본인은 단순히 남녀 가리지 않고 친절하게 대해주려고 하지만

상대 남자나 제삼자가 보기에는 아무리 봐도 그 남자에게 마음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입니다.

대표적인 피해자로 료가가 있죠. TVA 사자포효탄 에피소드에서 '평생의 친구'라는 말에 마음이 산산조각나는 모습이 불쌍합니다.

 

3.

OVA 시리즈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것 중 하나는 음악입니다.

당시는 요즘처럼 오프닝 곡이나 엔딩 곡을 많이 바꾸던 시기가 아니었는데

란마 애니메이션은 주연 여성 성우들이 좋은 가창력을 가지고 있는 것을 활용하여

OVA 시리즈마다 오프닝 엔딩곡을 바꾸면서 많은 음반을 발매했습니다.

 

그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곡을 세 곡 꼽으라면

TVA 세번째 오프닝이자 Super OVA 두번째 오프닝인 思い出がいっぱい , Special OVA 첫번째 엔딩곡인 清く正しいクリスマス,

그리고 OVA 시리즈 엔딩곡인 乱馬とあかねのバラード 입니다.

 

물론 저 세 곡 모두 우리나라 노래방에는 들어올 리가 없으니 언제 한 번 신촌에서 일본 노래방에 갈 때 잊지 말고 불러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