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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의 영역/독서

꼬마 니콜라 시리즈 / 르페 고시니 저 / 문학동네

 

 

1.

꼬마 니콜라 시리즈를 처음 접한 것은 제가 중학교 시절이었습니다.

어머니께서 사주신 50권 짜리 세계 문학 전집에

'꼬마 니콜라의 쉬는 시간'과 '꼬마 니콜라의 여름방학', 이렇게 두 권이 들어있었습니다.

하필이면 맨처음 에피소드가 '퇴학당한 알세스트'여서 약간 당황했던 기억이 있네요.

 

작년인가, 재작년 쯤에 시리즈가 완전 번역되어 국내에 들어온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언제 한 번 큰 맘 먹고 읽으려고 생각하고 있었고 이번 긴 추석 연휴를 맞아서 전권 구입하여 완독하였습니다.

생일 선물로 도서상품권을 선물해 준 후배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2.

꼬마 니콜라 시리즈는 작가가 살아있을 때 5권의 책이 출판되었습니다.

 

1) 꼬마 니콜라(1960)

2) 꼬마 니콜라의 쉬는 시간(1961)

3) 꼬마 니콜라의 여름방학(1962)

4) 꼬마 니콜라와 친구들(1963)

5) 꼬마 니콜라의 골칫거리(1964)

 

이렇게 5권으로 되어있으며 이 5권을 모아서 우리나라에서는 '꼬마 니콜라' 합본으로 나왔습니다.

 

그리고 사후에 발견된 원고로 다시 9권의 책이 출판되었습니다.

 

1) 돌아온 꼬마 니콜라(2004)

2) 돌아온 꼬마 니콜라의 쉬는 시간(2004) - 원제: 꼬마 니콜라의 말썽

3) 돌아온 꼬마 니콜라와 별난 이웃(2004) - 원제: 꼬마 니콜라의 이웃

4) 돌아온 꼬마 니콜라와 완벽한 아빠(2004) - 원제: 꼬마 니콜라 여행

5) 돌아온 꼬마 니콜라의 장래 희망(2004) - 원제: 꼬마 니콜라의 선물

6) 앙코르 꼬마 니콜라(2006) - 원제: 꼬마 니콜라의 성탄절

7) 초콜릿 공장 소동(2006) - 원제: 꼬마 니콜라의 장난

8) 나 홀로 기차여행(2006) - 원제: 꼬마 니콜라의 소란

9) 꼬마 니콜라의 빨간 풍선(2006) - 원제: 꼬마 니콜라와 풍선

 

여기서 원제는 책에 수록되어있는 프랑스어 원제를 네이버 사전을 통해 제가 번역하였습니다.

참고로 저는 프랑스어는 전혀 하지 못하므로 저 번역을 혹시라도 믿으시는 일이 없도록 해주세요.

 

이중 2004년에 나온 5권이 우리나라에서는 '돌아온 꼬마 니콜라' 합본으로 나왔고

6),7),8) 3권 합본으로 '앙코르 꼬마 니콜라' 합본으로 나왔습니다.

9권은 찾아보니 합본에는 수록되어 있지 않고 따로 단권으로 출판이 되어 있더군요.

사실 저도 이 글을 쓰면서 찾아볼 때까지는 9권의 존재를 몰랐는데 저것도 마저 사서 읽어야겠습니다.

 

3.

각각의 소설은 옵니버스 식으로 구성된 작은 이야기들의 모음으로 구성되어 있고

각 이야기는 순수한 어린아이인 니콜라의 시점으로 일상과 소동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아직 세상 물정을 모르는 니콜라가 어른들을 오해하면서 생기는 엇갈린 묘사가 이 소설의 핵심입니다.

 

가령 미술관에서 들어가기 전부터 학생들이 말썽을 부리지 않을까 하고 걱정하느라 신경이 날카로워졌고 실제로 소동을 일으키는 아이들에게 학을 띠고 다시는 미술관에 가기 싫어하는 선생님을 보고 니콜라는 들어가기 전부터 짜증을 내고 다시는 미술관을 가기 싫어하는걸 보니 선생님은 원래 미술관을 싫어하는가 보다라고 생각하는 장면이 소설에 있습니다.

 

전체적인 작품 분위기나 어른들을 포함한 등장인물들의 분위기는

'만화일기'로 대표되는 90년 대 명랑만화의 분위기를 떠올리게 만듭니다.

단골로 나오는 축구를 하다가 학교 유리창을 깨는 장면은 흔하게 보는 장면이고

선생님에게 '제기랄' 이라는 욕을 했다는 이유로 알세스트가 퇴학당하는 장면에서 당시 보수적인 도덕관을 떠오르게 합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우리는 잘못을 하면 종아리를 맞았지만 저쪽은 간식과 후식을 금지당하는 것이고,

우리는 1980년대~90년대 초반이었지만 저쪽은 50년대라는 것이죠.

작중에 니콜라의 집에 TV가 들어온다고 아빠가 옆집에 가서 자랑하는 에피소드를 보고 놀랐습니다.

 

4.

이 이야기는 아이들의 눈으로 읽는다면 

니콜라와 그의 친구들이 펼치는 가지각색의 말썽으로 이루어진 아동 소설이지만

나이가 들어서 읽으면 다른 쪽으로 먼저 눈에 가게 됩니다.

 

아이들에게는 어른스러워지라고 훈계하지만 정작 한꺼풀만 벗기면 아이와 차이없는 어른들,

다른 사람이 잘 되면 샘을 내며 자존심만 내세우면서 고집을 부리고

자기 마음대로 되지 않으면 화를 내고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라고는 눈꼽만큼도 없습니다.

 

자기에게 뭔가 자랑할 만한 것이 생기면 서로 자랑하는 아빠와 블레뒤르 아저씨는

남에게 순수하게 축하하지는 못할망정 어떻게든 상대를 깎아내리지 못해 안달인 것이

아빠에게서 받은 선물을 자랑하는 니콜라의 친구들과 전혀 다른 것이 없어 보이고

자기 하고 싶은대로 하지 못하면 집을 나가겠다고 소리를 지르는 니콜라와

아빠와 조금만 의견이 맞지 않으면 친정으로 돌아가겠다고 소리를 지르는 엄마 사이에 어떠한 차이도 없어보입니다.

 

실제로 시리즈 정보를 얻기 위해서 들어갔던 영문위키에도 어른들에 대한 풍자 소설적인 요소도 강하게 들어있다고 적혀있습니다. 참고로 우리말 위키는 눈물이 날 정도로 빈약하여 도움이 조금도 안 되었습니다.

 

5.

책값이 올라간다는 이유로 양장본을 싫어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저는 돈을 조금 더 지불하게 되더라도 양장본이 더 좋습니다.

 

책은 읽을 때 즐거움 줄 뿐만 아니라, 보관할 때는 인테리어로서 기능하는데

책장에 빼곡이 꽂힌 손때 묻은 양장본은 방 전체의 분위기를 잡아주는 역할을 합니다.

복잡한 수식을 빼면 사방이 양장본으로 가득찬 방에 들어가면 그냥 제가 기분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