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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의 영역/독서

늑대와 향신료 5권, 6권

 

 

 

1.

모피의 도시 레노스를 무대로 하는 5권은 작품의 중대한 전환점이 된 권입니다.

 

'요이츠에 도착하고 나면 어떻게 되는가?', 여행의 종착점이 목전에 이른 순간 이 질문은 더 이상 묻어둘 수 없게 되었습니다.

로렌스와 계속 여행을 하는 선택지도 있지만 스스로 말하듯 호로는 '요이츠'의 현랑입니다. 

 

호로는 스스로 생각한 답을 말합니다.  '여기서 여행을 끝내자.'

호로가 자신의 고향을 버리지 않기로 결정했다면 로렌스가 요이츠까지 따라올 이유가 없습니다.

이미 행상인인 로렌스가 자신을 위해 상당히 무리를 하고 있다는 것을 모를 리 없는 호로입니다.

말로는 서로에게 너무 익숙해지는게 무섭다고 하지만  본심은 이쪽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을 장식하기 위해서 로렌스에게 큰 선물을 하나 안겨주려고 합니다.

 

레노스에서 호로는 다른 때에 비해서 유독 노골적으로 위험한 거래를 부추깁니다.

이 거래가 성공하면 로렌스는 어느 곳에서나 가게를 낼 수 있을만큼 거금을 손에 쥐게 되며

만약 실패하더라도 로렌스는 여관을 받게 되고 자신은 적당한 타이밍을 봐서 탈출하면 됩니다.

호로와의 여행이 여기에서 끝난다면 로랜스에게 이 거래는 노 리스크 하이 리턴입니다.

 

자신의 가게를 가지는 꿈을 이룬 로렌스는 가게를 볼 때마다 자신에게 있어 행운이었던 호로와의 만남을 웃으면서 추억할 수 있을 것이고

호로 역시 로렌스와의 만남을 떠올릴 때마다 뿌듯한 기분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호로가 그리던 그림일 것입니다.

 

그러나 로렌스는 거래를 거절하면서 호로의 큰 그림을 망쳐버립니다.

호로는 화를 냅니다. 자신이 생각한 가장 아름다운 헤어짐이 어그러져버렸으니까요.

울고 싶었을 것입니다. 이제 더 좋은 헤어짐이 아니면 미련이 추억을 잠식할테니까요.

 

2.

그래서 6권이 시작하자마자 호로는 에이브를 쫓기 시작합니다.

에이브에게 화가 난 것도 사실이겠지만 정말로 잡으려면 당장 늑대로 변해서 쫓아갔을테지요.

호로에게 있어서 가장 두려운 것은, 지금 이 상태로 바로 요이츠에 가서 이별을 맞이하는 것입니다.

지금 당장 요이츠로 돌아가질 않을 이유가, 더 좋은 이별을 준비할 시간이 필요한 것이고

에이브를 추적하기 위해 남쪽으로 내려가는 것은 요이츠에게 멀어질 수 있는 좋은 핑계거리입니다.

실제로 호로는 6권에서 추적자 특유의 초조감이 거의 느껴지지 않습니다.

만약 그렇다면 뱃길이 막혀서 시간이 늦어지는 와중에 춤과 파티를 즐길 여유가 없을테지요.

 

그리고 이 권에서 로렌스와 호로는 선언을 합니다.

약간 돌려말한긴 했지만 더 멋진 모험을 통해서 둘의 이별을 근사한 것으로 만들겠다는 다짐입니다.

'늑대와 향신료'라는 소설이 파슬로 마을의 호로를 고향인 요이츠로 데려가주는 이야기에서,

로렌스와 호로가 좋은 기억으로 남는 이별을 위해서 근사한 모험을을 하는 이야기로 바뀌었습니다.

 

또한, 롬 강을 배경으로 하는 6권에서는 토트 콜이 새로운 여행길 동무로 들어왔습니다.

착하고 예의바르며 그러면서도 소년 특유의 순수함을 간직한, 제가 마음에 쏙 들어하는 타입입니다. 

넵, 저는 솔직히 남자얘가 여자얘보다 더 귀엽워서 나중에 아들을 낳고 싶습니다.

 

3.

그나저나 로렌스가 호로를 놀리다가 '내가 정말로 어린 것이 좋다고 하면 어쩔거야?'라고 반격당할 때 로렌스 표정이 상상이 가더라고요.

실제로 신화 속 여신들은 별로 정조 관념이 없고 미소년을 밝히는 경우도 많죠.

그래도 늑대는 포유류 중에서 상당히 배우자에 충실한 부류니 믿음을 가지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