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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의 영역/독서

늑대와 향신료 1,2권 그리고 7권

1.

예전에 17권으로 완결이 되었다고 생각한 시리즈인데 어느새 꼬맹이와 딸내미의 여행인 '늑대와 양피지'와 함께 후속권이 나오고 있더군요.

라이트노벨에 더이상 관심을 가지지 않은지가 한참이라 작년 겨울에야 겨우 알게 되었습니다.

읽은지 한참 된 책이라 뒷이야기를 읽기 전에 처음부터 다시 한 번 읽어보려고 합니다.

 

이 바닥에서 참 드문, 아무 능력없는 상인으로서 주인공 역을 꿰찬 크래프트 로렌스와  

오랫동안 쌓아온 지혜와 긍지를 가졌으면서도, 홀로 남겨지는 외로움에 약한 현랑 호로,

이 둘이 자아내는 때로는 박진감 넘치고, 때로는 달달한 이야기가 상당히 마음에 든 작품이이서 뒷이야기가 이어진다는 소식에 반갑다는 생각이 먼저 드네요. 

 

2.

보리의 대산지 파슬로 마을에서의 호로와의 만남과 여행의 시작,

그리고 은화 투기에 얽힌 파치오에서의 모험을 그리고 있는 1권입니다.

 

저는 장편 소설일수록 작품의 방향성을 명확하게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드넓은 바다를 항해하더라도 선장이 나아갈 방향을 자신감있게 제시하면 걱정이 안되지만,

선장이 갈팡질팡하기 시작하면 불안감이 스멀스멀 올라오고 탈주하는 사람이 나오기 마련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참 모범적인 1권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야기의 큰 틀을 1권에서 완성해주었어요.

'행상인 로렌스와 현랑 호로가 북쪽 끝 현랑의 고향으로 가는 이야기'.

그 과정이 어떻게 될지, 그 여정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모르지만 여행은 목적지가 명확해야 합니다. 그게 아니면 여행이 아니라 방랑이죠.

 

그리고 로렌스가 주인공의 자격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권이기도 하였습니다.

여신과 만난 것은 행운이라고 하더라도 그 여신을 옆에 둘 자격이 있는 자임을 스스로 증명하였죠.

서브컬쳐에서 미움받는 남주인공을 상당히 보았기에 진부하더라도 필요한 의식이라고 생각합니다.

 

3.

2권은 교회도시 뤼빈하이겐에서의 위기일발을 다루었습니다.

1권도 엄밀히 따지면 환투기지만 그래도 일단은 합법적인 수단으로 진행된데 비해서

2권은 대놓고 걸리면 무시무시한 형벌이 기다리고 있는 금 밀수가 주 내용입니다.

부부사기단(...)의 이미지가 강한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2권의 지분이 절대적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작품 내내 호로가 가장 경계하는 대상인 노라 아렌트가 등장한 권이기도 하지요.

현랑의 가장 큰 라이벌로 양치기 아가씨를 선정한 작가의 센스에 감탄할 뿐입니다.

호로가 지혜롭고 강하지만 마음 한 켠에 외로움이라는 약점을 가지고 있는 캐릭터라면

노라는 순종적이고 얌전해보이지만 의외로 강단있는 정반대의 이미지라는 것도 그렇고요.

...보통 둘 중 후자가 여주인공인 경우가 많지 않나는 생각도 듭니다.

 

의외로 예상 외였던건 숲에서 늑대끼리의 한바탕 싸움을 예상했는데 싸우지 않음으로 자신의 연륜과 자제력을 과시하신 현랑님.

 

4.

1권, 2권에 이어서 7권을 읽은 이유는 7권의 내용 구성 때문입니다.

 

3개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는데 로렌스와 여행하기 전에 호로의 이야기를 그린 중편 '소년과 소녀와 하얀 꽃'을 시작으로

1권 이후 여행을 준비하는 로렌스와 호로를 그린 단편, '사과의 빨강, 하늘의 파랑',

그리고 2권 이후 후일담을 호로의 시점에서 그린 단편, '늑대와 호밧빛 우울' 입니다.

중편의 감상은 '내가 아무 것도 모르는 것처럼 보여서 정말 아무 것도 모를 줄 알았냐?', 첫번째 단편의 감상은 '속았구나!! 헌옷 가게 주인!!'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두번째 단편이었는데 이 작품 첫 호로 시점의 이야기였습니다.

1인칭 시점 소설은 화자의 이야기가 반드시 진실이 아니라는 것을 몇 번 되뇌이면서도 책을 읽다보면 함정에 빠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적절한 시점에 한 번 정도 끊어준 것 같습니다.

감상은 '내가 참아야지 어쩌겠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