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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의 영역/독서

지구에서 달까지 / 쥘 베른 저 / 열림원

1.

진짜 오랫동안 방치해놓았던 책을 읽었습니다.

소설을 쓰라고 했더니 생물 도감을 쓴 '해저 2만리'를 읽고 나니 이번에는 탄도학 서적을 쓰나 싶어서 때려쳤거든요.

다 읽고 나니 결말이 약간 허무하긴 하였지만, 그래도 재미없는 책은 아니었습니다.

 

2.

쥘 베른의 책들이 재미있는게 같은 작가가 썼다는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인간과 진보에 대한 시각이 다르다는 것입니다.

'15소년 표류기' 에서 인간의 이성에 대한 믿음을,

'80일 간의 세계일주'에서 인간의 도전 정신과 선의에 대한 따뜻한 시각을 보여주었다면,

'해저 2만리' 에서는 그 둘 모두에 강한 회의감을 보여주는 염세주의적인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이 작품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포탄에 의해 손발을 잃어서 의수와 의족으로 살아가면서도 전쟁을 외치며

더 이상 전쟁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자 달에게까지 포탄을 쏘려는 사람들을 보면

결국 과학의 진보라는 것은 인간의 호전성과 정복욕을 기반으로 둔 거 아니냐는 작가의 비꼼이 엿보입니다.

그나마 '해저 2만리'와 달리 해학과 풍자의 유머가 가득해서 술술 읽히네요.

 

3.

쥘 베른 소설답게 '달에 가고 싶다.' 라는 꿈 같은 이야기를 현실로 끌어오는 수완이 대단합니다.

달까지의 거리와 거기까지 가기 위해서 필요한 에너지를 계산하고 이를 위해 가장 효율적인 위치와 수단을 찾고,

만약 그 포탄 안에 사람이 들어있다면 어떻게 충격을 완화할 것인가, 착륙시 충격은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아무도 인간이 달에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하던 시기에 이러한 접근을 할 수 있다는게 대단한거 같습니다.

지금에 와서 보면 틀린 사실에 기반한 논거도 좀 보이지만 이것도 그 시절에는 그렇게 생각하였구나 라고 생각하면서 보며 재미있고요.

 

4.

오랜만에 좀 쉬려고 해서 주말부터 폭발적으로 포스팅을 올렸습니다.

다시 당분간은 포스팅이 힘들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