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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의 영역/혼자하는 게임

Darkest Dungeon과 레드 훅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수 있겠지만,

저는 기본적으로 좋은 게임이란 접대 바둑 같은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게 만들고, 마지막에는 유저들에게 져주어야 합니다.

왜냐면 궁극적으로 유저들이 지갑을 여는 이유는 즐거운 경험을 하기 위해서이니까요.

 

한 때 다키스트 던전에서 화력을 집중해서 전열부터 녹이던게 베스트이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레드 훅의 대응은 몬스터가 죽으면 시체가 생성되서 후열이 앞으로 오지 못하도록 하였습니다.

이게 말이 안되는게 정상적인 게임이면 일부러 탱커부터 칠 이유가 없습니다.

후열 공격의 효율이 너무도 괴멸적이라 손해를 감수하고라도 전열을 두들기게 되는 것입니다.

상식이 있는 개발사라면 유저들이 자신의 의도대로 플레이하지 않는 것에 분노하는게 아니라

전열 공격과 후열 공격의 밸런스를 조정하여서 후열부터 정리하는 플레이에 힘을 실어주겠죠.

 

라디언트 패치 전에 레드 훅의 행적을 보면

유저들이 게임의 공략법을 찾아내면 곧바로 이를 못 쓰도록 만들어버리는 것의 반복이었습니다.

솔직히 싱글 게임에서 이런 공략법의 존재가 왜 나쁜지를 모르겠습니다.

라이트하게 즐기고 싶은 사람들은 이런 방식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되고,

좀더 도전적으로 즐기고 싶은 사람들은 적당히 이러한 방법을 배제하면서 플레이하면 되죠.

 

확장팩 이후 추가된 은신 시스템도 그 연장선상에 있습니다.

은신 속성을 가진 몬스터는 두 번째 행동을 취할 때까지 공격 대상이 되지 못하고,

일부 스킬로 은신을 해제한 후에 공격하거나, 광역기로 피해를 주어서 상대해야 합니다.

처음에는 게임의 전략성을 올려줄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결론은 없느니만 못한 시스템이었습니다.

 

일단 은신 해제가 붙어있는 스킬들이 너무나도 데미지 보정이 처참합니다.

대부분 평타 공격의 데미지의 절반이 되지 않고, 은신한 적을 공격한다고 추가 데미지도 없습니다.

게다가 은신 몬스터들이 대부분 속도가 위협적이어서

(적 행동1 -> 은신 해제 공격 -> 적 행동2)보다 (적 행동 1->버프나 회복->적 행동 2)가 낫습니다.

비효율적이라 버려진 스킬들을 쓸 수 있도록 상향해줄 방법을 고민하기보다

은신 해제 속성을 부여해주고 억지로 쓰라고 강요하려고 하는 의도가 빤히 보여 화가 날 정도입니다.

 

그래서 전에도 언급했다시피 이 레드 훅은 오래 사귀고 싶지 않은 친구가 아닙니다.

아마 다음 작품을 출시한다고 해도 별로 구매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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