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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의 영역/혼자하는 게임

Darkest Dungeon(2016)

 

가장 어두움 난이도에서 기본 옵션 세팅으로

99주 내 게임 클리어, 모든 보스 킬, 모든 종류의 영웅 6레벨, 모든 선조 장신구 수집을 달성했습니다.

이걸로 게임 내에서 즐길만한 건 다 달성했다고 생각하고, 더 이상 플레이할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이미 후반부는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엔딩은 봐야겠다는 일념 하나로 플레이하였는걸요.

 

그래픽과 음악, 그리고 세계관이 잘 어우러져 나타내는 독특한 분위기는 확실히 훌륭하고,

가주의 나레이션은 게임 내내 감칠맛을 더하며, 독특한 패턴을 사용하는 보스전도 잘 만들었습니다.

스토리가 다소 예상하기 쉽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그 점이 플레이에 악영향을 주지는 않습니다.

특히 플레이하면서 가장 두들겨 패고 싶은 녀석이 최종 보스인데서 이미 스토리는 성공한 것이지요.

 

다만 이 게임의 핵심은 반복적인 던전 진행인데, 이 부분은 도저히 좋은 이야기를 할 수가 없습니다.

여러 번 클리어할만한 게임이 아니라는 수준이 아니라 

파티 운영이 안정화되는 대략 20주 이후부터 같은 플레이를 60여 번이나 반복해야 합니다.

거듭되는 패치는 플레이 방향을 획일화시켜서 오히려 이 문제점을 심화시켰습니다.

적 후방 딜러들을 빠르게 제압하지 못하면 아군 스트레스가 터져나가기 때문에 

방패 파괴자를 비롯한 후방 공격이 가능한 영웅들로 파티를 구성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 게임의 레벨 디자인도 여러 가지로 문제가 있다고 생각이 듭니다.

대장간과 길드를 업그레이드하지 못해서 베테랑 또는 챔피언이 된 영웅들은 마을에서 놀고 있는데

가보를 얻으려고 저난이도 던전을 저렙 영웅들로 반복해서 진행하고 있으면 텐션이 확 내려갑니다.

하다못해 원정대의 인벤토리만 늘려도 게임이 훨씬 쾌적해졌을 것입니다.

게다가 최후반에는 가장 어두운 던전조차 클리어한 영웅들이 

지역 진행도가 모자라서 챔피언 난이도의 지역 보스들과 대면하지 못하는 현상까지 발생합니다.

 

엔딩은 싸움에서 진 개가 짖는 느낌이어서 별로 허무하거나 무섭지는 않았습니다.

아무리 떠들어봐야 냉병기와 머스킷에 진 고대의 존재가 얼마나 무서울까라는 생각입니다.

매번 부활을 시도할 때마다 이렇게 두들기면 아마 인류가 살아있는한 부활 못 하겠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