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는 평일에는 회사 출근-회사 퇴근-병원 출근-병원 퇴근-집안 정리-수면 / 휴일에는 병원 출근-병원 퇴근-집안 정리-수면이 생활 루틴입니다. 솔직히 평일에는 출근 두 번에 휴일 출근까지 하는 기분입니다. 거기에 몸이 무거워도 어느 정도 집안일을 해주던 와이프가 병원에 있으니 귀가하고도 최소한의 집안일은 제가 처리해야 하지요. 아무리 피곤해도 사람이 살려면 1시간 정도는 환기하고 청소하고 세탁 정도는 매일 해놓아야죠.
저도 편하지는 않지만 와이프도 고생입니다. 아무리 1인실이어도 간호사가 수시로 체크하러 들어오고 복도에는 사람들이 오고 가니 제대로 수면을 취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병실에 들어가서 긴장이 풀리면 바로 잠들더라고요. 그래서 오늘 병실에서 조리원으로 옮기는 것이 반가웠습니다. 오늘 아침에 가서 짐을 들어주면서 보았는데 훨씬 아늑하고 사람이 쉴 수 있는 공간이라는 느낌이었습니다. 침대도 누우면 꼼짝도 못 하는 병원 침대보다 훨씬 편해 보이고요.
조리원으로 옮기면서 여러 가지가 바뀌었습니다. 병원에 있는 기간 동안 저는 신생아실에 있는 아이를 하루에 두 번 그것도 유리창 너머에서만 볼 수 있었습니다. 그걸 열심히 휴대폰으로 촬영해서 양가 부모님께 보내는 것이 중요한 임무였죠. 와이프는 수유할 때 신생아실에 들어가서 아이를 안을 수 있었지만 남편인 저는 신생아실이 출입금지 구역이었습니다. 아이가 귀엽기는 한데 뭔가 체감이 잘 안 되는 상황이었죠. 하지만 조리원에서는 원하면 언제든지 아이를 볼 수 있고, 반대로 오후 6시 반에서 8시 반까지는 의무적으로 아이를 방으로 데려가서 돌봐야 합니다. 그래서 오늘 저녁을 일찍 먹고 6시 좀 넘어서 조리원 방에 도착했습니다.
사실 저나 와이프나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섰습니다. 아이를 안아본 적도 없는데 갑자기 두 시간 동안 돌보라니요. 엄청 막막하더라고요. 그래도 기본적인 안는 방법을 배운 다음에 제가 안아와서 아이를 침대에 눕혔습니다. 다행히 아이는 비교적 얌전하고 거의 울지 않았습니다. 처음에 조금 눕혀놓았다가 와이프가 수유를 시도했고, 수유가 원하는 만큼 되지 않아서 미리 짜놓은 모유를 먹였습니다. 그러고도 양이 부족하다고 불만을 표시해서 제가 분유를 더 받아왔습니다. 간호사가 사전에 엄청 잘 먹는다고 말했는데 정말로 먹성이 좋더군요. 그다음에는 안아서 재우려고 했는데 와이프가 아직 회복이 덜 되어서 팔에 힘이 잘 들어가지 않는 것 같아서 제가 받아서 안았습니다. 비록 어머니에게 많이 타박을 당하기는 하였지만 그래도 집에서 키우던 개들을 안고 다닌 경험이 많은 것이 꽤 도움이 되었습니다. 제가 안아주니 아이는 신기한지 제 얼굴을 빤히 쳐다보다가 어느새 잠들더라고요. 위의 사진이 잠든 아이를 침대에 내려놓은 후의 사진입니다. 저렇게 내려다보고 있으니 기분이 묘하더군요. 속까지 간질간질한 느낌이었습니다. 반대쪽에 앉아있던 와이프가 표정이 너무 행복해 보인다고 찍어주었습니다.
양가 부모님께도 영상 통화로 아이 모습을 잔뜩 보여드렸습니다. 요즘 들어 어머니 모습을 보면 너무 기분이 좋습니다. 어머니의 이제까지 감정의 폭이 플러스든 마이너스든 10이라고 한다면 손주를 보시는 어머니의 감정은 100은 되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매일 같이 좋아하시고 진심으로 행복해하시는 어머니의 모습은 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와이프는 어머니 안에서 1순위가 아들에서 손주로 바뀌었다고 놀리지만 저는 너무 좋습니다.
글을 쓰다 보니 오늘도 자정이 넘었네요. 피곤하긴 하지만 그 이상으로 기록하고 싶은 요즘입니다. 더 늦기 전에 자고 내일도 아침에 조리원으로 아기 보러 출근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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