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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의 영역/애니메이션-영화

때묻고 순수하지 않은 눈으로 본 태권 브이

오늘 샹그릴라에서 겨울 소풍으로 다같이 모여서 극장으로 태권 브이를 보러 갔습니다.
원래는 스케이트 장에 가자는 의견이었지만
나름대로 동아리 내에서 비중 있는 누군가가 스케이트는 무조건 싫다는 반응을 보였고
게다가 이번에 복원된 태권 브이를 봐두는 것도 가치있는 일이라고 생각되었기에 가게 되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이제 더이상 순수하게 즐길 수 있는 어린이가 아니고
일본 애니에 찌들었다면 찌들었다고 할 수 있는 눈이니 객관적이라는 수식어는 못 붙이겠죠.
그래도 나름대로 이런 포스팅 거리를 날려먹을 수 없으니 써보겠습니다.

 
1) 열심히 추억 마케팅을 한 것에 비하면 30대 이상의 남자 어른들이 거의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대부분이 객석들이 초등학생 정도의 아이들로 채워져 있었습니다.
    인트로 부분에서 태권브이 복원에 의의를 설명하면서 돌아온 우리들의 영웅이라고 하던데
    정작 그에 공감할 세대는 거의 보이지 않은게 아쉽습니다.


2) 맨처음 캐릭터들 얼굴이 무지 압박스러웠습니다.
   초반부에 등장한 김 박사님 얼굴을 보고 우리의 달냥 야쿠자인 줄 알았습니다;;
   솔직히 그 얼굴로 다람쥐와 새가 와서 모여드는 연출이 합해지니 대락 정신이 멍해졌습니다.

3) 시의적절한 추임새.
    초반에 훈이가 수련이 끝났다면서 맨손으로 바위를 격파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 순간 어느 아기가 '헐'이라고 중얼거렸고 영화관이 웃음바다가 되었습니다.
    전반적으로 아이들 사이에서 이런 반응들이 계속 나왔는데

    영화관 분위기 자체가 이것을 거북해하거나 자제시키는 분위기가 아니어서 큰 문제는 없었습니다.

4) 영희 그렇게 안 보았는데 인상이 이기적이고 표독하다는 느낌.
    초반에 훈이에게 접근하는 메리에게 그렇게 사나울 수가 없습니다.
    인호가 두 과학자들 사이의 정략 결혼으로 밖에 안 보인다고 하는데 설득력이 있습니다.

5) 어떻게 보면 깡통로봇이 태권브이보다 강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브레이크를 못 찾아서 폭주하는 태권브이에게 네 발로 뛰어서 도망가는 깡통로봇을 보니;;
    (실제로 한 녀석을 상대로 꽤 선전했고....)

    (문제는 이거 마징가Z 첫번째 기동할 때 상황 완전히 베낀거잖아...)

6) 그쪽 연합군을 보니 정작 거대한 적 로봇한테는 도망가면서
    약해보이는 깡통 로봇한테는 맹공.
    이때나 그때나 정부군에 대한 취급은 변함이 없는 것 같습니다.

7) 작품 초중반부터 계속 광자력, 광자력 노래를 부르는데 이거 언제 쓰나요.
    광자력까지 장착해서 강하다고 해놓고서 정착 첫 싸움에서는 안 써요.
    두번째에서도 광자력을 쓰라고 영희까지 말하는데 안 써요.
    결국 마지막에 지하로 숨은 기지 부술 때만 사용하고
    정작 최종보스전에서 묶인 상태에서 광자력을 써 말과 스위치를 올리자마자 보스가 한 방에 '팡!!'
    도대체 왜 넣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멋있자고 넣은거면 차라리 아테네 올림픽 때처럼 뒤돌려차기로 마무리하는게 더 나았을 것 같습니다.
    오죽하면 제가 저 광자력이라는 거 사실은 필요없는데
    윤박사가 태권브이 제작을 공동 명의로 하려고 억지로 넣은 것 아니냐는 말까지 했겠습니까

8) 윤박사님은 훌륭한 무술인이었습니다.
    메리가 준 광선검(제다이가 아니고 광선을 쏠 수 있는 검입니다;;) 하나로
    단신으로 적의 심장부에서부터 밖으로 탈출 성공.
    날라차기와 돌려차기 등등 훈이를 뛰어넘는 전투력을 보여주었습니다.
    누군가가 우리도 박사 학위 받으려면 저 정도는 해줘야하는거 아니냐고 하더군요.   


9) 태권브이가 표절이냐 아니냐는 참 오래도록 이어오는 소재 중 하나인데
   직접 보고 온 감상을 물으면
         '가져온 것은 확실히 있다. 하지만 표절이라고 할 정도는 아니다.' 입니다.
   기본적인 작중 구도와(정의의 두 과학자와 그의 아들과 딸 vs 악의 과학자)
   처음에 조종에 미숙해서 알고 지내던 동생 하나 밟아죽일뻔 한 것.
   이거는 확실히 배낀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탑승과정에서 호버 파일더는 생긴 것은 비슷한데 조종 위치와 역할이 꽤 다르고
   광자력이란 이야기가 자주 나오기는 하는데

   솔직히 로봇에 비해 설정이 빈약한 상태에서 억지로 붙인 듯한 느낌이고

   마징가에서 에너지원이라면 이쪽은 필살기라는 느낌입니다.


   그리고 이쪽에서 사실 가장 중요한 로봇 액션쪽으로 가면
   장거리의 무기를 퍼붓는다는 느낌인 마징가와 스피드를 살린 타격전으로 가는 태권 브이와 완전히 다르다.
   솔직히 어느 정도 가져왔다는 것은 인정해야 할 상황이고(무에서 유를 만드는데 옆동네꺼 안 봤을 리 없다.)
   반대로 표절이라는 주장 역시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합니다.

10) 태권브이에서 가장 좋았던 것이 뭐냐고 물으면 나는 주저없이 말하겠습니다.
     노래가 제일 좋았습니다.


11) 적어도 저에게 있어서 재미있는 작품보다는 웃긴 작품이라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12) 인호가 너무 웃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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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2007년 1월 28일에 올린 글을 수정해서 옮긴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