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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의 영역/만화

란마 1/2 (1987) / 타카하시 루미코

 

1.

란마 1/2을 처음으로 접한 것은

어렸을 적에 대여점에서 1,000원 내고 빌려보면 비디오 테이프였습니다.

물을 뒤집어 쓰면 여자도 되고, 팬더도 되는 것이 어린 시절에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재미있게 보던 란마가 갑자기 나오지 못하게 된 사건이 터졌습니다.

당시 여러 단체에서 란마를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일본 만화로 지정되어서 퇴출 운동을 벌였고

그 여파로 후속편이 더 이상 나오지 못하게 된 것입니다.

 

잘 보던 것을 갑자기 못 보게 되니 더더욱 보고 싶어졌고,

국내에 수입되지 않은 일본 애니메이션을 볼 길이 열리면서 제일 먼저 구해서 보았습니다.

양이 워낙 많다보니 대학교 1학년 때부터 보기 시작했는데 다 보는데 근 1년 걸렸습니다.

 

만화책도 일본 문화 개방 후에 완전판이 나와서 전권 구입하였습니다.

총 38권인데 당시 기숙사에 그 많은 양을 보관할 공간이 충분하지가 않아서 동아리 방에 보관하였고

학교를 떠날 때 그대로 동아리에 기부하고 나왔습니다.

 

2.

란마란 작품을 평하자면 '기상천외' 란 말이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당시 죽의 장막의 뒤에 있어 신비의 공간으로 인식되고 있던 중국이라는 소재를 활용하여

어떤 사건이 일어나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독특한 무대를 창출해 내었습니다.

 

이 점에서 루미코 여사의 초창기 작품인 '시끌별 녀석들'과 비슷한 점이 많지만

두 작품을 모두 읽어본 후의 저의 감상은

(시끌별 녀석들은 번역이 처참해서 동아리에 있던 일본어 원본으로 읽었습니다.)

시끌별 녀석들은 후의 루미코 작품들의 소재가 거의 모두 들어있다고 봐도 될 정도로 아이디어 박스이긴 하지만 좀 정제되지 않은 느낌이 강하고 전반적인 캐릭터 자체도 란마 쪽이 호감을 가지기 쉬운 구성이라서 저는 란마의 손을 들어주고 싶습니다.

 

이러한 배경을 바탕으로 평소에는 개그와 소년만화의 클리세를 비트는 전개를 취하다가도

필요할 경우에는 격투 만화로서도 높은 퀄리티를 뽑아내는 듯 여러 가지로 다재다능한 작품입니다.

다만 아쉬운 점을 꼽는다면 후반부에 가면서 소재가 다했는지

무리하게 화수를 늘린다고 느껴지는 이야기가 좀 많아진다는 점입니다.

필요없는 이야기를 제거하고 3권 정도 양을 줄인다면 더 좋은 인상으로 남았을 것 같습니다.

 

3.

정작 원작의 클라이막스에 해당하는 후반부가 전혀 애니메이션화되지 않아서

예전에는 입버릇처럼 '저런거 애니메이션으로 만들거면 차라리 란마 남은거나 만들어 주지'라고 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뭐 달관한지 오래입니다.

무엇보다 개그 만화는 상당히 트렌드의 영향을 쉽게 받는 물건인데

요즘 애니메이션의 주 소비층에게 인기를 끌 작품이냐고 물으면 차마 그렇다고 할 수가 없네요.

그리고 2008년에 나온 '악몽! 춘명향'을 보면서 느낀게 나온다고 할 지라도 그때 그 시절 느낌을 재현하는 것을 불가능하다는 것이었습니다.

 

혹시라도 나온다면 성우진은 가희 올스타라고 할 만한 수준인 작품이 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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