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취미의 영역/만화

마법선생 네기마 : 차오 린센 편

 

보수와 진보를 정의하는 법은 그것만으로도 책을 한 권 써도 모자랄 정도로 많습니다.

저 하늘의 별만큼 많은 정의 중에서 가장 제 마음에 드는 정의를 꼽는다면 이것입니다.

 

'진보란 변화가 늦어서 미처 구하지 못할 사람들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이고,

                                     보수란 빠른 변화에 휩쓸릴 무고한 사람들을 더 걱정하는 사람들이다.'

 

마법선생 네기마의 16,17,18권,

학원제 내에서도 전반부의 마호라 무도대회 편과 구분하는 의미에서 저는 차오 린센 편으로 부릅니다.

 

여기서 차오 린센의 목표는 마법사의 존재를 더 이상 숨길 필요가 없는 세상을 만들어서

수많은 마법사들이 정체를 감추지 않고 활동하여 더 많은 사람을 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유에의 말 그대로 이것은 굳이 말하자면 혁명에 가깝고,

이러한 제약에 발이 묶여본 경험이 있을 법한 타카미치는 망설임이 생길만한 제안입니다.

그러나 이는 다른 사람들의 희생이 불가피합니다.

차오는 자신이 최대한 세계를 관리하여 혼란과 피해를 최소화하겠다고 장담하지만

마법세계의 존재가 드러나면서 최소한 마호라 학원 교직원들의 인생은 엉망징창이 되었습니다.

결국 네기와 차오의 싸움은 선과 악이 아닌, 누구를 먼저 생각할 것인가의 싸움이며

네기는 이 싸움이 자신과 자기 주변 사람들을 위해 다른 누군가를 외면하는 에고임을 자각하게 됩니다.

 

어떠한 스토리를 구상할 때,

주인공과 그 대적자가 전부 납득할 수 있는 정의를 가지는건 정말로 어렵습니다.

조금만 잘못 구도를 그려내면 한쪽이 지나치게 어리석어 보이거나 주인공이 악역처럼 되어 버립니다.

여기서 차오는 주인공 네기를 막아서는 타협할 수 없는 대적자이지만 결코 악인은 아닙니다.

반대로 그런 차오를 막아서는 네기 역시 굳건하고 납득할 수 있는 정의 위에 서 있습니다.

이러한 구도를 성공적으로 그려낸 것 그 자체만으로도 차오 린센 편은 수작의 경지라고 생각합니다.

뒤로 가면 갈수록 과다투입되어 무감각해지는 액션도 여기서는 딱 적당한 수준이고요.

 

저는 만화책을 모을 때, 굳이 전권을 소장하는 것에 집착하지 않고

효율적인 공간 활용을 위해서 몇몇 권을 남기고 처분하는 일도 망설이지 않습니다.

그런 제 입장에서 네기마에서 저 3권을 가지고 있으면 네기마의 정수를 다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취미의 영역 > 만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신부 이야기  (0) 2018.11.18
더 이상 사지 않으려고 하는 만화책  (0) 2018.11.04
아즈망가 대왕 - 개척자  (0) 2017.12.25
란마 1/2 (1987) / 타카하시 루미코  (0) 2017.12.10
최악의 만화가, 최훈  (1) 2013.0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