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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의 영역/혼자하는 게임

쥬라기 원시전(1996)

 

쥬라기 원시전 1996년 위자드 소프트에서 제작한 국산 게임입니다.

초등학교 시절에 친구가 CD로 가지고 있어서 빌려서 플레이하였던 기억이 있습니다.

당시에는 순간이동이 특기인 로메크 부족으로 엔딩까지 보았습니다.

 

필드에 있는 자원을 일꾼 유닛으로 채취하는 정석적인 RTS에서 벗어나서

처음부터 주어진 자원으로 소수의 전투 유닛을 생산하고,

그 유닛으로 중립 유닛을 사냥하여 얻은 식량을 자원으로 사용하는 상당히 독특한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뿐 아니라 모든 유닛에게 능력치가 있어서 사냥이나 전투를 통해서 강해진다는 개념을 도입하는 등

당시로서는 상당히 혁신적인 시도가 많이 들어있는 작품이었죠.

 

단순하고 직관적이면서도 이러한 요소들 덕분에 거칠고 야만적인 원시 시대의 느낌을 잘 살린 괜찮은 게임이었습니다.

세부적인 완성도에서 아쉬움이 많아서 숨겨진 명작이라고 부르기는 힘들 것 같지만

독특한 재미를 선사해주는 평작 이상의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시 게임을 서로 돌려가면서 플레이하는 그룹 내에서도 이 게임에 대한 평이 상당히 좋았습니다.

 

 

미션 구성은 각 부족 별로 대동소이하고 토너먼트 식 구조입니다.

미션 1,2는 자원을 모으고 건물을 짓는 튜토리얼에 가까운 미션이고, 미션 3,4에서는 자기 라이벌 부족과의 전투가 시작합니다.

예를 들어 무스펠 부족이면 쿰바 부족, 로메크 부족이면 마사이 부족과 싸우게 됩니다.

미션 5에서는 전설의 무기를 찾는 여행을 하게 되고, 여기서 찾은 무기의 힘으로 라이벌 부족을 합병하게 되는 것이 미션 6입니다.

미션 7에서는 공룡들의 일제 침입으로부터 자신과 라이벌 부족을 보호하게 됩니다.

미션 8,9에서는 다른 부족 둘과 싸우게 됩니다. 라둠바 부족이라면 코아키 부족과 함께 무스펠 부족과 쿰바 부족을 대적해야 합니다.

같은 방식으로 미션 10,11은 4개의 부족을 이끌고 다른 4개의 부족과 싸우게 됩니다.

마지막 미션 12는 모든 부족이 벌이는 배틀로얄입니다.

 

위에서 아쉬운 점이 좀 많다고 했는데 가장 큰 문제는 밸런스가 심각하게 무너져 있다는 점입니다.

게임에서 고통받는 것을 특별히 즐기지 않는다면 카누스, 무스펠, 라둠바, 그리고 쿰바 외의 부족은 플레이하지 않는 것을 추천합니다.

 

카누스는 이 게임에서 가장 강력한 종족입니다.

HP를 전부 채우면서 무적이 되는 보호막 마법과 마나 회복을 돕는 전설의 무기의 존재는 게임의 밸런스를 완벽하게 무너뜨립니다.

문제는 단순히 상대하기 어려운 수준이 아니라 무한 보호막을 뚫을 방법이 없으면 정상적으로 미션 클리어가 불가능합니다.

 

저 뚫을 수 있는 방법을 자체적으로 가지고 있는게 무스펠과 라둠바입니다.

무스펠 부족은 빙결 마법으로 적을 얼린 후 제거하면 되고, 라둠바 부족은 독화살 궁수들의 마비로 상대하면 됩니다.

쿰바는 자체적으로 상대법은 없지만 카누스 부족을 상대할 때는 이미 무스펠과 라둠바가 아군이 되어있어서 대처가 됩니다.

코아키도 일단은 가능하긴 한데 첫 상대인 라둠바를 상대하는게 고행 수준이라서 추천은 못하겠습니다.

 

게임의 플레이는 RTS의 형식을 빌린 육성 RPG와 잠입 액션이라는 느낌입니다.

자신의 유닛을 육성한 후에 적 사냥터와 기지 외곽에 있는 유닛을 하나씩 제거하면서 야금야금 적을 무너뜨리는 전략이 일반적입니다.

그렇기에 적을 끌어올 수 있는 수단이 있는 부족은 수월하고 그게 없으면 많이 답답합니다.

 

이런 방식으로 차근차근 미션을 깨다보면 대망의 엔딩에 도달하게 됩니다.

 

엔딩은 그냥저냥 무난합니다. 아마 저 때는 시리즈 2번째 작품을 만들 생각이 없었던게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