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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의 영역/애니메이션-영화

카드캡터 사쿠라(1998) (2) - 장편의 힘

 

1.

이 작품을 보면서 왜 클램프가 열성 팬을 보유하고 있는지 이해하였습니다.

제가 80년 대, 90년 대 작품들을 좋아하고 지금 작품보다 나은 점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때때로 그 시절 감성들이 유치하고 촌스럽다는 생각이 들어서 어느 정도 감안하고 시청하는게 보통이거든요.

(이게 가장 심한게 유머 코드, 코믹 성향이 강할수록 옛날 작품보기가 괴롭습니다.)

그런데 이 작품을 보면서 그런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습니다. 지금 봐도 상당히 세련되었다는 느낌이 듭니다.

20년 뒤에도 통하는 작품을 만드는게 쉬운게 아닐텐데 대단한 것 같습니다.

특히 등장인물들의 의상이나 악세사리, 건물의 디자인 같은 것을 보면 작품을 만든 사람들의 미적 센스에 감탄하게 됩니다. 

 

2.

고전 애니메이션 팬답게 저는 장편 애니메이션을 좋아합니다.

가볍게 손 대기가 부담스럽긴 하지만, 그럼에도 장편만이 가질 수 있는 힘이 있거든요.

그래서 장편 애니메이션이 잘 나오지 않는 세태에 아쉬움이 많습니다. 일본 애니메이션 자체가 침체기라 어쩔 수 없지만요.

 

카드캡터 사쿠라에서 사쿠라의 연애를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크로우 카드 편에서는 '좋아하는 오빠 친구가 있었지만 그는 사실 인간이 아니었기에 결국 실연하였다.'

사쿠라 카드 편에서는 '같이 카드를 모으는 라이벌이었던 리 샤오랑과 연인이 되었다.'

만화책으로 읽을 때는 1부의 반전에 놀라기는 하였지만 여기에서 특별한 감정을 느끼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애니메이션에서는 다릅니다.

유키토를 진심으로 좋아하고 그를 기쁘게 해주려고 노력하는 소녀의 연심이, 그가 보여주는 미소에 행복해하는 소녀의 마음이

한 화, 한 화 차곡차곡 쌓여갈 때마다 그 사랑이, 그리고 실연이 가지는 아픔이 무게감을 가지게 됩니다.

결말을 알면서 보았음에도 유키토의 정체를 알고서 눈물을 흘리는 사쿠라를 보는게 가슴 아플 정도였습니다.

 

이런게 장편의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단편은 아무래도 짧은 시간에 우겨넣어야 하기 때문에 가슴보다는 머리에 집어넣는다는 느낌이고,

그러다보면 분명히 머리에서는 감동적인 부분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아무런 감흥도 들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이 작품처럼 가슴 깊은 곳까지 서서히 스며드는 것이 장편의 참된 맛이라고 생각합니다.

 

3.

요즘 이런게 너무 좋습니다. 베이비 러브라고 해야 하나, 아직 사춘기가 오기 전에 꼬마 연인들이 너무너무 귀엽습니다.

지하철에서도 꼬마 아이들 보면 귀엽고, 그래서 자리도 양보해주고 그러는데 벌써 아저씨가 되었나 싶은 기분이 듭니다.

아직 제대로 된 연애도 못 해봤는데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