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취미의 영역/애니메이션-영화

후르츠바스켓 신 애니메이션을 본 감상

1.

구 애니메이션은 코믹 순정, 신 애니메이션은 코믹 순정.

구 애니메이션에서는 개그 파트를 양을 늘리고, 오리지널을 대거 삽입한데 반해서

신 애니메이션에서는 개그 만화이기에 허용되는 연출을 최대한 삭제하고 해당 파트의 분량도 줄였습니다.

아리사와 사키의 시구레 집 방문 에피소드의 분량이나 연출을 보면 구작과 신작의 차이가 확연히 드러납니다.

단순히 개그를 덜어낸 것이 아니라, 덜어낸만큼 이야기를 촘촘하게 구성하려고 여기저기에 보강공사를 하였습니다.

 

사실 개그라는 장르가 조금만 유행에 벗어나도 도저히 못 받아들일만한 물건이 되기에

20년 전 작품으로 새로 애니메이션을 만든다면 저 선택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합니다.

 

2.

단순한 분량 조정 뿐 아니라 전체적으로 맛이나 연기가 좀더 담담해졌습니다.

아직도 저에게 있어서 혼다 토오루라고 하면 호리에 유이의 목소리가 떠오르지만,

이런 작품 기조에서 과거 토오루 목소리를 그대로 들고 왔다면 오히려 겉돌았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구작에 비해서 캐릭터들이 덜 움직인다는 이야기도 있던데 이건 장르가 바뀌면서 연출이 바뀐 것입니다.

 

작화도 구 애니메이션과 비교하기 미안할 정도로 좋아졌고,

단순히 구작을 답습하는게 아니라, 2019년의 시청자가 받아들일 수 있는 후르츠 바스켓을 목표로 하는게 긍정적입니다.

 

2.

전체적인 방향은 잘 잡았다고 생각하지만 눈에 밟히는 점이 몇 가지 있습니다.

 

첫번째는 소마 쿄우.

구 애니메이션 유키는 아예 여성 성우가 연기하였고, 쿄우는 세키 토모카즈가 열혈 바보를 연기하여 둘의 대비가 확실하였습니다.

그런데 신 애니메이션에서는 유키가 훨씬 남성다워졌고, 반대로 쿄우는 전체적으로 맛이 순해지면서

유키와는 다른 쿄우의 매력이 작품 내에서 잘 드러나지 않아서, 유키가 주연, 쿄우가 조연이라는 인상이 강합니다.

문제는 결국 토오루 쟁탈전에서 승리한게 쿄우이니, 순정만화 식으로 보면 주인공인데 이런 구도는 곤란하죠.

제작진이 쿄우의 매력을 표현하는데 좀더 신경을 써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두번째는 소마 모미지.

아직 모미지 주역 에피소드가 나오지 않아서 확언은 못 하겠지만 연출이나 연기나 캐릭터 해석이 잘못된거 아닌가 의심이 듭니다.

원래 12지 내에서도 가장 고생을 많이 하고 그만큼 가장 인간적으로 완성된 캐릭터임과 동시에,

자기 외모가 어려보이고 귀엽다는 것을 이용해서 은근히 속이 검은 짓을 하는 캐릭터인데 살짝 불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