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취미의 영역/애니메이션-영화

카드캡터 사쿠라 - 클리어 카드 편(2018)

 

1.

작년에 '카드캡터 사쿠라'의 후속작 방영이 결정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제 반응은 놀라움이 절반, 그리고 쓴 웃음이 절반이었습니다.

과거 명작들의 리메이크나 후속작이 우후죽순으로 쏟아지고 있는 세태에 이 작품도 끼어들었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아마 어느 정도 상업적인 성공은 거두겠지만, 팬들이 만족할만한 작품이 나올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완전히 틀렸습니다.

 

2.

전체적으로 작품 분위기는 전작보다 차분해졌습니다.

사쿠라는 중학생이 되었고, 어린애같은 입 버릇도 더 이상 사용하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크로우 카드와 사쿠라 카드를 수집한 경험이 있어서, 클리어 카드를 수집하는 과정에서도 전보다 침착하고 믿음직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전과 달리 카드 수집에 실패하는 일도 없고, 예상 외의 사태에도 의연하게 대처하는 모습을 보면 베테랑의 관록이 느껴질 정도입니다.

 

하지만 작품의 긴장감은 결코 덜하지 않습니다.

아이들이기에 솔직하게 부딪힐 수 있었던 전작과 달리 조금은 어른이 된 사쿠라와 샤오랑의 연애는 조마조마합니다.

서로를 위하는 마음은 변하지 않지만 그렇기에 서로에게 너무나도 조심스럽고 그것이 오히려 서로를 괴롭게 합니다.

사쿠라에게 말할 수 없는 비밀을 안고 괴로워하는 샤오랑과 그것을 눈치채고도 모른 척해 주는 사쿠라의 상냥함이 안타깝기만 합니다.

시한폭탄이나 마찬가지인 아키호와 사쿠라의 우정도 언제 터질지 모르는 상황입니다.

이걸 하나도 정리하지 않고 다음 시즌을 기대해달라면서 방영을 종료한 것이 원망스러울 정도입니다. 빨리 후속작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3.

이 작품의 특징 중 하나는 전작을 본 팬이라면 바로 떠오릴 수 있는 구도가 많다는 것입니다.

맨 처음 얻은 카드가 바람 계열이라든가, 수족관 데이트 중 사고, 메이린과의 호흡을 맞춘 격투 등

이 작품이 후속작이면서도 전작을 요즘 정서에 맞게 리메이크 작품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동일 구도를 사용한 장면이 많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마지막에 복선으로 밝혀지는 것으로 마무리 짓는 것에서 박수를 쳐주고 싶습니다.

역시 클램프라는 말을 할 수 밖에 없네요.

 

4.

제일 웃었던 부분입니다. 20년의 세월을 넣어서 마침내 통렬한 항의가 들어왔습니다.

사실 마법소녀 장르에서 마스코트 축생들이 한 짓을 보면 큐베가 왜 나만 욕을 먹냐고 항의해도 될 정도지요.

일방적인 계약, 거절해도 해제 불가, 시작부터 생사의 기로 등등 사쿠라가 고생 참 많이 했죠.

 

캐로짱은 전작과 마찬가지로 카드 수집에 조금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전혀 변하지 않았습니다.

늦잠자는 사쿠라의 등교 준비를 돕는다거나, 토모요의 촬영 보조로 활약하는 정도.

유에도 마찬가지니 봉인의 수호자 둘이서 필요할 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네요. 사쿠라에게 마력 받아먹는 값은 해야죠.

 

5.

사쿠라 카드의 힘은 지금 샤오랑이 가지고 있는게 확실하고(힘을 쓸 때 입 모양을 보면)

아마 돌아왔을 때 곰 인형을 돌려받는 과정에서 무슨 술법을 쓴 것이 확실해 보입니다.

에리올은 그 사실을 분명히 알고 있을테고, 왜 그런 일을 벌였는지가 중요하겠네요.

 

아키호와 카이토가 꾸미는 것은 어떤 일인지 정확히 모르지만, 어떤 결말이 날 것인지는 작중의 여우 이야기가 보여준 것 같습니다.

여우라는 것을 들켰을 때, 바로 쫓아냈어도 이상하지 않았지만 침착하게 장갑을 팔아준 가게 주인 덕에 모두가 행복해졌죠.

아마도 그 둘의 의도가 무엇이든 사쿠라가 포용하고 힘을 빌려주지 않을까 싶습니다.

등장인물들 중에 나쁜 사람이 없고, 또 그래야만 카드캡터 사쿠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