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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의 영역/애니메이션-영화

푸른 망아지 브링크(1989) - 진정한 용기에 대해서

 제가 이 애니메이션 보고 있는 것을 보고 와이프가 "도대체 오빠는 이런 작품을 어떻게 아는 거야?"라고 물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대답했죠. "KBS에서 방송했어." 사실 제 애니메이션 경험은 이런 경우가 많습니다. 지금 리스트에 올려놓고 대기 중인 작품들 중에서 '이상한 나라의 폴'이라든가, '숲 속의 백설공주'라든가, '피터 팬의 모험'이라든가, 다 공중파 TV를 통해서 어렸을 적에 접한 작품들입니다. 생각보다 이런 작품들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더라고요. 그나저나 이것도 초등학교 시절에 본 작품이어서 1980년 대 초반 작품이겠거니 생각했는데 찾아보니 1989년 작품이네요. 생각보다 나중(?)에 나온 작품이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비디오 판 오프닝입니다. 영상 올려주시는 고마우신 분이 계셔서 유튜브 구독 눌러놓았습니다)

 

 이 작품은 그로스 제국의 황제에게 동화 작가인 아버지를 납치당한 카케루라는 소년이 아버지를 되찾기 위해서 브링크와 여러 일행들과 수많은 마을을 지나서 모험을 하는 이야기입니다. 카케루의 파트너이자 이 작품의 또 하나의 주인공인 뇌수(雷獸) 브링크는 정말로 여러 가지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인간의 언어를 구사할 수 있으며, 카케루를 태우고도 자유자재로 공중을 날아다닐 수도 있으며, 원하면 투명해져서 사람의 눈에 보이지 않게 될 수도 있고, 뇌수답게 전기 에너지를 방출하여 상대를 공격할 수도 있습니다. 부상을 입거나 에너지를 전부 사용해도 털 공 형태로 변해서 휴식을 취하면 얼마 후에 완전히 회복하죠. 그러나 이 작품에서 가장 강조되는 능력은 카케루에게 용기를 주는 능력입니다.

 

 악의 제국의 황제에게서 아버지를 되찾겠다고 나선 것 치고는 카케루는 작중에서 심약한 모습을 많이 보여줍니다. 특히 처음에는 조금만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아도 겁먹고 포기하려고 하죠. 이때마다 브링크는 카케루에게 에너지를 날려서 용기를 불어넣어 주고, 용기를 받은 카케루는 마치 영웅처럼 모든 역경을 타파하는 것이 이야기의 주요 전개 방식입니다. 카케루가 용기를 받고 작품의 BGM이 바뀌는 순간 활극이 시작되지요. 단순히 전개 수단 뿐 아니라 용기는 이 작품의 주제이기도 합니다. 단순히 높은 곳을 두려워하지 않고, 강한 적에게서 도망가지 않은 용기부터 시작해서, 과거의 실패에서 다시 일어나는 용기,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책임을 지는 용기, 다양한 용기를 이 작품에서 다루고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화에 나오는 가장 힘든 용기는 자신에게도,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에게도 악한 면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하면서 마무리를 짓지요,

 

 이 작품은 결말로도 많이 회자된 작품입니다. 초등학교 시절에 마지막 화를 보고 난 친구가 "이제까지 다 꿈이었냐고, 허무하다."고 말한 기억이 납니다. 저는 당시 마지막 화를 놓쳤는데 이번에 다시 보면서 그 친구의 반응은 반만 맞다고 생각합니다. 그로스 제국과 그로스 황제의 정체는 아버지가 쓴 동화에 나온 악의 집합체였고, 카케루는 아버지의 동화 세계를 여행한 것입니다. 실제로 그러한 환상의 나라가 존재하여 그 속에 빨려 들어간 것인지, 아니면 단순한 일장춘몽이었는지 이야기는 명확히 결론을 내려주지 않습니다. 다만 아버지의 입을 빌려서 카케루가 더 나은 사람이 되었다면 그것은 의미가 있는 일이라고만 말하죠. 그리고 작중에서도 수많은 사람을 해친 황제가 어째서 동화 작가 하나를 처리하지 못하고 납치해서 글을 쓰지 말라고 압력만 넣고 있는가, 어떻게 실제 사건이 벌어지기 전에도 아버지가 해당 내용을 글로 썼는가 등등 해당 내용을 암시하는 내용을 계속 넣어주었기에 단순히 허무한 마무리라고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또 하나의 작품 감상이 끝났습니다. 나이 들어서 다시 보니 주인공 일행은 다들 너무 좋은 사람이라는 보고 있으니 기분이 좋았습니다. 특히 버스기사 운전수인 탄바는 나도 저런 어른이 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모범적인 어른의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마지막에 카케루와 브링크와 헤어지고 새로운 모험을 시작하는 용기를 낸 것처럼 저도 용기를 내야죠. 곧 저에게도 새로운 모험이 시작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