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마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으로 열손가락 안에 꼽을 수 있는 작품입니다. 만화책도 완전판을 전권 구입하였고, 졸업할 때 애니메이션 동아리 후배들에게 기증하였죠. 그래서 란마 1/2이 2024년에 리메이크되고 넷플릭스에서 방영된다고 했을 때, 기쁘기도 하고 걱정스럽기도 하였습니다.
우르세이야츠라와 비교하였을 때, 란마는 리메이크하기 더 좋은 작품입니다. 우르세이야츠라는 결국 개그 요소가 강한 작품인데 개그는 모든 장르 중에서 가장 트렌드에 영향을 강하게 받는 작품입니다.(요즘 세상에 허무 개그나 사오정 개그를 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반대로 란마는 액션에 비중을 두는 작품이어서 그 점에서는 자유롭죠. 다만 우려되는 것은 분량으로 볼 때, 1989년 란마 무인판하고 같은 범위를 다루게 될 텐데 그 란마 무인판이 진짜 잘 만든 작품이라는 겁니다. 작화도 돈 많이 쓴 티가 나고, 액션도, 성우들의 연기도 일품이었습니다. 어지간히 잘 만들어서는 올드 팬의 성에 차지 않을 정도로 허들이 높다는 것이죠.
그리고 완결까지 다 본 감상을 말하면 '못 만든 작품은 아니다.'입니다. 더 나쁘게 말하면 못 만들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보통 만화를 애니메이션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각색은 들어가기 마련인데 지독할 정도로 그림체건, 흐름이건 원작을 따라갔습니다. 다만 원작대로 만든다는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구 무인판 애니메이션의 장점도 전부 잃어버렸다는 느낌입니다.
가장 큰 문제는 액션. 루미코 여사의 그림체는 둥글둥글하고 귀여운데 이게 액션과 궁합이 썩 좋지는 않거든요. 그래서 란마나 이누야샤와 같이 액션 비중이 높은 작품들은 애니메이션으로 만들 때, 캐릭터의 등신도 좀 더 늘리고 미형으로 바꾸어서 그렸습니다. 그런데 이 작품은 원작 그림체를 가져왔고, 거기에 색감까지 더하니 액션이 굉장히 가벼워졌습니다. 가벼워진 색감은 우르세이야츠라 때도 같았지만 액션 비중이 높다 보니 훨씬 티가 난다는 느낌입니다. 그리고 무인판에서 19화(18화 - 오리지널 1화 - 총집편 1화 + 격투 스케이트 3화)에서 다룬 내용을 12화로 다루다 보니 아무래도 급합니다. 성우들도 아무래도 나이가 들었다는 느낌을 지우기 힘들고요. 이 모든 게 합쳐진 결론이 구작 애니메이션보다 재미가 없습니다.(...) 절대적으로 재미가 없지는 않지만 구작을 본 사람 입장에서 좀 실망스럽습니다. 더구나 '격투 신체조' 편과 '격투 스케이트' 편은 재미가 없을 수 없는 편인데 이 소재로 저 내용이면 좀 아쉽습니다.
내년에 2기가 나온다고 하는데 아마 분량으로 보면 샴푸 재등장과 코롱과 무스의 등장, 화중천진감율권, 고양이권, 폭쇄점혈까지는 나올 것 같고 바쁘게 달리면 핫포사이 등장까지도 가능할 거 같네요. 경우에 따라서는 핫포사이를 뒤로 미루고 우쿄를 당겨올 수도 있고요. 진짜 란마에서 제일 재미있는 부분인데 이번보다 좀더 잘 만들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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