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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의 영역/애니메이션-영화

앤트맨(2015) - 기본기로 극복하다

 

1.

엔드 게임 전까지 MCU 영화들을 보겠다고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 계속 미루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어제 친구 만난 자리에서 적어도 다섯 편은 보고 가겠다고 선언했습니다.

퍼스트 어벤저, 어벤저스 1, 2, 블랙 팬서, 스파이더맨 홈 커밍, 이렇게 다섯 편을 본 상태에서

아이언맨 1, 윈터 솔저, 앤트맨, 시빌 워, 인피니티 워, 이렇게 다섯 편을 추가로 골랐습니다.

 

뭔가 뜬금없는 조합이라는 반응이었는데 요약하면 이거죠.

'우주와 비인간에는 관심없습니다. 지구와 인간 쪽 스토리 라인만 따라가서 보겠습니다.'

 

2.

영웅이 트럭 단위로 쏟아져 나오는 세태에 모든 영웅들은 자신만의 개성을 어필해야 합니다.

'어떤 사람'이 '왜' 영웅이 되었으며 '누구'와 '어떻게' 싸우느냐.

이러한 것들을 총 동원해서 대중들의 시선을 끌고, 기억에 오래 남아야 살아남는 세상이죠.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이 작품은 많은 면에서 불리한 작품입니다.

 

스콧은 범죄자 출신이라는게 먼저 눈에 띄지만 제멋대로거나 폭력적인 성격과 거리가 멉니다.

일이 잘 풀리지 않으면 범죄에 손을 댄다는 대사가 있었지만 그게 복선이 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착한 성격과 친화력, 강한 부성애가 강조되는 캐릭터입니다.

관객들이 부담없이 받아들일 수는 있지만 작품을 끌어가는 맛이 강한 캐릭터는 아닙니다. 

 

이야기는 새로운 기술을 악용하는 무리에 맞서, 원 개발자가 정의를 지키기 위해 나서는 구도인데

이런 식의 전개는 이 바닥에서 클리세라고 해도 될만큼 수도 없이 활용되었습니다.

그만큼 안정적인 흐름은 보장해주지만 역시 반전을 거듭하는 스토리로 점수를 따기는 힘들죠.

가족을 사랑하지만 표현이 서투른 고집 센 과학자인 행크나

그 아버지에게 반발하면서도 끌리는 호프 모두 어디에선가 본 것 같은 익숙한 캐릭터들입니다.

 

게다가 자신의 크기를 바꾸어 가며 싸우는 앤트맨의 능력은 까놓고 말해서 좀 없어보입니다. 

솔직히 저는 이 작품 전까지 이게 주인공에게 걸맞는 능력인지 의심했습니다. 

특촬로 치면 등장한 화 마지막에 주인공에게 지고 퇴장하는 캐릭터 정도에게 어울리는 급?

 

거기에 홈드라마를 내세운 것까지 합치면 재료들이 다 '순한 맛'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됩니다.

이런 작품은 완성도가 떨어지면 흔히 말하는 수면제가 될 위험도가 높죠.

 

3.

그렇지만 그냥 영화를 잘 만들었고 그래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었습니다.

못 만들었다면 밍밍하다는 말이 나올 수도 있을 재료들이었지만

이렇게 솜씨있게 요리하면 담백하고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요리로 바뀌는 것이지요.

실제로 영화는 전체적으로 따스함이 느껴지는 가족 영화로 잘 완성되어 있습니다.

 

작아지는 능력이 활용도가 악용하면 얼마나 무서워질 수 있는지 강조하여 긴장감을 올린 것도 좋았고

분자 사이의 틈을 통과하고 양자의 영역에까지 들어갈 수 있다는 아이디어도 좋았습니다.

다만 질량 문제는 작중 오류가 너무 많아서 다 짚고 넘어갈 수 없는 수준인 것은 좀 아쉽습니다.

 

배우들 연기도 다 훌륭하였습니다.

다만 여배우의 이쁜 모습을 보는 것도 숨은 재미 중에 하나인데 그건 좀 아쉬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