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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는 이야기/기행문

CVPR에 겸사겸사 여행하기 - 음식편(1)

 행운인지, 불행인지, CVPR 2019 기간에 LA로 가는 비행기 표를 구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서 열흘 가까이 미국에 체류하게 되었습니다. 학회 빼고도 나흘이나 미국에 있었으니 여름 휴가를 남들보다 조금 일찍 보내고 왔다는 기분입니다. 그동안 미국에서 돌아다닌 이야기를 한 번 적어보려고 하는데 먼저 미국에 있는 동안 먹은 음식 이야기부터 해보려고 합니다.

 

 저에게 미국 음식은 좀 버겁습니다. 농담이 아니라 음식 때문이라도 가능하다면 한국에서 계속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식사하는 모습을 보면 때때로 미국 사람들이 음식에 기름을 두르지 않으면 식사를 하지 못하는 괴인으로 보입니다. 9일의 체류 동안 음식 사진이 적은 것은 거의 하루에 1인분만 먹었기 때문입니다. 정확히 말해 아침은 식빵과 주스로 가볍게 넘기고, 점심 식사로 주문한 음식을 절반 남겨서 그걸로 저녁을 먹으면 하루 식사가 됩니다. 그나마 돈을 좀 쓸 각오를 해서라도 해물 요리를 찾으니 버틸만하네요.

 

 공항에 내려서 먹은 첫 번째 식사인 인 앤 아웃 버거입니다. 햄버거도 예전에 미국 왔을 때 먹은 버거보다 기름기가 적어서 괜찮았고, 특히 감자튀김이 일품이었습니다. 이날은 시차와 여행 피로(비행기 안에서 전혀 못 잤습니다.)가 겹쳐서 숙소에 가자마자 기절해서 저녁은 없습니다.

 

 토요일에 산타 모니카에서 친구들과 먹은 점심 식사입니다. 저와 다른 한 명은 쉬림프 앤 칩스를 한 명은 피시 앤 칩스를 주문하였습니다. 새우가 통통하게 살이 오른 게 정말 맛있었습니다. 미국에서 먹은 음식 중 제일 맛있었어요. 새우 하나를 넘겨주고 받은 생선도 괜찮았습니다. 대구 살이 입안에서 살살 녹더군요. 역시 피시 앤 칩스가 나쁜 게 아니라 영국인이 나쁜 것입니다. 샐러드도 오랜만에 접한 야채에 감사하며 즐겁게 먹었고, 감자도 나쁘지는 않았는데 양이 많아서 반 이상 남겼습니다. 저녁은 숙소 근처에서 서브웨이 샌드위치 하나 사서 먹었습니다. 한국에서 먹었던 것과 차이가 없어서 굳이 사진은 찍지 않았습니다. 주문할 때 귀찮아서 야채를 좋아하니 모든 야채를 잔뜩 넣어달라고 하니 괜찮은 게 나왔습니다.

 

 일요일에 점심 겸 저녁으로 먹은 중국 요리, 볶음밥과 오렌지 치킨, 그리고 면이 푸짐하게 들어있었습니다. 처음에는 맛있고 양도 많은데 가격도 싸다고 좋다고 하고 먹었는데, 기름져서 그런지 절반 정도 먹고 나니 물리더군요. 그래서 남겨두었다가 저녁으로 먹었습니다.

 

 학회 첫날 학회장에서 제공된 도시락입니다. 타이 음식이라고 하는데 기름기가 없는 것도 아닌데 뭔가 퍽퍽해서 잘 안 넘어가더군요. 친구들에게 얘기하니 그냥 입맛에 안 맞아서 그런 거 같다고 합니다. 이날 저녁은 근처 마트에 가서 버섯 피자 한 조각과 블루베리 한 통을 사서 먹었습니다. 상당히 맛있게 먹었는데 깜빡 잊고 사진을 찍지 않은 게 아쉽네요.

 

 둘째 날 점심도 학회에서 제공된 도시락인 치킨 샐러드를 먹었습니다. 비주얼도 그렇고, 맛도 그렇고 별로 언급하고 싶지 않네요. 그래도 저녁에는 Hooters에서 저희 연구실 회식이 있었습니다. 회식하기에는 종업원들 노출이 좀 있지 않냐고 우려하는 사람도 있었는데 다행히 그 정도는 아니더라고요. 저는 게 다리 살 요리와 Blue Moon 한 잔을 시켰습니다. 게는 제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고 맥주도 괜찮았습니다. 대부분은 치킨 요리를 주문하였는데 저는 이미 고기 아닌 음식이 사무치게 그리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쓰다 보니 길어져서 나누어야겠네요. 미국 여행 관련으로도 글 몇 편이 나올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