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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이어지지 않는 이야기/The Big Bang Theory

The Big Bang Theory Season 7

시즌 7는 솔직히 말해서 최악이었습니다.

이제까지 빅뱅 이론이 가장 재미없다고 생각했던 부분이 에이미의 첫 등장 후 페니-에이미가 중심이 되었을 때인데

제작진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작품과 상성이 좋지 않다고 생각이 들던 그 때와는 달리

이번 시즌은 제작진이 무슨 이야기를 해야할지 아예 갈피를 잡지 못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난 시즌 마지막에 레너드가 북해로 떠날 때, 이것으로 새로운 이야기가 나올까 우려가 좀 있었습니다.

보통 한 시즌이 끝날 때 큼지막한 사건을 터뜨리고, 그것을 바탕으로 새로운 시즌의 초반부를 이끌어가는게 보통인데

레너드의 북해 탐사 참여는 그만한 파급력을 가질만한 대사건이 아니거든요.

실제로도 드라마는 초반부터 작품을 이끌어나갈 동력이 바닥나는 최악의 사태에 직면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2화, 여성화된 하위드가 나오는 빅뱅 이론 최악의 에피소드를 설명할 수가 없습니다.

 

결국 이야기의 틀이 너무 오랫동안 정체되어 있는 문제가 큽니다.

레너드와 페니의 관계는 프리야 떠난 이후로 잡아도 세 시즌 내내 진전이 없고,

셸든이 아무리 괴짜 짓을 하여도 시즌 2부터 시청하던 시청자들에게 다만 식상할 뿐입니다.

라지가 술이 없어 여자에게 말을 하지 못한 장면도 나온지 한참되어서 이제와서 새삼스럽다는 느낌이고요.

하워드와 버나뎃의 힘으로 끌고 나가나가기에는 역시 시즌 5부터 많이 활용되어서 힘이 부친다는 느낌입니다.

 

결국 제작진도 무리라고 인정하는지 중반부터 전방위적으로 이야기의 틀을 바꾸기 시작합니다.

페니는 웨이트리스 일을 그만두고 배우 일에 전념하고, 이 과정에서 레너드와 약혼에 이르게 됩니다.

셸든은 연구 분야를 바꾸게 되고, 아서의 죽음, 어머니의 외도 등의 시련이 겹치면서 혼자서 여행을 떠나게 됩니다.

라지에게도 에밀리라는 상당히 독특한 캐릭터를 가진 여자 친구가 생기게 됩니다.

 

변화를 요구하는 시청자의 의견을 반영하여 나름 큼직큼직한 변화를 준 것 같긴 한데

사전에 체계적인 준비를 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뭔가 필살기를 준비한 것도 아니어서 전체적으로 엉망징창입니다.

게다가 그 동안 의미없이 시간을 질질 끈 대가로

레너드와 페니가 약혼을 하니 '연인 관계로 몇 년을 끌었는데 약혼? 약혼으로 몇 년을 더 끌려나?'

라지가 새로운 여자 친구가 생겨도 '라지가 진지한 역할을 할 리가 없지? 다음 시즌에 소리소문 없이 사라지겠지?' 같이 부정적인 생각 밖에 들지 않습니다.

 

특히 드라마 전체로 봐도 감동적인 장면이어야 할 레너드와 페니의 약혼 장면은 완전히 망했어요. 진짜 아무런 감흥이 없습니다.

게다가 약혼 승락이 '레너드가 좋아.'가 아니라 '레너드가 나의 현명한 선택이야.'여서 페니의 인상은 더 나빠졌고요.

 

지난 시즌까지는 호평을 하던, 혹평을 하던 드라마를 보는게 재미있었는데 이번 시즌은 그냥 마지막까지 보는게 고역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