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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이어지지 않는 이야기/The Big Bang Theory

The Big Bang Theory Season 9

장수 TV 시리즈의 비결은 이거인 것 같습니다. '시청자가 털고 일어나려고 할 때, 주저앉힐만한 무언가를 보여준다.'

빅뱅 이론 시즌 9에서는 오랜만에 자신만이 가지는 매력을 속도감 있는 전개로 펼쳐내었습니다.

 

초반 셸든과 에이미의 결별과 재결합 과정에서는

그 둘이 처음 만났을 때를 기억하는 시청자들에게 연인 관계를 통해 둘을 얼마나 더 나은 사람이 되었는지를 보여주었습니다.

감정을 쓸모없다고 여기던 셸든은 자신의 우상이었던 스팍을 욕할 정도로 상실감에 괴로워하며,

남성과의 인간 관계를 거절하고 있던 에이미는 3명의 다른 남자와 데이트를 할 정도로 성숙한 대인능력을 보여주었습니다.

레너드와 페니가 약혼을 할 때도, 결혼을 할 때도 심드렁하였지만 그 둘의 재결합에는 잘 되었다고 속으로 박수를 쳤습니다.

 

셸든과 에이미 이야기가 끝나서 다시 지난 시즌의 지루함으로 돌아가는게 아닐까 걱정이 들던 것도 잠시

곧이어 하워드와 버나뎃이 아이를 가지게 되었다는 폭탄 선언이 이어집니다.

초반부에 아이를 가지기 싫어하던 버나뎃에게 아버지와 하워드가 진정으로 호소하는 에피소드가 있었는데 복선이었네요.

저번 시즌 갑자기 튀어나와 당황하게 하였던 하워드 어머니의 죽음과 달리

이렇게 아이를 싫어하던 버나뎃이 마음을 돌리게 된 계기를 묘사하여 준 것도 저는 상당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이래야 서로 맞물리면서 돌아가고 있는 하나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는 느낌을 받거든요.

 

여기서 아이를 위해서 더 많은 돈을 벌 궁리를 하는 하워드가

지난 시즌부터 성공적인 공동 연구를 하고 있는 레너드, 셸든에 합류하는 전개도 저는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점점 공학자 하워드보다 남편 하워드가 강조되고, 임신 후에 그 경향이 더 강해질 수 있는 상황에서 공학자 하워드가 나온거니까요.

셸든이 금전 문제에 대해서 마음이 넓은 것이 다시 나온 것도 그렇고, 오랜만에 나온 잭을 적절하게 사용하는 것도 그렇고

전체적으로 예전에 제가 좋아하던 시절의 빅뱅 이론의 모습이 다시 나오는 느낌이었습니다.

 

임산부 버나뎃과 거기에서 생기는 풍요로운 소재로 후반부에도 이야기는 멈추지 않습니다.

이미 사용한 소재를 재활용하면서까지 억지로 버티던 지난 몇 시즌과 비해 이야기가 굉장히 풍성합니다.

하워드와 버나뎃의 임신에 과몰입하는 라지나,

여러 가지 제약이 붙은 버나뎃에게 던전 앤 드래곤으로 대리만족을 선사하는 셸든 같은 것들은 독특하면서도 재미있었습니다.

거기에 에밀리를 셸든과 붙여본다던가, 클레어를 추가하여 양다리를 만드는 등 라지 쪽 이야기에도 신경을 써주었고요.

 

요약하면 저는 빅뱅 이론 시즌 9을 초반부 시즌 2,3 이후 최고의 시즌이라고 생각합니다.

딱 하나 아쉬운 것은 레너드와 페니 커플입니다.

그 둘 역시 이번 시즌에서 좋은 인상을 주기 하였지만 저는 아직도 그 둘이 어울리는 한 쌍인지 납득하지 못 하겠습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주고 있는 다른 커플과 달리 그 둘은 가까이할 때마다 상처받는 모습이 너무 많이 보입니다.

레너드는 페니같은 예쁜 여자가 나에게 어울릴까, 페니는 레너드같이 똑똑한 남자가 나에게 어울릴까.

오랜 기간 연애를 하고, 약혼을 하고, 결혼까지 하고 나서도 이 고민을 계속하는 관계라면 저는 헤어지는게 낫다고 생각합니다.

이 이야기의 핵심으로 마지막까지 이어지는 커플이라면, 좀더 응원하고 싶은 모습을 더 그려주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