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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의 영역/애니메이션-영화

갤럭시 엔젤(1기: 2001년, 2기:2002년, 3기: 2002년, 4기: 2004년)

1.

갤럭시 엔젤은 2001년부터 시작하여 4년에 걸쳐서 시즌 4까지 방영된 개그 애니메이션입니다.

1기는 갤럭시 엔젤, 2기는 갤럭시 엔젤 Z, 3기 전반부는 갤럭시 엔젤 A, 후반부는 갤럭시 엔젤 AA, 그리고 4기는 갤럭시 엔젤 X라 합니다.

 

심야 유료 채널인 시즌 1과 달리 시즌 2는 공중파에서 일요일 아침에 방송되면서 일부 캐릭터의 노출도가 감소하였고,

시즌 3에서는 라이벌인 트윈스터 대가, 시즌 4에서는 카라스마 치토세가 추가되는 등 세부적인 변화는 있었지만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갈지 아무도 알 수 없는 개그라는 큰 틀을 유지하면서 인기리에 장기 방영된 작품입니다.

로스트 테크놀로지라는 요소를 이용해서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도 시청자가 납득할 수 있는 세계관을 성공적으로 구축하였죠.

 

 

AA 오프닝인 갤럭시 우키인데 당장 오프닝 음악만 들어도 이 작품이 어떤 작품인지 짐작이 갑니다.

 

2.

저는 이 작품을 굉장히 높게 평가합니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이 작품은 2001년 그러니까 밀레니엄 시대 작품입니다.

원래 순수 개그 작품은 장르 특성상 작품의 수명이 굉장히 짧습니다. 왜냐면 개그의 유행이라는건 시시각각으로 변하거든요.

이거 괴짜가족 같은 엽기 개그가 유행하던 시대의 작품이에요. 비슷한 시기에 나온 개그물을 지금 보면 웃기지도 않고 상당히 거북합니다.

이번에 이 작품을 다시 보면서도 낡았다는 느낌이 들지 않고 오히려 세련되었다는 느낌이 들 정도니 굉장한 작품이지요.

 

더구나 개그 작품이 안이하게 가기 쉬운 길을 전부 배제하였는데

여성 캐릭터의 노출로 시청자의 눈을 끌거나, 새로운 캐릭터를 마구잡이로 추가하면서 이야기를 끌고 가는게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시즌3 시작에 트윈스터 대 2명과 메어리 소령이, 시즌4 시작에 치토세를 추가하긴 하였지만 엔젤대가 항상 이야기의 중심이 되고 있죠.

 

아마 더 끌고 나가려고 했으면 더 끌고 나갈 수도 있을 작품이었습니다.

실제로 제작진은 후속 이야기도 만들려고 했지만 캐릭터 사업부와의 충돌로 작품이 종료되었다고 하니까요.

사실 힘차게 폭주하면 시즌3에 비해서 시즌 4부터는 살짝 이야기의 힘이 모자란다는 인상도 있고

항상 어깃장을 놓지만 사실은 엔젤대와 친구가 되고 싶어한다는 치토세의 캐릭터 때문에 이야기가 뻔해지는 문제도 있었다는걸 생각하면

추해지기 전에 마무리되어서 저에게 더 좋은 인상으로 남았던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저에게 일본 개그 애니메이션의 GOAT를 꼽으라면 여기에 소신표 하나를 던지겠습니다.

 

3.

가장 좋아하는 에피소드를 꼽으라면 시즌 3의 26화입니다.

정체불명의 버튼이 로스트 테크놀로지로 회수되었고 당연한 듯이 실수로 밀피유가 누르게 되었죠.

다들 그 후의 닥칠 일을 두려워하지만 밀피유도 그 후에 누른 노마트도 가지고 싶어하던 물건이 배달되었죠.

이제 갤럭시 엔젤 멤버들은 서로 버튼을 누르려고 싸우지만

월콧트가 도착해서 저 버튼은 소원을 들어주는 대신 그에 상응하는 수명을 가져가는 로스트 테크놀로지라는 사실을 전합니다.

포르테, 란파, 민트는 포기하려고 하지만 자신의 욕망을 이기지 못하고 버튼을 누른 후 너무 많은 수명을 빼앗겨 셋 다 즉사하고(...)

그들의 죽음을 슬퍼하며 별똥별에 죽은 동료의 분만큼 오래살게 해달라고 빈 밀피유는 400년을 살게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그 외에 기억이 남는 것은 시즌 4의 마지막화.

갤럭시 엔젤은 곧 종영을 맞이하는 인기 드라마였고 엔젤대 멤버들은 그 드라마에 출연하는 배우들이었다는 설정이었죠.

그러다 실제로 외계인의 침공이 시작되자 그들은 사기진작을 위해 전장에 투입되었고 거기서 숨겨진 힘을 깨닫습니다.

그리고 사실 그들은 배우가 아니라 실제 엔젤대 멤버지만 무언가의 힘에 의해 기억을 잃고 지금과 같이 되었다는 말과 함께 끝납니다.

뭔가 참으로 갤럭시 엔젤답고, 거기에 마지막화다운 이야기라서 기억에 남네요.

 

4.

 

캐릭터 사업부와 애니메이션 쪽과의 갈등이 엄청났다고 들었는데 사실이든 아니든 매우 설득력이 있습니다.

저는 당시에 갤럭시 엔젤 원작 게임도 해보았습니다. 이거 우리나라에서 해본 사람 별로 없을걸요.

그리고 위의 게임판 오프닝 영상을 보시면 알 수 있듯이 게임판은 상당히 멀쩡한(...) 물건입니다.

사쿠라 대전류, 그러니까 메인 스토리를 진행하면서 마음에 드는 캐릭터와 연애를 하고 호감도가 올라가면 전투력이 올라가는 시스템입니다.

이제 다시 위의 애니메이션 오프닝을 보시면 애니메이션 제작진의 만행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애니메이션으로 입문한 팬들이 원작 게임이나 다른 미디어믹스 전개를 보고 캐릭터에 적응을 못하는 사태가 벌어졌거든요.

 

참고로 게임은 첫번째 작품만 해보았는데 그럭저럭 재미있었습니다. 말 그래로 그럭저럭.

문장기를 직접 조종하지 못하는 대신에 실시간으로 명령을 내릴 수 있고 그러면서 기함이 공격당하지 않도록 적을 피해야했습니다.

저는 바닐라 루트로 진행하였는데 바닐라의 하베스터는 회복 전문 기체여서(...)

아군 전투의 핵심은 결국 밀피유의 럭키 스타와 민트의 트릭 마스터였습니다. 포르테는 너무 느리고 란파는 장갑이 종잇장이라.

이 게임 최고의 장점은 음악. 위의 오프닝에서 나온 Eternal Love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한동안 저것만 반복해서 듣던 시기가 있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