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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의 영역/애니메이션-영화

오! 나의 여신님 OVA(1993)

1.

감상문을 쓰겠다고 무려 지난 겨울에 본 다음 아직까지도 미루고 있던 작품입니다.

보통은 작품을 보면서 어떻게 감상문을 작성할지 틀이 잡혀서 쓰면서 살만 붙이는 경우가 많은데

이 작품은 5화 밖에 되지 않는 작품이라서 금방 끝난데다가 이 작품에 대한 제 감정이 꽤나 복잡해서요.

 

2.

착하지만, 인간 관계 특히 이성에게 쑥맥인 케이이치에게 어느날 여신이 내려오게 되고,

케이이치는 소원을 들어준다는 여신에게 당신 같은 여자가 계속 옆에 있어주었으면 좋겠다는 소원을 빕니다.

그리하여 여신인 베르단디는 케이이치와 함께 살게 되었고 어쩌다 보니 언니인 울드, 동생인 스쿨드도 내려와 함께 살게 됩니다.

원작 '오! 나의 여신님'은 그들에게 벌어지는 갖가지 이야기를 그린 작품입니다.

 

제 룸메이트는 이 작품을 공대생의 로망 그 자체라고 불렀습니다.

항상 자신을 믿어주는 아름다운 여성과 함께 바이크 운전과 정비 모두 일류가 되어가는 케이이치의 모습이 나오니까요.

굳이 공대생이 아니더라도 당시 애니메이션을 보는 사람이라면 이 작품을 모를 수가 없을 정도로 유명한 작품이었습니다.

북유럽 신화 운명의 세 자매에서 이름을 딴 베르단디, 울드, 스쿨드 모두 애니메이션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캐릭터이지요.

 

단순히 원작이 좋았을 뿐 아니라 애니메이션 자체도 시대를 뛰어넘는 기술력을 보여준 작품이었습니다.

처음 본다면 누구도 90년대 초반 작품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작화에 찬사를 받을만한 성우들의 연기,

게다가 음악도 좋고, 특히 엔딩곡은 제가 모든 애니메이션 엔딩곡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들어하는 물건입니다.

이 작품의 유일한 단점이 너무 빨리 마무리 지었다는 것이라고 생각할 정도였으니까요.

 

3.

문제는 이 작품이 화려했던 전성기를 뒤로 하고 폭삭 망했다는 것입니다.

곱게 망한 것도 아니고 계속 장르를 변경하다 마지막에 충격적인 설정으로 팬들 가슴에 대못을 박으면서 망했습니다.

30권 정도까지는 만화방에서 빌려보다고 너무 늘어져서 나머지는 완결난 다음에 보겠다고 기다리던 저도 어이가 없을 정도였습니다.

이쯤 되니 제가 이 작품을 좋아한다고 차마 말하기 힘들 정도로 마음이 떠나더군요. 감정이 복잡한게 그 이유 때문입니다.

 

그래도 당시의 저는 확실히 이 작품을 좋아했었고, 그 마음을 부정할 수는 없더군요.

대학생 때 컴퓨터 바탕화면이 베르단디였고, 여신님 설정을 일부러 찾아서 읽을 정도였고

파생 작품인 '여신님: 작다는건 편리해.'가 제가 처음으로 산 DVD일 정도로 이 작품에 빠져있었습니다.

이 작품처럼 속전속결로 완결을 내지 않더라도 적당한 시점에서 작품을 마무리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진하게 남네요.

 

4.

이 작품의 가장 큰 장점은 역시나 개성적이면서도 매력적인 여성 캐릭터가 많다는 것인데

저에게 가장 마음에 드는 캐릭터를 하나 꼽으라고 하면 저는 모리사토 메구미를 꼽습니다.

적당히 약으면서도 성숙한 매력을 가진 여동생이란 캐릭터가 당시에 꽤나 신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