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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의 영역/애니메이션-영화

트루먼 쇼(1998)

1.

지난 연휴에 이 영화를 찾아서 보았습니다.

요즘 들어서 세상 돌아가는게, 특히 인터넷 세상 돌아가는게 이해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뒷광고 사태는 좀 충격적이었습니다.

유튜버들이 광고를 하고 있다는게 놀라운게 아니라 저들이 하는 방송이 날 것 그대로라는 믿고 있는 사람이 많아서요.

저도, 지인도, 모든 방송은 사전에 계획된 것이 보통이고,

그들이 하는 단어 하나, 동작 하나, 사용하는 상품 하나에 당연히 의도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사람들이 분노를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2.

생각해보면 '먹방' 때부터 인터넷 방송 쪽은 미지의 영역이었죠.

아니, 음식은 직접 먹고 그 맛을 즐기는데 의의가 있는데 다른 사람이 먹는 것을 돈까지 줘가면서 본다는게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물론 좋아하는 사람이 맛있게 음식을 먹으면 저도 기분이 좋길 하지만 생판 남 먹는데 왜 관심을 가지는지 모르겠습니다.

 

그 뒤를 잇는 것은 흔히 말하는 게임의 유튜브 에디션, 게임은 매체의 특성상 직접 해봐야지 알 수 있는 것이 상당히 많습니다.

다른 사람이 철권하는걸 보면 나락에 왜 계속 당하는지 이해를 못하는데, 직접 해보면 저쪽이 꿈틀거릴 때 앉아있는게 무섭습니다.

애시당초 게임 자체가 간접 체험에 가까운데 거기서 다시 한 번 필터를 씌우게 되면 남는게 뭐가 있나 싶네요.

 

그러다 이번 사태를 보면서 느낀게 이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사생활을 보고 즐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이번 사태가 합법이나 위법이나를 떠나서 그들이 광고받은 물건을 사용하는데 그렇게 분노할 이유가 없거든요.

인터넷 방송 조작에 사람들이 화를 냈던 것도 이 맥락에서 이해해야할 것 같습니다. 날 것이 아닌 것에 대한 분노였어요.

그 후에 도대체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기분이 들어서 이 영화를 찾게 되었습니다.

 

3.

영화는 재미있습니다. 짐 캐리의 연기는 언제봐도 참 명품인 것 같아요.

선량하면서 유쾌한 직장인, 아버지의 죽음으로 인한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옛 여자를 그리워하는 순수한 남자,

주변의 이상에 의심을 가지고 착란해가는 모습, 거짓된 세상 밖으로 나가기 위해서 목숨을 거는 강한 의지, 모든 것을 소화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이 영화를 보면서 주목한 것은 관객들의 반응이었습니다.

왜 그렇게 자기와 아무 관계없는 다른 사람에 그렇게 열광할까. 생판 남의 꾸밈없는 인생이 그렇게 재미있을까?

결국 영화의 마지막까지 그 문제에서 답을 얻을 수는 없었습니다.

마지막에 트루먼의 탈출에 열광하던 사람들이 다시 재미있는 프로를 찾기 시작하는걸 보니 절망감까지 들더군요.

 

크리스토퍼의 행동은 차라리 납득이 가고 이해가 갑니다.

크리스토퍼는 트루먼을 자신의 창조물, 걸작 예술물로 여기고 있습니다.

자신의 창조물, 자신이 만든 세계에 그 나름의 애착을 가지고 자부심도 느끼고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창조물이 자신에게 반기를 든 순간 그는 잔인한 신, 난폭한 압제자로 변합니다.

긍정적인 행동은 아니지만 모든 행동은 제 이해범주 안이었고 거기서 공포나 놀라움을 느끼지는 않습니다.

 

4.

요즘 들어 점점 이해 안가는 일이 많습니다. 나이를 먹어가는건가 생각도 들고요.

저 스스로도 제 감성이 조금 동떨어진 면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다른 사람의 행동, 특히 사회적으로 유행하는 현상에 대해서는 이유를 찾고 이해하려고 나름 노력하는 편입니다.

 

그런데 인터넷 세상은 정말로 이해할 수 없어요.

정말 소중한 것, 중요한 것은 모니터 밖에 있는데 어째서 모니터 안 세상에 그렇게 열광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외로울 땐 부모님과 전화하고, 퇴근길에 친구와 밥 한 끼, 술 한 잔 곁들이면서 신변 이야기,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하면 됩니다.

왜 자신의 삶 일부를 잘라서 보여주고 돈을 버는 사람들에게 빠져드는지 알 수 없는 시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