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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의 영역/애니메이션-영화

고쿠도 군 만유기(1999)

1.

'고쿠도 군 만유기' 는 1991년부터 발매된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1999년에 제작된 애니메이션입니다. 우리나라에는 2001년에 대교방송에서 '천방지축 모험왕' 이란 이름으로 방영하였고 저도 거기서 이 작품을 보았습니다. 당시 어째서 이야기가 이어지지 않는지 궁금했던 작품인데 나중에 알고보니 아침, 저녁으로 하루에 2화씩 방영하는 작품이었습니다. 결국 저녁에만 시청할 수 있었던 저에게는 사실상 그림의 떡이었던 작품이지요.

 

2.

 이 작품은 고쿠도라는 모험가를 주인공으로 하는 정통 판타지 애니메이션입니다. 주인공 성격만 제외하면요. 일반적인 선인도 아니고, 좀더 큰 목적을 위해 거친 수단을 마다하지 않는 다크 히어로도 아닌 조그마한 이득에 눈이 멀고 이를 위해서는 법과 도덕은 안중에도 없고 주변 사람들의 피해조차 아랑곳하지 않는 말 그대로 시정잡배라는 말이 어울리는 주인공을 내세워서 팬들에게 꽤나 강렬한 인상을 준 작품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독특한 개성 덕분에 나름대로 기억하는 팬들이 있습니다.

 

 이 작품이 비슷한 작품과의 차별점은 주인공의 성격에도 작품에서는 나름대로 권선징악을 실현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주인공인 고쿠도는 대부분 자신의 탐욕 때문에 사건에 말려들어 고생만 죽도록 하다가 대부분 아무 것도 건지지 못합니다. 특히 자신의 몸 간수(?)에 어려움을 겪는 주인공인데 1부에서는 여자, 3부에서는 노인, 5부에서는 어린아이로 변하고 가장 긴 4부에서는 이야기 내내 여주인공 루베트의 몸에 영혼이 들어가버려서 자신의 몸을 되찾기 위해 눈물겨운 투쟁을 벌입니다. 게다가 사건이 끝난 후 행복한 결말을 맞이하는 자들은 대부분 고쿠도에게 무시당하더라도 선하게 산 사람들이지요. 나쁜 일을 하다가 벌 받는 역할을 상당 부분 주인공에게 떠넘기는 작품은 요즘에도 흔하지 않죠.

 

 이 작품의 또 다른 특징이자 장점을 꼽으라면 26화 분량에 5개나 되는 이야기, 마왕과 전설의 용사가 나오는 에샬로트 편, 이집트 신화 배경의 파르미트 편, 일본 신화 배경의 이나바 편, 불교와 도교 배경의 친겐사이 편, 샤머니즘 배경의 생명의 호수 편을 나름대로 멋지게 욱여넣는데 성공하였다는 것입니다. 덕분에 작품의 밀도가 상당히 촘촘하고, 계속적으로 사건이 일어나고 이야기가 진행되기에 적어도 지루하지는 않습니다. 제가 작품을 평가할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요소라서 저는 그 작품을 꽤나 고평가합니다.

 

3.

이 작품의 진정한 주인공이자 가장 기억에 남는 캐릭터인 할머니. 진정한 신분은 마족의 여왕으로 모든 사건의 배후에 있는 고쿠도에게는 철천지 원수입니다. 1부에서는 고쿠도를 이용해 남편이자 마족 내 강경파인 마왕을 쓰러뜨려 봉인하였고,

2부에서는 고쿠도를 이용해 아들인 프린스의 반란을 진압하고 자신을 숭배하는 파르미트 국에 은혜를 베풀었습니다. 4부에서는 고쿠도 일행을 납치하려는 삼장법사를 방해하려다가 일행의 영혼이 뒤바뀌는 참사를 초래하였고 5부에서는 인드라를 충동하여 고쿠도 일행과 싸움을 붙였습니다.

 

 작품 내에서 자신과 적대하는 신족과 부처족을 전부 약화시켰고, 강경파인 남편을 봉인하여 정권을 장악하고 아들이 반란을 진압하고 자신의 지지기반을 확충하는 등 어마어마한 이득을 챙겼습니다.일단 마족 내에서 인간에게 호의적인 노선이라 인간에게 나쁜 것은 없지만 매번 꼭두각시로 놀아나는 고쿠도 입장에서는 진저리날 인물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