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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의 영역/애니메이션-영화

귀를 기울이면(1995)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표 청춘연애물', 이 한 단어로 작품을 요약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미야자키 감독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동화풍 환상의 세계가 아닌 어떤 초자연적인 것도 나오지 않는 소년과 소녀의 담백한 첫 사랑을 담은 극장 애니메이션이었습니다.

 

 줄거리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소설을 읽는 것을 좋아하는 소녀인 시즈쿠가 도서관에 일하는 아버지에게 도시락을 가져다주러 가다가 지하철에서 만난 고양이에 호기심이 생겨서 쫓아가다가 골동품 가게 지구옥에 도착하게 됩니다. 거기서 가게 주인인 할아버지 니시 시로와 바이올린 장인을 꿈꾸는 그의 손자 아마가와 세이지를 만나게 됩니다. 자신과 같은 나이임에도 꿈을 가지고 정진하는 모습에 시즈쿠는 끌리게 되고 그 둘 사이에 사랑이 시작됩니다.

 

 보면서 진짜 옛날 감성의 작품이라고 느꼈습니다. 개봉 시점이 문제가 아닙니다. 이게 개봉한 1995년에 바로 봤어도 아마 비슷하게 생각했을거에요. '메종일각' 이 1980년도 작품이고, '변덕쟁이 오렌지로드'가 1984년 작품입니다. 1996년이면 '그남자 그여자'가 연재를 시작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90년대 후반에 도서관에서 바코드 찍었던걸 생각하면 미야자키 감독 청소년기 감성이 저런게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니까요. 대한민국에서 2007년에 개봉했을 때 흥행참패한게 이해가 가는 내용이었습니다. 또 하나는 요즘 흔히 말하는 건강에 좋은 맛이 나더군요. YWCA 같은데서 나오는 건전만화(?) 같은게 있다면 저런 작품이 아닐까 싶을 정도였습니다. 지브리 작품이 아동을 대상으로 한 것 같으면서도 성인 시청자에게 혀를 찌르는 듯한 매운 맛이 숨어있는게 보통인데 굉장히 심심하더군요. 흠 잡을데 없는 양작인건 부인할 수 없지만 제 취향의 작품은 아니더라고요. 저는 연애소설은 기성세대가 봤을 때 '어린놈들이 까져가지고는...' 정도의 반응이 나오는게 딱 적당하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결국 이 작품 마지막에 남주인공이 프로포즈하는데 둘은 기껏해야 손만 잡았습니다. 키스조차 안 했어요.

노래가 참 익숙하네요. Take me home, country road의 번안곡입니다. 원곡은 저희 어머니가 즐겨부르시는 곡이어서, 중학교 영어 시간에 팝송을 외워오라는 숙제를 받았을 때 저걸 외워갔었죠. 음악도 그렇고, 소설도 그렇고 제가 어머니에게 얼마나 많은 영향을 받았나 요즘 들어 새삼 느끼고 있네요. 작중에서는 시즈쿠가 가사를 붙여서 바꿔부르는 장면아 나오는데 전 '콘크리트 로드' 도 나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원래 주중에는 퇴근 후 한 시간 동안 애니메이션 틀어놓고 운동하고, 한 시간 게임한 후에 자는게 일과인데 요즘 피곤한 것 같아서 시험삼아 게임 대신 1시간 정도 침대에서 독서를 하거나 넷플릭스를 보고 자는 것으로 바꾸었더니 훨씬 낫더군요. 최소한 방이 추운 겨울 동안은 일과를 바꿀 생각이어서 당분간 독서와 지브리 애니메이션 포스팅이 늘고 게임 포스팅이 줄 것 같습니다. 드라마도 보려고 했는데 옛날과 달리 요즘 드라마 한 화가 영화 한 편 길이더군요. 좀 나중으로 미루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