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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의 영역/독서

늑대와 향신료 8,9권

1.

이 소설을 처음부터 다시 읽고 감상을 적었을 때가 봄이었고, KSIAM 발표 때문에 정신없어서 중지하였다가 어느샌가 잊어버렸었네요.

이 점에 대해서는 아쉬움이나 죄책감을 느끼지는 않습니다.

놀이가 일과 다른 것은 바쁘거나 더 관심이 가는 것이 있으면 언제든 그만두거나 내팽겨칠 수 있다는 것이니까요.

제가 그래서 접속을 강요하거나, '숙제'가 많은 게임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낼 때가 많은 것이고요.

 

그래도 이 작품은 이번에 분가하면서 가지고 가기로 결정한 라이트 노벨 2작품 중에 하나입니다.

다른 하나는 '마리아님이 보고 계셔'이고, 이야기 시리즈는 아마 몇 작품만 골라서 집어가지 않을까 합니다.

물론 마음 같아서는 모든 책을 가지고 가고 싶지만 책이란 무거워서 나르기도 힘들고, 공간도 많이 차지하는 물건입니다.

좀더 큰 집을 얻지 않는 이상 원룸에 비치할 수 있는 서적의 양은 한계가 있어서요.

 

2.

9권을 처음 읽었을 때가 생각나네요.

로렌스를 구하기 위해서 목숨을 걸고 강남으로 내려온 에이브를 보고서 '이런 인물이었나?'하고 의문을 품었다가

마지막 키스 장면에서 '그런 것이었나!' 경악을 하고서 8권, 아니 5권으로 돌아가서 앞에서부터 다시 읽기 시작하였죠.

 

저 장면을 보고서 돌아가면 휘두른게 도끼날이 아닌 이유도 이해도 가고

9권에서도 호로에게 묶여있는 로렌스에게 자신으로 갈아타고 새로운 세상으로 가자고 은근히 유혹하는 장면이 많습니다.

하지만 순진한 양은 눈앞의 있는 롬강의 늑대가 자신을 노리고 있다는 것조차 몰랐고,

옆에서는 요이츠의 현랑이 눈을 부릅뜨고 자신의 먹잇감을 넘겨주지 않으려고 하였으니 이 사냥은 실패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호로의 반응인데 노라에게는 현랑의 체면일랑 내던지고 과민반응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경계하더니

훨씬 노골적으로 로렌스를 유혹하는 에이브에게는 훨씬 느긋하고 오히려 로렌스에게 적당히 멋있는 장면을 마련해주었죠.

역시 노라는 로렌스의 취향이고, 에이브는 아니라는 점이 중요하게 작용한 것 같습니다.

저는 오히려 노라는 별 매력을 못 느끼지만, 에이브는 이런 여자가 있으면 진짜로 반하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였는데 말이죠.

 

3.

위의 내용은 사실 두번째 읽었을 때 내용이고, 처음 읽었을 때는 눈이 핑핑 돌아가는 상전에 빠져서 전혀 눈치채지 못했습니다.

그만큼 8,9권은 늑대와 향신료 내에서 상당히 매력적인 권이었습니다.

'이제는 정말 호로를 믿을 수 밖에 없는가' 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할 때 5권부터 깔아두었던 동화 이야기가 역전의 한 수가 될 줄은 몰랐습니다.

 

로렌스는 단점도 많이 보여주었지만 결국 천신만고 끝에 자신이 꿈꾸던 행복한 결말을 손에 쥐었고,

호로는 앞에서 좀 경박한 모습을 모습을 보여준 반동인지 이번 권에서는 현랑 그 자체였습니다.

오랜 세월 동안 남의 위에 서 온 자의 경륜과, 산전수전 다 겪은 노회한 판단력에 박수가 나올 정도였습니다.

 

4.

글을 쓰면서 찾아보니 분명히 한 때 17권으로 완결이 났던 작품이 21권까지 나왔네요.

이사할 때 짐을 늘리고 싶지 않으니 아마도 집에 있는 권만 읽고 나머지는 이사한 후에 사서 읽을 것 같습니다.